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4.13 총선 칼럼을 문제삼아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이례적으로 편집기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나선 것이어서 검찰의 기소 의도를 두고 언론 자유를 심대히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조가 낸 11일 성명은 이번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에 성명 전문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
지난 7일 <오마이뉴스>의 한 편집기자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었다. 기소 사유는 지난 4.13 총선 당일 한 시민기자가 쓴 칼럼이 여야 후보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투표를 독려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58조의2 3호(투표참여 권유활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의 선거법 위반 다툼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 기소는 칼럼을 쓴 시민기자도, 언론사 대표도 아닌 편집기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기사의 편집은 기사의 작성이 아니다. 기사의 내용에서 오기나 비문까지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고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의 적절한 게시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기사 제목을 수정하기도 한다. 언론사에 따라 독자들의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율이 높지 않은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통시키는 작업도 편집기자, 즉 에디터의 역할이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참여한 편집기자에게 언론의 공정성 책임을 묻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작년 9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에서 제기한 '포털 모바일 뉴스 공정성' 논란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뉴스의 취재나 작성이 아닌 뉴스 배열을 통해 유통을 담당하는 포털에 기존 언론사와 같은 공정성의 잣대를 들이댔다. 그나마 포털의 공정성 논란은 기사의 내용이 아니라 기사의 배열과 노출 방식으로 수렴되었지만, 기계적 중립성만을 공정함이라 여기는 논리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에 대한 기소는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소장대로 해당 기자가 선거 후보자들의 실명을 노출한 기사를 그대로 배포했기 때문에 위법행위를 했다면, 같은 날인 선거 당일 후보자의 실명을 거론했던 기사를 포털 뉴스에 노출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홈 에디터 또한 기소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편집기자가 "시민기자 및 <오마이뉴스> 편집국 최종 책임자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뉴스홈 에디터도 "언론사 기자 및 네이버 기사배열 원칙 책임자와 공모"했다는 혐의를 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번 기소에서는 달라진 매체 환경에 대한 무지를 떠나, 여전히 시민들의 정치적 의견 표현을 제약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58조의2 3호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는 위법한 투표참여 권유 행위라는 조항 말이다.
기계적 중립성만이 강조되는 언론사 기자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민의 기고에도 위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조용히 기표만 하라'는 침묵의 강요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의 무분별한 음해성 표현은 다른 법으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위 조항은 선거라는 그나마 제한된 정치적 의사 표현 기간에 정당도, 후보도 언급할 수 없게 만들고 선거에 관심을 가지라는 억지와 같다. 이번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기소 사태는 유권자 공동체를 없애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이기적 개인만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법의 역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약하는 이번 기소를 하루 빨리 취하해야 한다. 이것은 뻔한 성명서의 요구가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검찰의 무지를 신속하게 덮어주려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배려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
2016년 10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