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1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1977년 통일부 입부 이후 현재까지 남북관계 상황 중 가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가 언제였느냐"라는 질문에 "1977년부터 40년을 돌이켜보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부인 지금이 남북관계에서 최대 암흑기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내 정치에서 타협 없이 임전무퇴 정신으로 일직선으로 달려왔고 북한(정책)에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남은 임기동안 (남북관계가) 더 내리막길을 갈 것 같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1983년 10월 버마 랑군 폭탄테러 사건 직후 상황과 비교해서도 "전두환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사건이었는데도 그 다음 해인 84년 초에 북한이 미국과는 군사회담을, 남한과는 통일문제에 대해 회담하자는, 이른바 양변회담(two way talks) 제안해오자 청와대는 바로 거부하지 않고 북한의 의지를 더 확인해보라고 했고, 84년 LA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남북단일팀 구성 제안에도, 실무자들은 랑군 사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 반대했지만 청와대는 이 회담에 응했다"며 "당시 실무자로서 '역시 청와대가 높은 데라 널리, 멀게 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정 전 장관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북한에 대해 "당장 미국과 국제사회에 가장 임박한 위험 대상은 아니고, 중장기적 위협"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중장기 위협?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최고의 시급성' 성명은 뭔가"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대북정책만을 다룬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Joint Statement on North Korea)을 발표하면서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with utmost urgency and dertermination) 다루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을 상기한 뒤 "이 정상회담 합의와는 다른 것 아니냐"면서 "당시 '최고의 시급성' 문구는 결국 미국이 아니라 우리 측 요구로 들어간 것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강한 대북 압박을 주장하는 한국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의 이 발언을 보면, 미국이 아시아 정책의 초점을 한반도에서 남중국해 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2일)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한 것은 베트남과 준 군사동맹으로 간다는 뜻이고 이건 직접적인 중국에 대한 압박인데, 이처럼 아시아 정책의 초점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잇달아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데 이어 북한 어선과 단속정이 27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사건에 대해서는 "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외 압박 전술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북핵 비핵화에 연결시켜놨기 때문에 설령 국방부 내에 협상론자들이 있다 해도 말을 꺼내기 어렵고, 지금처럼 위협하는 방식으로 나오면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이 남쪽 지도부의 의중을 읽지 못하는 것 같은데, 군 출신(김영철 국방위 정찰총국장)이 대남 비서를 맡아서 그런지 대남 정책에 한계가 느껴진다"며 "북도 임전무퇴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한중 공동 동북 3성 개발' 제안의 현실성, 북한의 군사회담 제안과 그 이후 상황,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은 당장 미국과 국제사회에 가장 임박한 위험 대상은 아닌, 중장기적 위협" 발언의 의미 등에 대한 분석한 <한통속> 114회 자세한 내용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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