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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퍼
수퍼 ⓒ 이상옥

   
      옌타이 공항 근처 작은 수퍼에
       보금자리를 틀고는 활짝 웃는
              -이상옥의 디카시 <파랑새>

오늘날은 누구나 휴대전화, 노트북 등의 디지털 기기를 무장하고 시공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돌아 다닐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족을 말한다. 수년 전 가끔 공항 같은 데서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정보를 검색하거나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상당히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익숙한 현실이 될 줄이야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언제부턴가 안경과 함께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가장 소중한 휴대품이 되었다. 잠시 외출할 때는 안경과 스마트폰이면 족하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만 출타하게 되어도 노트북까지 챙겨야 한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이용해서 지난 9월 29일 한국에 갔다 10월 9일 중국으로 다시 왔다. 나는 한국의 디카시연구소 책임을 맡고 있어, 그 일 때문이라도 틈만 나면 한국으로 간다. 물론 중국에 있을 때도 SNS나 인터넷 전화로 수시로 디카시연구소 간사, 기획위원 등과 소통하며 업무를 본다.

이 일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 있기에 가능하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으로 끊임없이 사유하고 소통하며 문득, 과연 내가 외국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한국 체류 기간에 들른 경남 고성 집에도 태풍의 영향이 조금 있었다. 태풍 예보를 무시하고 창문을 열어둔 채 잠을 자고 일어나니 책상 위 노트북이 물에 젖어서 깜짝 놀랐다. 전원이 들어오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 순간 한국에 있었지만 노트북이 작동하지 않으니 아무도 없는 섬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답답해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노트북 서비스를 받아 복구할 수 있었다.   

만약 스마트폰마저 함께 불통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노트북만 작동을 안 해도 모든 게 스톱 된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옌타이공항 인근 수퍼에서 만난 한국 안양에서 2012년부터 일하고 있다는 중국인.
옌타이공항 인근 수퍼에서 만난 한국 안양에서 2012년부터 일하고 있다는 중국인. ⓒ 이상옥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없는 그곳이 섬이고 외국일 것 같다. 10월 9일 인천공항에서 옌타이공항을 경유하여 정주에 왔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7시 50분 출발하여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 5분 도착, 3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옌타이공항 인근을 잠시 둘러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착륙 직전 하늘에서 본 옌타이 해안선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시내를 걸어보고 싶었다. 공항에서 조금 벗어나니, 바다 인근이어서인지 공기 또한 상쾌했다. 우연히 수퍼에 들렀는데, 한국의 안양에서 일하는 중국인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의 안양에서 일하는 중국인

비슷한 시간대에 그들은 옌타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고, 나는 옌타이공항에서 정주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참 반가웠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일하고, 그들은 중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처지가 묘하게 친근감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그들은 수퍼에서 만두를 시켜서는 같이 먹자고 권했다. 너무나 인정스러웠다. 수퍼 주인 부부 또한 얼마나 친절하던지, 내가 사진을 찍으니 활짝 웃어준다. 옌타이 시내를 둘러보는 대신 그들과 만두를 같이 먹고 공항으로 와서 남는 시간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 꽃을 피웠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늘 주변에 깃들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지털 노마드#옌타이공항#디카시#안양#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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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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