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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속 정민철 부장 <송곳>의 정민철(김희원 분) 부장은 악역이다. 하지만 평범한 악역이 아니다. 사실 우리 중의 많인 이가 정민철처럼 살고 있다. '코리안 스타일'이 지배하는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송곳> 속 정민철 부장<송곳>의 정민철(김희원 분) 부장은 악역이다. 하지만 평범한 악역이 아니다. 사실 우리 중의 많인 이가 정민철처럼 살고 있다. '코리안 스타일'이 지배하는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 JTBC

"디스 이즈 코리아 스타일(This is korea style)."

지난해 JTBC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던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의 한 장면이다. 프랑스계 대형마트 정민철 부장은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팔다 적발되자, 접대비로 48만 원을 쓰고 '영업정지 3개월'을 '벌금 50만 원'으로 줄인다. 정 과장은 프랑스인 지점장 앞에서 "98만 원 비용으로 수천만 원 이익을 얻었다"면서 "이것이 한국 방식"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여기서 '코리아 스타일'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앞으로 이렇게 기업 접대를 받고 징계 수위를 감면해주는 공무원은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정부의 의지다.

박근혜, 경제 위축 우려에 '김영란법' 후퇴 가능성 시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이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했다"면서 시행령을 통한 수위 조절을 암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공직자 골프 금지' 발언 역시 오해였다며 '말조심'을 다짐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김영란법' 우선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법 시행이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가 '경제 위축' 주장과 언론인-사립학교 교사까지 포함한 데 따른 위헌 논란을 핑계로 한발 빼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당시 모습.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오찬 당시 모습. ⓒ 청와대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교사는 직무 연관성이 없더라도 100만 원 이상 금품을 받아선 안 되고, 100만 원 이하라도 직무 연관성이 있으면 형사 처벌이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일정 금액이 넘는 고가 선물이나 향응, 골프 접대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경제계와 일부 언론사들은 당장 골프장이나 유흥업소, 선물, 화환 관련 업체의 매출 감소를 앞세워 '김영란법=내수 위축'이란 공포감을 조성해왔다

<매일경제>는 27일자 사설에서 "농수축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이 법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시행 연기와 예외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부패척결이라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내수를 얼어붙게 만들 소지가 크다면 박 대통령 말처럼 국회 차원에서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접대비 실명제' 효과도 일시적... 고급 유흥업소용 주류에 영향

과연 김영란법이 '내수 위축' 나아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것일까? <오마이팩트>에서 과거 '김영란법'과 같은 부패방지제도 도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검증했다.

지하경제나 공공 부문 부패를 방지하는 제도를 도입할 시행될 때마다 경제계와 일부 보수 언론에선 "소비 위축을 심화시켜 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1년 도입한 부패방지법이나 지난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리던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사 : '오세훈 법'에 끙끙 앓는 정치권의 말 못할 속내)

과연 이같은 부정 부패 방지 제도들이 우리 경제와 내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까? 하지만 부패방지법이나 '오세훈법' 때문에 내수가 위축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을 순 없었다.

다만 비슷한 시기 기업에서 접대비를 50만 원 이상 지출할 때 사용 목적이나 대상자 등을 기록하도록 한 '접대비 실명제'는 접대비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4년 1월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한 뒤 접대비 총액이 5조 4천억 원대(2004년 국세통계연보 기준)에서 2005년 5조 1천억 원대로 5% 정도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반짝 효과였을 뿐 이후 접대비 총액은 계속 늘었고, 그 영향도 룸살롱, 단란주점 같은 고급 유흥업소들에 머물러 오히려 '지하경제 양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지난 2004년 2월 발표한 '접대비 실명제 1개월 평가'에 따르면 그해 1월 백화점 상품권 기업 특판 매출과 고급 위스키 등 유흥업소용 주류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지만 전체 상품권과 주류 매출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부터 이어진 감소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그해 1월 민간소비 위축 역시 전년부터 이어온 경기 침체 여파지, 접대비 실명제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2002년 기준 민간소비 지출액(약 358조 8천억 원)에서 접대비(약 4조 7천억 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이고 건당 50만 원 이상 접대비(약 2조 2천억 원 추정) 비중도 0.6%였는데, 50만 원대 이상 접대비 지출액이 10% 줄더라도 민간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0.06%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오히려 "접대 실명제로 건전한 접대 문화와 투명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차' 때문에 일시적으로 소비 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증대되어 소비 진작과 국민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내수 진작'을 앞세워 접대비 실명제를 없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코스피 상장기업 접대비 감소폭은 15%로 2004년 -6.7%보다 2배 이상 컸다(한국신용평가 자료). 대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접대비를 크게 줄이면서 한때 기업당 5억 8천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접대비가 4억 9천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참고자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접대비 현황과 정책 과제', 2013년 4월 15일)  

"부패 수준 OECD 평균만 돼도 경제성장률 0.65%P 상승 효과"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3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최초 발의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해 "이 법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오래된 관행과 습관, 문화를 바꾸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단순히 형사법적인 처벌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3월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최초 발의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에 대해 "이 법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오래된 관행과 습관, 문화를 바꾸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단순히 형사법적인 처벌문제에 집착하기보다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거꾸로 김영란법과 같은 부패 방지 제도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이 더 크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2년 '부패와 경제성장' 보고서에서 "법 제도 개선 등 부패 방지 노력으로 OECD 평균 수준만큼 청렴해지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138.5달러, 연평균 성장률은 명목 기준 약 0.65%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패 문제가 개선되면 현재 2~3%대에 머물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3~4%대로 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선 매년 각국의 공공 부문 부패 수준을 평가한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는데 2015년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OECD 평균 69.6점에 한참 못 미쳤다. 순위도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시점인 2011년에도 한국의 부패지수는 100점 만점 기준 54점으로, OECD 평균 69점과 15점 차이였다.

'김영란법'이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우려에 대해 첫 입안자인 김영란 전 국가권익위원장은 "부패를 윤활유로 한 성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영란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부패·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부패가 성장 윤활유라는 건 속도 차이에서 오는 착시 현상일 뿐이고 숨 가쁜 성장이 멈추면 그동안 질을 외면한 성장, 부풀려진 성장이 남긴 여러 문제가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면서 "공적 신뢰보다 사적 신뢰로 이익을 얻는 특정 집단이 그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부패가 성장 윤활유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김영란법'도 과거 부패방지제도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으로는 기업 접대비가 줄어 유흥업소 등 일부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그 법으로 인해 공직 사회 부패가 줄어들면 내수 시장과 전반적인 우리 경제에 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김영란법'이 경제 위축을 부른다는 주장이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김영란법#오세훈법#부패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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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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