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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최근 시끌벅적하다. 이화여대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채 독단적으로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추진했고 학교와 재학생, 졸업생들은 갈등상황을 겪었다. 결과는 이화여대 학생들의 승리였다. 학교 측은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고, 현재 이화여대 학생들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이화여대의 투쟁은 특별했다.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순수'를 강조했다. 학내에서는 '운동권'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의 농성장 출입이 제한되었고 발언 기회도 박탈되었다. 외부세력과의 단절을 말하며 진행된 이화여대의 투쟁은 따로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투쟁에 참여한 이화여대 학생들이 주체였다. 분명, 그간 진행돼오던 학내 투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학교 측이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언론들에서는 이화여대의 투쟁이 운동권이 배제되었기에 순수했고 특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 학교의 학생으로서 이화여대의 투쟁을 지켜본 나로서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이화여대의 투쟁은 '운동권'이 없었기에 승리한 걸까? 연대하고 함께 했다면 이화여대의 투쟁은 순수하지 못한 투쟁이었던 걸까?

총장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 중인 전남대학교

 지난달 27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총장간선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규정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총장간선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규정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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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총장간선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규정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총장간선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규정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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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규정심의위원회 회장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면서 함께 약식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규정심의위원회 회장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면서 함께 약식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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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는 현재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간선제로 할지, 직선제로 할지'를 놓고 의견 갈등이 있는 상황이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학생총회를 통해 총장직선제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냈고 이에 교수회도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직선제를 선택할 시에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없애고자 정당들을 만나면서 국립대와 관련된 법안이 상정되도록 하는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지병문 총장은 지난달 22일 총장간선제 규정(안)을 공고하고 이를 제정하려고 움직였다. 학칙에 의해서 총장간선제 규정(안)은 1차로 규정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총학생회 측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회견문을 회의장에 전달하려고 했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총학생회와 몇몇 학생들이 참여했지만 인원은 20명도 되지 않았다. 규정심의위원회는 학생들을 무시한 채로 그대로 진행되었고 기자회견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작은 충돌도 있었다.

현재, 학교 측은 총장간선제 규정(안)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며 교수회장인 정남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부 김영철 교수는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김영철 교수회장은 "헌법과 교육공무원법이 보장하는 대학 구성원의 자율성과 자취권을 쟁취하고 전남대학교 구성원이 합의하고 민주적 절차로 결정된 제20대 총장선출제를 관철하는데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가지 밝히자면, 이화여대의 구분법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총학생회는 '운동권'에 속하는 곳이다. 또한, 다른 국립대로부터 지지 성명을 받기도 하고 지지 플래카드를 받아 걸기도 하고 있으니, 외부세력과 연대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이화여대 투쟁을 지켜본 전남대학교의 학생들과 총학생회는 이를 포기하고 변화해야 하는 걸까?

'순수'해야지만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졸업생과 재학생 100여명이 지난 2일 오후 5시경부터 이화여대 정문부근에서 졸업증서를 학교측에 반납한다는 의미로 졸업증서 사본을 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졸업생과 재학생 100여명이 지난 2일 오후 5시경부터 이화여대 정문부근에서 졸업증서를 학교측에 반납한다는 의미로 졸업증서 사본을 벽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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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물론, 이화여대의 투쟁을 존중하고 그들이 이룬 승리가 값진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승리가 '운동권'을 배제하고 '순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이화여대 투쟁 현장에서는 많은 정치적 표현들이 억제되었다. 세월호 리본, 위안부 팔찌를 포함하여 정치적 표현이 될 수 있는 물품들의 착용이 제한됐고, '운동권'이라고 불리운 학생들의 경우에는 발언권도 뺏겼다. '운동권'이라고 해도 이화여대의 학생이었지만 동등한 발언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했다.

외부세력이나 '운동권'의 집회라는 낙인으로 인해서 여론이 불리해질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까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순수'를 강조했다. 또한,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모아졌고 힘이 되었다고 이야기 되었다.

하지만, '운동권'이 함께 한다는 것, 다른 학교와 연대하는 것이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은 아니다. '순수'해야지만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전남대학교에서는 총장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에 대한 안건이 학생총회에 올라왔다. 이 안건은 어떻게 올라오게 된 것일까. 총학생회 측은 학교내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설문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오가는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는 한편, 총장직선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제작하여 배포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개의 안건이 모였고 총학생회 측은 학생총회에 안건을 올렸다. 그리고 학생총회는 2068명의 학생이 모여 성립되었고 총장직선제 안건은 통과되었다.

이것은 민주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던 걸까? 운동권의 구식 운동 방법인걸까? 확실한 것은 많은 학생들의 의견이 모였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도 총장직선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안건 도출이 학생들 스스로 민주적인 절차의 주체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이화여대의 값진 승리를 지켜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교수에게 예의를 지키라는 소리를 듣고, 총학생회장을 신고하겠다는 소리가 오가는 가운데에서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학생들의 숫자는 적기 때문이다. 방학이라고 위안을 가져보아도 졸업생들과 재학생이 힘을 합쳐 학교의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막아낸 이화여대의 모습에 비해 많이 아쉬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운동권'을 배제하고 '순수'함을 강조했던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오히려 정치적인 표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든다. 또한, 정치적인 성향을 벗어나 순수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 없기 때문이다.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도 대학을 기업처럼 운영하는 방식과 학문을 실용적으로만 취급하려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관련이 깊은 사안이다.

현재 많은 대학들은 민주적이지 못한 절차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 구성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이지만 평의원회에서 학생의원은 1명에서 2명정도로 적은 인원만 배치되거나 전남대학교처럼 단 한 명의 학생의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평의원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총장이나 본부에서 결정된 안건을 그대로 공고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그로 인해 전남대학교는 총장선출에 관한 갈등을 겪고 있고, 인하대 등은 '프라임 사업' 등으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이는 총학생회 활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해야 하며 이제는 '외부세력'이라고 불리는 다른 대학, 정치권, 시민들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운동권'을 외면하고 정치를 싫어하는 것이 요즘 많은 대학생들의 성향임을 부정할 수 는 없다. 그렇기에 총장직선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전남대학교도, 프라임 사업 등의 구조조정으로부터 싸우고 있는 다른 대학들도 이화여대의 투쟁을 의미있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


#이화여대#미래라이프#전남대학교#총장직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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