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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연일 한국서 "대자보 물결,거리 기습시위,들불처럼 번지는 민심" 같은 기사를 보면서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라는 탄식과 함께 기사를 검색하는 것마저 두려워졌다.
 도로
도로 ⓒ 이상옥

      조국의 비탄을 아는 듯
       연일 바닥을 적신다
                 -이상옥의 디카시 <이국에서의 우울>

이국 땅이 어찌 조국만 하겠는가. 지난 3월 중국에 오고서 참으로 가슴 벅찬 나날이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나도 모르게 자리했다. 한국을 떠나 보니, 한국이 얼마나 멋진 나라인가, 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도처에서 한류를 피부로 느꼈다. 만나는 사람마다 "워스한꾸어런(我是韩国人)", 나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웃으면서 "하오(好)", 좋다를 연발하며, 한국말 할 줄 안다고 "좋다", "아저씨" 등의 단어를 나열한다. 어떻게 한국어를 아느냐고 하면, 한국 드라마 보면서 배웠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중국에서 지내는 것이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내가 무슨 스타라도 된 양 착각이 들 정도로 우쭐해 하면서 지냈지 않았던가.

기사 검색하는 것마저 두려워

요즘은 갑자기 우울해져 버렸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어느덧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필부의 우울마저도 하늘이 아시는지 연일 비가 내린다. 그나마 며칠 전부터 숙소에서 멀지 않은 한국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먹고는 근처 커피숍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며 책도 읽고 노트북으로 글도 쓰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연일 한국에서 "대자보 물결…거리 기습시위…들불처럼 번지는 민심" 같은 기사를 보면서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라는 탄식과 함께 기사를 검색하는 것마저 두려워졌다.

 한국식당으로 가는 길목의 비오는 야경
한국식당으로 가는 길목의 비오는 야경 ⓒ 이상옥

 중국모바일 대리점에 걸려 있는 송중기의 스마트폰 광고모델 사진.
중국모바일 대리점에 걸려 있는 송중기의 스마트폰 광고모델 사진. ⓒ 이상옥

 중국모바일 대리점 안에 삼성로고가 뚜렷하게 보인다.
중국모바일 대리점 안에 삼성로고가 뚜렷하게 보인다. ⓒ 이상옥

오늘도 매우 참담한 마음으로 비 오는 밤 거리를 걸어 한국식당으로 왔다. 택시 타면 10분 정도지만 도보로는 20분 정도 걸린다. 한국식당으로 가는 길거리에는 전자상가가 즐비한데, 그래도 중국모바일 대리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송중기 모델 스마트폰 광고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다. 나라의 중심이 무너지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대한민국의 국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은?

한국식당에 도착해서 한국음식을 시켜 먹었지만 도무지 식욕도 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막 상승하는 와중에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음악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 달래며 커피를 마셔봐도 쉽게 우울이 가실 것 같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이국에서의 우울#대한민국#민심#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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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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