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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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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럴 겁니까?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될 걸, 왜 그래요?" "
"그게…."
"한낯에는 쉬라는데 도대체 왜 자꾸 빗자루를 들고 그래요?"
"쓸어도 쓸어도 낙엽이 자꾸 나뒹굴어서…."

"참 답답한 분이네! 바람 불면 나뭇잎은 떨어지기 마련이잖아요. 나뭇잎이 쓰레기요? 그냥 지저분할 뿐이지 나뭇잎은 쓰레기가 아녜요. 암튼 더위 가실 때까지 당분간 한낯에는 쉬세요."

우리 회사에서는 경비 노동자와 미화 노동자가 같은 용역회사 소속입니다. 따라서 경비소장이 미화 업무까지 관리 감독하지요. 위의 대화내용은 경비소장이 미화원을 나무라는 모습입니다.

처서가 지나고 9월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8월은 정말 숨쉬기조차 벅찰 정도로 더웠지요. 우리 경비원은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근무를 서야 합니다. 그러나 미화 업무는 조금 다릅니다. 회사에서 얼마나 배려를 하고 유동성 있게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달라지지요.

8월 중순 쯤인가? 임원 한 분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청소를 하는 미화원을 한참 동안 눈여겨봅니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던 것이지요. 잠시 후, 임원의 방에 불려 올라간 경비소장이 내려오더니 미화반장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지시를 내렸죠.

"뜨거운 한낯엔 미화원들은 쉬도록 하라."

경비소장이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윗선의 결재를 받아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새로운 소장이 오고나서 미화원들은 출근시각이 1시간 늦춰졌지요. 새벽에 출근하는 미화원들을 보며 소장이 미화와 경비를 담당하는 부서에 강력하게 건의를 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소장이 바뀌고 나서 미화원들에게는 이렇게 가시적인 혜택이 돌아갔습니다만 우리 경비원에게는? 글쎄요? 이것도 혜택이라면 혜택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장이 바뀐 뒤로 경비원들의 어깨가 쫙 펴졌지요.

"항상 당당하라. 겸손은 하되 당당하라."

소장이 경비원들만 보면 늘 하는 말입니다. 그 때문에 경비원들의 허리가 반듯하게 펴졌고 경비원 어쩌고저쩌고 해가며 스스로를 낮추는 일 역시 없어졌습니다.

현재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포공항 미화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답답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용역회사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지만 김포공항처럼 용역회사가 횡포를 부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하는 본 회사(원청)에서 용역직원(경비와 미화)들의 복지를 직접 챙기기 때문입니다. 연초에 임금인상에도 관여해 최대한 끌어올립니다. 식사 문제는 본 직원들과 똑같이 하니 문제될 게 없고, 휴게시설 또한 완벽합니다. 쉬는 시간 역시 충분합니다.

미화원들이요? 소장이, 미화감독이, 반장이 있지만 소장이나 미화감독은 그들과 거의 부딪히지 않습니다. 반장들과 미화원들이 다 알아서 하지요. 뜨거운 한낯에 일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어겨가며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용역회사나 현장의 본 회사나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애를 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꿈 같은 얘기 하지 말라고요? 확인해보면 될 일입니다.

* 아무쪼록 김포공항 미화원과 한국공항공사가 대화해 좋은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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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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