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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지난 5월 29일로 100회를 맞이했다. 사실 시작은 <김어준의 KFC>였다. 하지만 KFC 미국 본사의 항의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정치 시사 프로그램으론 드물게 공개방송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공개방송을 보기 위해 녹화 2시간전부터 사람들이 모인다. 녹화할 때는 밖에서 모니터로 보는 방청객도 꽤많다.

100회를 맞이하여 지난 2년 2개월의 방송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난 1일 <김어준의 파파이스> 녹화시간에 연출자인 한겨레TV의 이경주 PD를 충정로역 근처에 위치한 벙커1에서 만나보았다. 다음은 이경주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 녹화 중에
<김어준의 파파이스> 녹화 중에 ⓒ 김어준의 파파이스

-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지난 5월 27일 방송으로 100회를 맞이했잖아요. 2년 2개월 만이에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지난 대선 후, 첫 공개방송 방청 오신 시민들의 열기가 지금도 뜨겁게 느껴지네요. 그때 개혁, 진보의 정부를 바라던 시민들이 무척 좌절하던 시절이었죠. 그날 이후부터 한겨레TV <파파이스>와 함께하신 시민들의 격려와 참여로 100회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사실 힘들어서 몇 번 종영을 생각했었지만, 여기까지 왔습니다."

- 언제가 가장 힘드셨나요?
"이명박 정부 이후, 우리나라의 언론 종사자들이 다 힘들지 않을까요. 수많은 해직 언론인들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등 불행한 사건들과 개혁 진보 진영에는 좌절의 연속적인 사건들을 팔로우하는 것, 그리고 진영의 한계때문에 정신이나 육체적으로 힘듭니다. 한 주에 네 시간 정도의 공개방송을 하는데, 100분의 영상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이라서 순간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최근 팟캐스트 다운로드와 유튜브 조회수를 합해 회당 평균 220만 이상이 되거든요. 그리고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당선자와 시민들에게 많이 받았어요. 특히 2040 젊은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는 것에 보람을 가지면서 시즌3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경주 PD
아경주 PD ⓒ 이경주 제공

-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한겨레TV>가 2008년 5월 15일 개국했는데요. 제가 <한겨레TV>를 셋업하고 시사 정치 개국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에 처음 만난 사람이 김어준 총수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였어요. 저의 기억엔 정치 시사 관련 최초 팟캐스트 방송이 그거였던 것 같아요. <나는 꼼수다>는 2011년 4월 말 정도였잖아요.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저희가 멘붕이었어요, 죄절의 시간이었지만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싶었어요. 또한 대선 이후 진보 개혁 시민 진영에 정치 시사 프로그램이 필요했고요. 서너 달 준비하고 다시 시작한 것이 <김어준의 KFC>였어요."

- 이름을 바꾼 것이잖아요.
"한국의 한 학생이 상표를 도용했다고 본사에 제보했고 KFC의 대리 변호사가 사용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미국 KFC 본사로부터 보내왔어요. 저희가 동종 업계가 아니어서 승산이 있었지만, 솔직히 그 소송이라는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 싫었어요. 당시 한겨레신문은 이명박 정부 하에 수많은 보도 관련 송사가 많았어요.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파파이스>죠. 근데 저희 <파파이스>는 닭집이 아니라 'papa is'로 '아빠는' 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빠의 마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세월호를 계속 이어 온 것이에요.
"세월호 참사의 보도 행태는 시작부터 의문투성이었지요. 지금까지도 책임 있는 정부는 투명하게 의문을 조사하지 않고 방해까지 하는 상황이잖아요. 풀리지 않는 파편적 사실들을 퍼즐로 맞추며 진실에 접근해보는 것이 한겨레TV <파파이스>의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그 즈음 김지영 감독을 만났는데 그는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한번은 <파파이스>에 출연하신 세월호 참사 유가족 한 분이 방청객에게 떡을 돌리셨는데, 그날이 죽은 따님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방청객과 제작진이 눈물을 흘렸던 것을 기억합니다."

- 공개방송을 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공개방송을 하게 되면 시민과 접점을 찾게 되고, 피드백도 바로 볼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요즘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공개방송으로 하잖아요. 제작진에도 부담이 되거든요. 하지만 공개방송을 하면 진행자들이 이백여 명의 시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고 격려가 되어 파워풀해지죠."

- 100회면 녹화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세월호 참사 생존 아이들이 어렵게 출연했는데, 녹화 후 방송을 원하지 않아 방송을 못 했었어요. 그때 참 마음이 그랬어요."

- 공개방송은 방청객의 호응도 중요한데 어때요?
"지금도 보시는 것처럼 7시 녹화인데 5시부터 앉아 계시고 자리가 없어서 밖에 모니터 달아서 보시잖아요. 하다못해 아프리카에서 오시는 분도 계시고 외국에서도 귀국하시면 방청 오시는 분도 많아요. 외국에서 의외로 많은 분이 시청을 하신데요. 아는 미국 교포분은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사는 데 주말에 교포들이 모여 같이 TV에 연결해서 시청하신다더라고요."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는 계속 방송을 하고 있잖아요, 연출자로 김 총수 어떤가요?
"<김어준의 뉴욕 타임즈>를 할 때만 해도 진행자와 PD로 만났는데 지금은 서로의 장단점을 다 이해하는 오랜 친구가 됐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제작 초기에는 의견충돌이 많았어요. 김보협 기자와 김 총수의 열정이 PD 입장에서는 고맙습니다. "

- 방송 시간이 2~3시간이잖아요. 약간 길다는 느낌도 있어요.
"유튜브 시청 통계를 보면, 시청 완료율이 80% 이상이 나옵니다. 프로그램의 길이보다는 역시 내용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시즌3부터는 좀 더 RT를 조정하고 다양한 아이템도 시도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이 보내오신 제보나 참여의 글을 보시면 지적 수준과 전문성에 놀라실 겁니다."

- 편집 과정도 궁금해요.
"오디오가 아닌 비디오 프로그램인데, 제작인력의 한계로 고단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PD에게 편집은 고통의 시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편집하다가 세월호 참사 내용에서 눈물을 흘린 새벽들이 생각납니다."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파파이스 공개방송일이 매주 수요일인데요. 내년 대선일도 수요일이네요. 그날까지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파파이스>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시민들과 함께 한겨레TV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위한 언론'으로 영향력 있는 방송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일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 이미지
<김어준의 파파이스> 이미지 ⓒ 김어준의 파파이스



#이경주#김어준의 파파이스#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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