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첨벙~'물가엔 10여 대의 릴 낚싯대가 세워져 있다. 젊은 낚시꾼은 주먹만한 떡밥을 달아 힘껏 던진다. 금강 로하스 대청공원 건너편 강변엔 주말을 이용해 찾아든 야영객으로 즐비하다. 널따란 천막을 치고 그늘을 만들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주변은 먹고 마시고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하다. 불을 피웠는지 군데군데 검게 그을린 바위, 물속까지 진입한 차량으로 오염을 가중하고 있었다.
'띵~동~댕'대청댐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부터 발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물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질 것입니다. 강가에 계시는 지역주민분께서는 대단히 위험하오니 강 밖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경고 방송에도 누구 하나 움직임이 없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있는 건너편은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급경사 지역이다. 산비탈을 깎아 고랑을 만들어 파, 상추, 도라지, 마늘, 고구마를 심었다. 비닐을 깔고 경작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낚시터다. 때 묵은 장비에 한두 대의 낚싯대를 던지고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신탄진에서 왔다는 어르신을 만나봤다.
"저기(신탄진 공단지대) 고기는 냄새가 나서 먹지 못해. 여기는 물이 깨끗해서 모래무지, 마자 등은 날것으로 먹어도 괜찮아. 며칠 전에 잉어 세 마리를 잡아서 나눠 먹었는데 참 달고 맛있어. 심심해서 매일같이 나오는데 잡히면 좋고, 안 잡혀도 좋지."
불교환경연대 스님들과 불자들이 함께하는 '4대강 100일 수행길 금강걷기' 동행취재에 나선 지 12일째 금강 구간 마지막 날이다. 오늘(5월 1일)은 '세상과 함께' 회원들과 영광, 대전, 청주 등에서 찾아온 시민들과 아이들까지 동참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이 오늘 길 안내를 자청했다(관련기사:
"그물 가득 낚아 애들 대학 보냈는데, 이젠 악취만").
흐르지 않는 강은 강이 아니다
대청댐 하류 5km 지점 신흥선원 주차장에서 참선과 자애경을 읽고 마주보며 삼배를 시작으로 유진수 처장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유 처장은 "이곳은 금강 전역을 놓고 본다면 허리에 해당하는 장소로 1980년 완공된 대청댐이 자리한 곳이다. 금강의 물길이 서울을 중심으로 화살의 활대 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호남 인사를 등용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게 된 '과녁의 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못하는 강은 더는 강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 그런데 금강은 용담댐, 대청댐, 세종댐, 공주댐, 백제댐, 하굿둑까지 사람으로 치면 모든 혈관을 꽁꽁 막아버린 형국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금강하굿둑은 강물을 배출하는 역할만 할 뿐 해수유입이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황복, 뱀장어, 참게 등 강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종들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유 처장은 "충북 옥천부터는 뱀이 지나는 형태의 사행천의 모습이다. 시간이 있다면 상류 여울에서 바짓가랑이 걷어 올리고 물을 걷을 수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다. 대청댐은 식수를 공급하고 하천유지용수를 통해서 발전·생활·농업·공업용수를 공급한다. 여기서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금강은 물이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청댐까지 향하는 곳은 주말 자전거 이용객이 많은 장소로 잘못하면 사고로 날 가능성이 크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인 법일 스님은 "아이들과 많은 분이 걸어야 하는데 안전을 위해서 한 줄로 걸었으면 한다. 참석자들은 수행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뭘 발원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묵언으로 걸어라"고 주문했다.
버드나무 꽃가루가 날리면서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산책로 데크에도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꽃가루가 뭉쳐 있다. 부서진 데크도 곳곳에 있다. 대청 조정지댐 아래에는 버려진 흄관과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다. 바지 장화를 입고 허리춤까지 잠기는 물속에 들어가 견지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오늘의 종착지인 대청댐 상류 '물 문화관'에 도착했다. 이용객이 덜한 물가에 '4대강 생명살림 천도재'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4대강 개발로 희생된 생명들이여, 왕생극락하소서'란 대형 현수막도 세웠다. 자라, 맹꽁이, 도마뱀, 고라니, 수달 등 4대강 삽질에 희생당한 뭇 생명의 이름도 내걸었다.
정오부터 진행된 천도재는 거불(부처님을 모시는 행위)과 창혼, 법문과 함께 초등학교 1학년 임양자연 학생이 생명을 위한 시를 낭독했다. '자애경'을 함께 읽고 임수연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이 발원문을 낭독하고, 조선희 웅진백제무용단 단원이 금강 만령의 왕생극락을 위한 살풀이춤을 추며 마무리했다. 참석자들로부터 소감을 들어봤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법일스님: "금강에서 죽어간 생명들의 천도재를 지내는 건 의미가 있다. 이런 일을 하는데 여러 사람이 힘이 필요했는데, 단체와 시민들이 연대해서 도와줬다.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길 안내까지 해줘서 고맙다. 특히 '세상과 함께' 분들의 도움이 컸다." 중현스님: "어린 자연이가 '강으로 가자'는 시를 암송해서 낭독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딱 막혔다. 어린아이들이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생태계에서 밝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리석은 자들은 깨우치고, 우리도 깨우치는 수행을 해야 할 것이다." 행법스님: "물이 흘러야 사람도 물고기도 자연도 같이 살아가는데, 4대강 삽질에 다 망가져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걱정이 태산이다. 늦었지만 보를 터서 숨통부터 터주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한다."유연스님: "금강이 고향이다. 금강에서 만난 활동가들이 4대강 사업을 못 막아서 죄송하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다들 발뺌하고 빠져나가는 마당에 강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는 분들을 봤다. 지구가 위험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상식이 없어서 대충 흘려 들었다. 앞으로는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유정길 위원장: "금강에서 좋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4대강뿐만 아니라 환경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지원과 후원이라고 생각한다."유진수 처장: "수행길 걸어주신 덕분에 대청댐 올라가는 길목에서 노랗게 핀 '금난초'를 봤다. 또 금강의 소식들을 전국적으로 알릴 기회를 가졌다."참가자1(남): "물줄기를 죽 타고 올라가면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이 나온다. 대청댐이 생기면서 참게, 뱀장어가 없어졌다. 인간의 편의가 많은 생명을 못살게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참가자2(여): "한참 또 잊고 있었다가 강의 아픔을 보았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이대로는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귀하고 소중한 자연인데 너무 많이 무심했다고 자책했다. 100일간이나 수행길에 나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참가자3(남): "때론 힘들고 지친 길이었다. 서로 부축하며 용기를 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여기 모이신 분들의 염원과 바람을 모아 4대강의 재자연화가 앞당겨 졌으면 좋겠다. 낙동강, 한강까지 끝까지 뒤처지지 않고 동참하여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참가자4(남): "영산강 돌고 금강 마무리하면서 많은 분과 같이해서 반갑다. 차량을 운행하며 심부름하느라 많이 걷지도 못했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게 도착한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동안 배운 것을 밑천으로 낙동강에서는 열심히 하겠다." 참가자5(여):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 같이 걷는데 영산강보다 금강이 더 아름답다. 금강을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오늘의 소중한 인연 잊지 않겠다." 한편 불교환경연대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에 나선 스님들과 불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5월 5일부터 낙동강 걷기에 들어간다. 일반인 누구나 구간마다 참석이 가능하며 참가 신청은 02-720-165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