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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집에서 편안하게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의 명연주와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1877년에 토머스 에디슨이 '토킹 머신'을 발명한 덕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에디슨은 이 기계를 음악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는데 사용하려고 발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명칭도 '토킹 머신'이라고 했는데 재미있는 점은 에디슨이 시도한 최초의 녹음이 친구들과 함께 부른 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노래는 도, 미, 솔 세 음계로만 이루어진 간단한 동요로 이 멜로디에 아동문학가 윤석중이 노랫말을 붙인 것이 바로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입니다.(…)토머스 에디슨은 대중화에 실패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음반'이라고 하는 둥글고 납작한 원반에 소리 홈을 새기는 방식을 발명한 사람은 '에밀 베를리너'입니다.


 <문득, 묻다-세 번째 이야기> 책표지.
<문득, 묻다-세 번째 이야기> 책표지. ⓒ 지식너머
스마트폰 덕분에 음악을 듣는 것이 더욱 쉬워졌다. 스마트폰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어떤 음악이든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불과 백년 전만해도 음악은 누구나, 그리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한다. 녹음기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연주자를 집으로 부르거나, 연주자가 있는 장소로 가서 음악을 듣곤 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즉 공연 형태의 음악이 부자들 위주의 음악이었음은 당연하다. 일부만 향유하던 음악이란 문화가 모든 사람이 마음만 있으면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 사랑받게 된 것은 수십 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집에서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을까?' 거의 매일, 틈만 나면 습관처럼 음악을 듣곤 하면서도 몰랐다. <문득, 묻다>(지식너머 펴냄)를 통해 알아가는 녹음의 역사가 흥미롭기만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도로는 1968년 9월 19일에 개통한 아현고가도로입니다. 서울 중구 중림동과 마포구 아현동 사이 548.7미터 길이로 충정로에서 마포, 서소문로에서 신촌로를 신호대기 없이 갈 수 있었는데요. 지난 2014년 2월 6일에 폐쇄됐습니다. 그리고 1970년 8월 15일에 개통한 서울역 고가도로는 국내 최대 역사인 서울역을 끼고 퇴계로, 만리재로, 청파로를 직통으로 이어주는 총길이 1150미터의 고가차도였습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3년 감사원 감사결과 재난위험등급 최하점인 D등급을 받으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예고되자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를 통제하고 2015년 11월부터 보수·보강 공사에 들어갔는데요. 공사가 끝나는 2017년 봄 서울역 고가도로는 더 이상 찻길이 아닌 사람길로 다시 태어납니다.

읽는 재미가 유독 쏠쏠한 책들이 있다. <문득, 묻다> 시리즈(1권~3권)도 그런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지난해(2015년) 7월 첫 번째 이야기(1권)를 읽은 후 나머지 책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구입해 밑줄을 그어가며 읽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고, 덕분에 많은 것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랄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양반도 제 말하면 온다' 등처럼 별 뜻 없이 통용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말이나, 때로는 심심풀이 농담처럼 들리기도 하는 말들이 있다. 요즘에는 '지름신이 강림했다'와 같은 말도 사람들 사이에 쉽게 오간다.

이 책의 매력은 이처럼 별 뜻 없이 통용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말이나, 때로는 심심풀이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을 바탕으로 나름 중요하고 의미 있는 답을 들려준다는 것. '어떻게 이런 것을 주제로 글 쓸 생각을 했을까?' 책을 읽으며 감탄하곤 했다.

녹음기술이 발전해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녹음할 수 있게 된 것은 1913년에 이르러서입니다. 이 최초의 오케스트라 음반은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시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CD의 표준규격을 결정한 곡으로도 유명하지요.

