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길 전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부활'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한 지난 2월 10일, "리영길 북한군 총참모장이 2월초에 처형됐다"는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그런데 지난 10일 북한 <노동신문>은 사진과 함께 그가 중앙군사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7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국내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첩보를 슬쩍 흘리는 것은 다른 데서 하는 일이지 통일부가 하는 일은 아닌데, 요즘은 업무영역이 넓어져서 배달업무도 하는 모양"이라면서도 "매우 서글프다. 떠난 사람이 이렇게 서글픈데, 지금 현직에 있는 직원들 어떤 기분일지, 마지못해 그렇게 할 텐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내가 1977년에 통일부에 들어가 잔뼈가 굵고, 나이 들어서 나왔지만 이렇게 정보사안을 배달하는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통상 북한 정보는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이 입수하고 정부내 다른 기관에 전파한다는 점에서, 이번에 전면에서'악역'을 맡은 통일부를 '배달'처로 표현한 것이다.
2013년 3월에 처음 '핵·경제 병진 노선'을 제기했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9일 끝난 7차 당대회에서 이를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며 당 규약에 명시했다. 박근혜 정부와 미국 등은 이에 대해 "북한은 경제개발을 위해 해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도, 핵을 개발하는 북한을 지원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무너지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 같은 인식에 대해 "개방도가 높은 한국 같은 경제에서는 맞는 얘기"라면서 "핵·경제 병진 노선 때문에 북한이 파멸한다는 것은 우리식 관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물론 북한이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려면 이같은 노선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는 것이 좋지만, 처음부터 대외의존도가 낮고 경제규모가 적은 북한 같은 경제체제는 외부 자본과 원자재가 안 들어와도 굴러갈 수 있는 체제"라며 "또 북한은 오래 전부터 비동맹외교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끼리지만 필요한 원자재를 싸게 들여오고 자기들 물건도 팔아왔다"고 말했다. "미국 그늘 밖의 나라들, 미국과 관계가 불편한 나라들도 적지 않게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을 지배하는 조선노동당 규약에 '핵·경제 병진 노선'이 명기됨으로써, 북핵 비핵화는 완전히 불가능해진 것일까. 정 전 장관은 "북한은 1인 지배체제이기 때문에 헌법이나 당규약보다 수령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도 헌법을 다 지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제 정세'와 북한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리영길 부활' 등 현안과 '핵·경제 건설 병진'에 대해 짚은 <한통속> 111회는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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