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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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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김장배추 모를 부었습니다.

7일이 입추인데, 찜통더위의 기세는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청아한 풀벌레소리가 아침저녁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도 날이 더우니까 가을 전령사 풀벌레들이 가을을 재촉하는 것 같아요. 옆집아저씨한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입추 아녀? 배추 모나 부읍시다."
"좀 이르지 않을까요?"
"절기상 입추이면 가을인데 뭐가 일러요!"

아저씨가 입추를 엄청 강조하십니다. 아저씨 채근하는 바람에 배추모를 붓기로 했습니다. 나는 김장배추씨를 사고, 아저씨는 모판에 쓸 상토를 샀습니다. 포토는 집에 있는 것으로 재활용하기로 하고. 나는 300포기, 아저씨는 150포기. 그러니까 50구멍 짜리 포토 9개를 준비했습니다.

아저씨가 능숙한 솜씨로 포토에 상토를 채웁니다. 나는 포토 한 구멍에 작은 배추씨를 두 알씩 넣습니다. 한 구멍에 하나씩만 가꾸지만 혹시 싹이 안 틀 것을 생각해서입니다. 둘이 함께 하니 쉽게 일이 한결 수월합니다. 아내가 수고한다며 냉커피를 타왔습니다.

"여보, 올 핸 우리 몇 포기야?"
"우린 300포기!"
"아유, 너무 많아! 사돈댁도 올핸 덜 하자고 했어요!"

사돈댁이랑 김장 같이 한단 소리에 아저씨가 거듭니다.

"사돈네랑 하면 다다익선이면 좋지요. 참외 수박 거둬들인 곳에 심을 자리 많던데..."

아내는 그냥 웃고 맙니다. 우리 심고 배추모종 남으면 어디 필요한 사람 없겠어요? 마지막으로 포토에 물을 뿌리고 나니, 일이 끝이 납니다. 앞으로 사오일이면 예쁜 배추 새싹이 소담스럽게 올라올 것입니다. 배추씨 부은 포토를 보면서 우리는 벌써 가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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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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