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테가 비타민이라고 하면 노트북은 정신의 칠판쯤 될 터 -이상옥의 디카시 <란빠오완 귀인거리의 카피숍에서>언제부턴가 커피 하면 카페라테다. 중국어로 라테 한 잔이라는 뜻이 "이뻬이나티에(一杯拿铁)"인데, 이 말을 여기서 내가 가장 애용하는 것 같다. 고향 고성에 2014년 디카시연구소를 개소하고 고성읍내에서 지인들과 '토스피아'라는 커피숍에서 어울리며, 자주 카페라테를 마셨다.
고성은 조그만 읍소재지이지만 언제부턴가 괜찮은 커피숍이 많이 생겼다.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만큼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싶다.
중국에 와서 지인들과 같이 커피 마시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저녁을 먹고 혼자서라도 가끔 학교 앞 커피숍에서 카페라테를 마시곤 한다. 어제 저녁에는 한국음식 생각도 나서 자리를 옮겨 보았다.
정주경공업대학교에서 택시로 10분만 가면 한국식당이 있다. '마포갈매기'라는 식당인데, 정주 란빠오완의 귀인거리(蓝堡湾贵人街)에 있다.
전에 몇 번 스터디하는 학생들과 가보았지만, 어제는 혼자서 찾았다. 택시를 타고 그 주변으로 가기는 갔는데, 막상 한국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나보고 한국사람이냐고 하며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한국식당이 어디 있느냐, 정도 물어볼 수 있는 중국어 능력이 생겼다는 것에도 스스로 대견해 했다. 나이가 좀 들어서인지 중국어가 몸에 잘 익지 않는다. 한 학기가 지나니까, 조금 나아지는 것 같지만 아직도 겨우 길 정도 물어볼 수준밖에는 안 된다.
중국도 부촌은 한국을 능가한다. 한국식당이 있는 그곳은 고급아파트가 즐비해서 강남 못지 않다. 한국식당 '마포갈매기'는 주인이 한국인이다. 서울서 정주로 와서 한국식당을 경영하는 것이 참 놀랍게 보였다. 짝퉁이 아니고 한국음식맛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한국에 온 착각마저 들었다.
음식값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한국음식 생각이 날 때가 없지 않다. 그럴 때마다 마포갈매기를 찾으면 되겠다 싶었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면 중국돈으로 8위안, 한국돈 1300원 남짓이니 부담도 없다.
마포갈매기에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숍에서 혼자 카페라테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검색도 하고 글 쓰기도 해봤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종업원 역시 친절해서 좋았다. 이곳 커피숍은 학교 앞 커피숍과는 달리 조용한 음악도 나오고 더욱 은은한 분위기라 새로운 영감을 불러 올 만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커피숍스마트폰 핫스팟 연결해 노트북으로 검색해면서 글 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이곳 중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영감이 잦아들면 정신의 비타민 같은 카페라테도 즐겨 마시고 정신의 칠판 같은 노트북으로 노마트 글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한국음식점 근처 괜찮은 커피숍을 하나 알아둔 것도 내게는 큰 소득이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