1982년 일본 소니가 세계 최초로 발매한 CD의 표준규격은 직경 12센티미터에 74분 2초. 60분이나 70분이면 기억하기도 좋고 저장한 위치를 계산하기도 편리할 텐데 굳이 복잡하게 74분 2초로 만든 이유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이 한 장에 반드시 다 들어가야 한다는 소니 부사장 오가 노리오의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곡의 길이가 몇 초에서 몇 분 정도는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지요. 대단한 클래식 애호가였던 오가 노리오가 CD의 표준규격을 74분 2초로 정한 기준은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필 하모닉의 연주였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이처럼 어떤 주제의 주변 이야기까지 관련지어 풍성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자주 쓰는 '지름신'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책은 '지름신의 아버지는 누구일까?'라는 제목으로 '디드로의 효과'와 '옷이나 잡화에 지름신이 특히 더 강림하는 이유'를 이야기함으로써 지름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최초의 백화점과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을 연관 지어 들려준다. 이런 식이다. 이런지라 제목만으로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의외의 것들까지 알게되는, 한마디로 책읽기로 얻는 것들이 유독 많은 책이다.

<문득, 묻다> 시리즈는 한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3분 코너로 소개되었던 것들에 살을 더해 엮은 것이다. 시리즈 마지막 책으로 '길에서 문득, 묻다'와 '집에서 문득, 묻다'로 구성된 세 번째 이야기는 앞서 출간된 두 권보다 전문적인 느낌이 강하다(첫 번째 이야기: 스티브 잡스의 '애플' 로고, 원조는 따로 있다?, 두 번째 이야기: 화투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

책 좋아한다면 올 가을엔 누군가에게 책 전염을

얼마 전,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누가 말한다. "책을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도무지 몰라 책을 읽지 못한다. 책 읽는 것이 낯설다. 어색하다"고 말이다.

글씨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옛날에는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다면서 책 읽는 것이 왜 힘들다는 걸까? 처음에는 책을 읽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궁색한 변명 내지 핑계려니 오해했다. 하지만 그 사람처럼 결혼과 함께 책을 놔버린 형제들이 떠올랐고, '오랫동안 책을 놓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한 발 물러나 생각을 하자 그 사람의 심정이 이해됐다. 그리고 어떻게든 책을 읽을 수 있는 물꼬를 트여주자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한해 1만 3천명을 죽인 스모그에 매료되어 예술혼을 꽃피운 예술가들이 있었다? ▲석탄과 석유는 해양 생물들의 시체가 주원료다? ▲신호등은 언제, 누가 발명했을까? ▲소음 강도가 낮아도 층간 소음에 특히 민감해지는 이유는? ▲위성으로 영수증이나 신문기사도 읽을 수 있다? ▲상상의 새 극락조는 말레이 제도에 실제 살았었다? ▲'파경'이라는 말이 이별과 관계있을까? ▲천장의 높낮이가 기에 영향을 끼칠까? ▲최초의 자장가는 무엇이었을까? ▲집시는 왜 떠돌기 시작했을까? ▲지름신이 의류나 잡화에 특히 더 강림하는 이유는?

그 사람에게 선물한 <문득, 묻다> 두 권이다. 이제부터라도 책을 덥석 잡고 책에 푹 빠져들기를 바라는 그 미끼로 말이다. 왜 하필 이 책일까? 목차를 훑거나, 책을 대충 넘기다 눈에 띄는 제목에 끌려 읽는 것만으로 또 다른 주제를 찾아 읽게 할 정도로 누구나 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 때문이다.

내게 책 읽지 못하는 고민을 말한 그처럼 한때 책을 즐겨 읽었으나 결혼과 함께 먹고 살기 힘들어 책 읽을 여유 없이 살아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책을 좋아한다면, 책의 힘을 믿는다면 올 가을 주변 누군가 그와 같은 사정의 사람에게 한 권 선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문득, 묻다> 시리즈는 누구에게든 권해도 좋을 그런 책이니까.

덧붙이는 글 | <문득, 묻다-세 번째 이야기> (유선경) | 지식너머 | 2016년 4월ㅣ13,000원



문득, 묻다 세트 - 전3권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유선경 지음, 지식너머(2015)


#음반(음악, 녹음)#책읽기(책선물)#토킹머신(에디슨)#서울역 고가도로#유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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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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