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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2000년엔 15퍼센트였던 비율이 2015년엔 27퍼센트가 됐다. 2035년이 되면 총 가구 중 1인가구 비율은 34퍼센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1인가구는 보편적 현상이다.

비율은 늘어가고 있는데 정작 1인가구에 대한 사회 인식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제한된 이미지에 갇혀있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에서 1인가구를 소비하는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미혼의 싱글들이 결혼 전 잠시 거쳐가는 일시적 가구 형태라는 것.

실제 1인가구에는 잠시 스쳐가는 미혼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잡지 <1인용 행복>에서 1인가구 강위는 이렇게 말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혼자인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결혼이란 제도에 반대하는 비혼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결혼을 했다가 계약을 해지한 사람도 있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도 있다. 혼자 사는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에 사무쳐하며 '혼자'라는 굴레를 탈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의도를 가지고 혼자인 사람도 있지만 살다 보니 혼자인 사람도 적지 않을 거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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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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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1인가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보편적 현상이 되었지만 왜곡된 이해 속에 갇혀 있던 1인가구들이 그들의 삶을 공개했다. 귀촌을 꿈꾸며 모여 사는 공동체 '우리 동네 사람들',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셰어하우스 '아현동 쓰리룸', 여성 1인가구 협동조합 '그리다협동조합', 청년들의 금융 연대 '토닥'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책에 소개된 1인가구들은 독립적이지만 고립되지 않았다. 혼자 살면서도 공동체를 지향했다. 1인가구들이 만들어가는 공동체는 기존의 가족 중심 마을 공동체와는 달랐다. '아현동 쓰리룸'을 예로 들어볼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방 셋 딸린 집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살고 있는 휘재씨는 어느 날 '소셜다이닝' 모임 '목요일엔 식당'을 그의 집 5평 거실에서 연다. 이 좁은 거실에 매주 15명에서 20명이 모여 들었다. 주로 20, 30대 1인가구들로 "집에서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이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서 홀로 밥을 먹을 필요는 없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으면 그것이 바로 집밥. 소셜다이닝은 1인가구에게 따뜻한 집밥을 선사한다.

이와 같이 모여든 1인가구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든 게 아니라는 점에서 마을 공동체와 다르다. 하지만 각기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더라도 아현동 쓰리룸에 모여 있는 이들은 '이웃'이다. 책에선 이렇게 말한다.

'1인가구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 '이웃'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으로 '가까이 사는 사람'과는 의미가 다르다. 도시 속 1인가구들은 같은 지역에 살지 않아도 느슨한 관계망으로 연결돼 있거나 정서적으로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면 이웃이 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밖'으로 향하는 1인가구

정주성이 떨어지는 1인가구는 아무래도 마을 공동체에 소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1인가구는 고립되기 쉽다. 하지만 이렇듯 조금만 적극적으로 손을 뻗치면 자유와 독립이 보장된 삶을 살면서도 마음 한 켠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는 것. 1인가구 공동체의 존재 의미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1인가구 공동체는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오히려 '밖'으로 향한다. 1인가구 공동체는 애초에 '없던' 관계를 '있는' 관계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타인을 향해 손을 뻗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공동체. 그래서 1인가구 공동체는 원래 '있는'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가족 공동체보다 더 관계지향적이다. 이런 1인가구 공동체가 늘어간다면 1인가구에 대한 사회적 오해는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책에서 1인가구 반다는 이렇게 말한다. 

'이미 우리는 불온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것들 때문에 출산이 문제가 되고 우리 사회는 점점 개인화, 파편화 되고 있어.' '1인가구 생활자라는 것들은 다 은둔형 외톨이일 거야.' 사람들은 1인 구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사회의 공동체가 무너지고' - 본문 중에서

하지만 '불온한 존재'라 의심은 받을지라도 공동체를 형성한 1인가구 생활자들은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 되고 있다. 1인가구의 결핍은 1인가구가 더 잘 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 1인가구는 단지 미혼의 젊은이들만을 뜻하지 않는다. 독거노인 역시 1인가구다. 1인 가구 청년들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동네청년회'의 반찬 봉사팀 '반쪽' 멤버들은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홀몸노인에게 반찬을 배달한다. 아침부터 직접 장을 보고 서교동 카페 '상상언저리'에 모여 함께 만든 뒤 각자 맡은 지역으로 흩어진다.

5년간 지속된 반쪽의 봉사활동은 홀몸노인들에게 손자, 손녀를 선물했다. 손자, 손녀가 된 반쪽 멤버들은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하기도 하도, 신세한탄을 들어주기도 하며, 청년들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하지 못하는 집안일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반찬을 가져가는 날엔 직접 밖으로 나와 멤버를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실 정도로 이들의 관계는 돈독했다.

20, 30대 청년 모임인 '명랑마주꾼' 멤버들도 세상과 고립된 채 홀로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노인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2012년, 서울 마포구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100일 동안 여섯 명의 주민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이 청년들이 모인 계기가 됐다.

청년들은 고립된 주민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뜨개질과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라며 '전구 갈아드립니다' '말동무 해드립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청년 쿠폰'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 결과일까. 2012년 10명이던 자살자 수가 2013년엔 2명으로 줄었다.

책에서는 대안의 삶을 직접 찾아 나선 1인가구들의 모습도 그리고 있었다. 텃밭을 중심으로 탈소비, 탈에너지를 지향하며 자급자족적 전환마을을 시도하고 있는 1인가구부터,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내려가 적게 벌면서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1인가구까지. 1인가구들은 단촐한 몸과 개방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의 다양한 틈새로 명랑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이들이 꽃 피울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절로 궁금해졌다.

책의 마지막에선 본인 역시 1인가구인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쓴 노명우 교수가 1인가구 후배들에게 여러 충고를 해준다. 자기 희생이 아닌 물질적 필요에 의해 1인가구 공동체는 결합돼야 한다는 것, 1인가구는 사회문제와 정책에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등의 충고였다.

1인가구로 살아가고 있으면서 고립을 느끼고 있거나, 앞으로 1인가구로 살아가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럼 더 자신 있게 독립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독립하더라도 고립되지 않을 방법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홍현진, 강민수/오마이북/2016년 03월 21일/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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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홍현진.강민수 지음, 오마이북(2016)


#1인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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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 <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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