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한눈에
- 전주기접놀이의 공연이 있었던 10월 16일(일요일),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는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전주기접놀이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웅장한 전주기접놀이공연을 처음 본 것은 2009년 백중정기공연 때로 알고 지내던 심영배(64, 제57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총감독)씨의 초대로 행사장을 찾았을 때다.
그 날 받은 감동으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게재하기에 이르렀고(관련기사 : 백중 날 모악(母岳)에 용깃발 날다
http://bit.ly/LLSA2) 스스로를 일으키면(2005년 사고로 장애를 입어 내 일조차 없던 처지) 반드시 (사)기접놀이보존회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전주기접놀이 |
전라북도 전주시 삼천동과 평화동의 여러 마을에서 농기(農旗)를 가지고 벌이던 민속놀이. 용기(龍旗)놀이라고도 부른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무렵까지 성행하였으나 이후 간헐적으로 1956년까지 전승이 이루어지다가 중단되었다. 1974년 풍남제 행사 때 다시 재현되어 현재 매년 백중일에 기접놀이가 행해지고 있다.(출처 :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
건강한 사회인으로 재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 여러 번 실패를 거쳐 감사하게도 2014년 귀한 공직자가 될 수 있었다.(관련기사 : 나이 오십에 공무원 되는 법, 이 남자에게 배우세요
http://omn.kr/abuu)
임용 후 적응을 위한 시간을 거치던 중 심영배씨로부터 2016년 제57회 한국민속예술축제(10.13-16)가 전주에서 열리는데 문화부장관상(경기 포천), 은상(경남 사천), 동상(전남 여수)을 수상한 전주기접놀이가 대통령상을 목표로 다시 한번 출전하기로 결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998년 무급 시의원 시절에 (사)전주기접놀이를 설립하고 지금껏 가꾸어온 그의 노력을 잘 아는 나였다. 이젠 나도 함께 할 테니 대통령상을 반드시 수상해 '전주기접놀이를 대한민국 대표 민속으로 키워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그 이후 전라북도 예술축제(관련 기사 :함대마을 용기 전북 대표가 되던 날
http://omn.kr/k32k)부터 홍보를 맡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전라북도 대표로 확정된 후 매주 화요일은 풍장패 연습, 금요일은 두레패 연습, 토요일은 총연습을 했다.
한국전통문화의 전당, 전주한옥마을, 전주 전통문화관 등지에서 백중공연 등을 하며 실전 감각을 길러왔다. 직접 공연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늘 함께 하며 홍보를 했다.
한국민속예술축제가 끝난 후 어떤 자리에서 축제관계자로부터 "심사위원들마저 전주기접놀이 공연에 감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구순의 나이에도 전주기접놀이를 이끄시며 공연에 직접 참여한 임양원(89, 전주시 삼천동 ) 회장님과 7,80대 원로회원들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바지를 걷어붙이고 열연을 벌이던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심사 발표 전 서연호 심사위원장(75,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 "한국민속예술축제는 공연의 기량을 평가하는 대회가 아니기에 각 마을 주민들이 실제 참여하는 것에 큰 점수를 주며 전문 연주인을 급조해 참여하는 것은 철저히 배척했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150여명 단원들이 연습과정에서 보여준 열의에도 여러 번 감명을 받았다. 하지만 대회가 임박해 세심한 부분까지 일일이 준비해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 여러 사람들의 정성과 성원에 더 큰 감명을 받아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 용기 두 개를 새로 제작했다. 이번에 용기를 그린 화가는 기접놀이의 유래마을 중 하나인 중인리 출신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고석엽(85, 전주시 중인동)님이다.
고 화백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원로화가로 조계사 탱화, 전주 전동성당 성화 등을 그리셨다고 한다. 전시회 준비 등으로 바쁘신 중에도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정성을 다해 상상속 동물인 용을 사실감 있게 표현해주셔서 큰 찬사를 받았다.
한국민속예술축제의 출정식인 "제57회 한국민속예술축제 대통령상 기원 및 용기 점안식(點眼式)" 고사상 음식은 심영배 총감독 어머님 하달주(89, 삼천동) 여사님이 손수 준비하셨다.
연로하시고 인공관절 수술을 하신 가운데에서도 큰아들이 하는 일인지라 떡과 과일을 장만하고 밤을 일일이 까는 정성을 보이셨다.
전주기접놀이의 공연이 있었던 10월 16일(일요일),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우리는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대회장에 도착해 주최측이 준비한 비닐우의를 받던 때였다.
'북은 내 심장이다'라며 공연 때마다 열정적인 연주로 전체를 리드하던 박병숙(47, 서서학동)씨가 "어자피 진창이고 공연이 논매기이니 이까짓 우의는 벗고 맨발에 바지를 걷고 공연에 임하자"라고 제안했다. 7, 80대 원로 단원들까지 동의하고 따라줘 감동의 공연이 될 수 있었다.
열정적인 박병숙님의 공연에 감동한 모 지방 공연대표는 공연 후 일부러 찾아와 "오래 농악을 해왔지만 북이 상쇠처럼 공연 전반을 리드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정식으로 초대 할테니 꼭 자기 지역을 방문해 달라"는 일이 있었다.
2005년 장애를 입고 긴 세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며 치열하게 재활했다. 재활의 최종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온 시점에 건강한 사회인의 자리에서 (사)전주기접놀이와 함께 한 지난 날들은 바빴지만 참으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번 57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전주기접놀이는 전라북도 대표민속에서 대한민국의 대표민속이 되었다.
긴 시간 함께 해온 존경하는 영배 형님에게 전주기접놀이에 참여하며 "대통령상 수상 후 세계문화의 중심에 전주기접놀이가 당당히 자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던 적이 있다.
10월 27일(목요일) 전주시청 잔디광장에서 "제57회한국민속예술축제 대통령상 수상 사은 축하공연을 가진다. 생활 속에 살아있는 민속을 추구하는 전주기접놀이가 대한민국 대표민속을 넘어 세계문화의 중심에 자리하기 위한 위대한 첫 걸음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불로그, 기접놀이 까페등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