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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 대표 합의추대론에 대해 "합의추대고 뭐고, 그 이야기 자체를 듣고 싶지 않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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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07석을 얻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기준으로, '의석수 유지'를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본전치기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파다했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나 "대표 말의 맥락을 봐야지 숫자에 너무 민감해지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를 영입한 더민주는 그에게 소방수 이상의 역할을 요청했다. 당장 눈 앞의 불도 끄고, 다시 건물을 올리기 위해 기반도 다져주길 부탁하며, 그를 비대위 대표 자리에 앉혔다. 김 대표가 "정권교체와 수권정당"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총선 끝나고 김 대표가 물러난다? 더민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김 대표가 이끈 더민주는 107석을 넘어 123석을 차지했다. '제 1야당'을 입에 달고 살던 더민주는 이제 '제 1당'이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불 끄러 왔던 '소방수 김종인'은 불도 말끔히 끄고, 사람도 여럿 구했다. 약속했던 '107석'을 훌쩍 넘어섰으니 물러날 필요도 없다. 자연스레 당의 기반을 다질, '건축가 김종인'으로 변신해야 한다.
총선 일주일 후, 김 대표를 만났다. 건축가 김종인이 가장 처음 마주한 현상은 '당 대표 추대론'이다. 20일 국회 더민주 대표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추대론을 거론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추대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추대론인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비상 때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만..."김 대표는 "솔직히 대표직에 관심없다"는 말도 꺼냈다. 그는 "종전 더민주의 최고위원회의가 운영됐던 걸 생각해보면, 당 대표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입당하기 전까지, 계파갈등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던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표직에 관심없다"는 김 대표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비례대표 2번 의원' 자리에서 그가 말한대로 "정권교체와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이야 비상체제이니 (당 지도부가) 비교적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라며 "전당대회를 거치면 최고위원들도 뽑혀오고 그럴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해석에 따라서 '당 대표의 권한이 강한 당 지도부가 꾸려진다면 당 대표직을 맡을 의향도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합의추대고 뭐고, 그 이야기 자체를 듣고 싶지 않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직접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이미 출마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 그걸 또 물어보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당내) 사람들 감정만 상하게 하는 건 안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인터뷰는 20일 오후 국회 더민주 당 대표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안홍기·소중한 기자가 진행했다. 다음은 김종인 대표와 한 인터뷰 중 향후 당 운영에 대한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7월 초 전당대회, 난 그때까지만 대표"- 비대위 체제는 언제 마무리되나.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 지도체제가 구성되면 비대위는 자동 해산한다. 나도 그때까지만 대표직을 맡는 거고."
- 전당대회는 언제쯤 하나. "(준비까지) 두 달은 걸리니, 7월 초에나 하지 않을까."
- 일부에선 (김 대표의) 당 대표 추대론이 나오고 있는데. "내가 추대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추대론인가."
- 추대해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추대하니까 그게 진짜 추대인 거 아닌가(웃음).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 흔들며)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당내) 사람들 감정만 상하게 하는 건 안 좋다고 본다."
- 직접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방법도 있겠다. "출마 안한다고 이미 발표했는데 또 물어보나."
- 그러니까 추대 이야기가 나오는 거 아닐까. "솔직히 대표직에 관심없다. 지금이야 비상체제이니 비교적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전당대회를 거치면 최고위원들도 뽑혀오고 그럴 거 아닌가. 종전 더민주의 최고위원회의가 운영됐던 걸 생각해보면, 당 대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최고위원회의가 다소 혼란스럽다고 하더라도, 그게 당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민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민의가 그런 수준의 최고위원을 뽑아 보낸다면 그 수준에 맞게 당이 가는 거다. 다른 방법이 있나."
-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안 나가겠다면, 대표직을 지속하기 위해선 합의 추대 방식 뿐인데. "합의추대고 뭐고, 그 이야기 자체를 듣고 싶지 않다. 그냥 '내 길은 내가 간다' 그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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