19일 오후 3시 집을 나서 전철 6호선 독바위역에서 내려 북한산 족두리봉을 경유 향로봉에 다녀왔습니다.
대호아파트 뒷쪽에서 족두리봉을 오르는데 아랫쪽에는 진달래가 다 지고 철죽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위로 조금 더 오르니 다시 진달래꽃이 보입니다. 암벽길을 오르다 보니 땀이 흐릅니다. 지금 북한산에는 고도에 따라 새로운 꽃이 피고, 연한 새 잎도 나오며 봄이 눈으로 느껴집니다.
족두리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등산객 한 사람이 북한산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시내쪽은 연무가 있어 시야가 흐리지만, 북한산은 파란 하늘에 웅장한 바위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족두리봉을 지나 탕춘대로 갔다가 향로봉을 우회하여 독바위역으로 하산할 계획입니다.
탕춘대에 도착하였습니다. 10여 명의 등산객들이 탕춘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탕춘대는 그 이름에 맞게 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새 잎이 나와 온통 연록색입니다. 역광에 빛나는 연한 잎들이 환희의 찬가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한참을 머무르며 셔터를 누릅니다.
이날은 탕춘대에서 봄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향로봉을 향해 오릅니다. 이 길을 오르며 바라 보는 풍경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구기동 계곡도 연록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멀리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의 세검정도 오늘따라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향로봉을 우회하며 비봉을 바라 보니 그 모습이 서울을 지키는 듬직한 장군 같아 보입니다. 비봉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저는 비봉쪽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갔습니다. 등산객 한 분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건네고 저는 전망대로 갔습니다. 이곳에 서면 멀리 백운대에서 보현봉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 앞에 의상봉 능선, 매봉능선 모두 봄 빛에 물든 북한산 정말 아름답습니다.
송전탑쪽으로 하산합니다. 하산길에는 산벚나무를 만나고 좀 더 하산하니 철죽이 등산로 옆에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하산하며 이런 시가 생각 났습니다.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의 산유화산길을 걸으며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인생을 배웁니다. 아이가 태어나 백일 때 가장 귀엽고 예쁘다고 합니다. 청년의 때 아름답게 살다가 나이들어 옛날을 생각하며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불광사 근처를 하산하며 산을 돌아 보니 낮 달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뭐 그리도 바빠 벌써 떠 오르는가? 천천히 하산하여 독바위역으로 가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