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지난 6월 1일,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공식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리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면담한 직후였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제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실명 또는 차명 계좌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방침인데, 구체적으로는 북한과 금융거래가 남아있는 중국의 지방 소형 은행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7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큰 차원에서 서로 전략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을 겨냥하는 동시에 더 크게는 중국을 주요 타격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6일부터 8일까지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협상거리를 만들기 위해 패를 던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상무부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華爲)에 북한 등 미국의 제재대상 국가들에 대한 제품 수출 및 재수출 관련 기록을 모두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과 묶어서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3800억 달러에 달한다"며 "미국이 경제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과거의 정치·군사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쩨쩨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 역조,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이 어떻게 논의되느냐에 따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지방은행들이 받는 불이익의 강도와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간에 협상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미 정부가 선택적으로 제3국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과는 차이가 있다.
"북, 핵과 미사일로 미국의 체면 구기는 대응에 나설 것"
정 전 장관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발생한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사태'와 비교한 뒤 "미국이 또 헛발질을 한 것"이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의 체면을 구기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에는 5차 핵실험에 나서게 할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북한 리수용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 주석 면담에 대해서는, 지난 5월 2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 금수조치 해제를 발표한 것을 상기한 뒤 "미국이 베트남을 자기 편으로 끌어가는 등 전방위로 압박해오는 마당에, 북한이 사고는 쳤지만 중국이 어떻게 북한을 버리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중 정상회담까지 내다보는 시각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는 선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 면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의 의미와 이후 전개 상황에 대해 전망한 <한통속> 115회 자세한 내용은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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