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청춘이 나래를 펴던 스무살 시절, 바둑반 서클활동으로 MT를 간 것이 학교앞 여관이었습니다. 상품을 하나 걸고 밤새 바둑을 두는데 자정 무렵, 후배 하나가 카운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어린이 명작동화 좀 틀어주세요."

의아했지요. '쟤는 이밤에 무슨 동화야…'

조금 후, 이상한 소리에 바둑판에서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에 대한 일종의 신비감과 성에 대한 은밀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칙칙한 여관방에서 밤새 피워대는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그 충격적인 장면들 뿐만 아니라 나 혼자도 아니고 여럿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그 첫경험은 마치 새하얀 광목에 붉은 페인트를 화악 끼얹은 듯한 역겨움과 당혹감이었습니다. 두던 바둑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도 안나고, 근 일주일 동안 자려고 누우면 그 장면들이 지나갔고, 밥을 먹거나 강의를 들을 때도 사람을 괴롭혔습니다.

대개 처음 '성'은 호기심과 욕망으로 자리잡는 것이 제게는 당혹감과 불쾌함으로 먼저 다가왔기에 더 힘들었나 봅니다. 그 위에 욕망이 덮씌워졌으니 '성'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 도무지 몰랐습니다.

'성'이 누구에게는 욕망의 대상이고, 누구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누구에게는 과시의 대상이고, 누구에게는 아름다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성'을 대하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처음 그 시뻘건 페인트는 제 '몸'에 뿌려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뿌려진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의 눈높이를 보면, 욕망과 과시의 욕구 사이에 걸쳐있어 보입니다. 선정적인 광고들이나 다양한 매체들이 끊임없이 그 욕구를 자극합니다. 성이 욕망과 과시로 드러날땐 경쟁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무리속에 이성을 차지하려 하고, 또 성적 매력을 뽐내기도 하지요.

여타 호랑이에게 물리면 웬만해서는 병가지상사라고 회복이 되는데, 이 호랑이에게 잘못 물리면 도저히 회복할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성'에 대해서는 조선시대적 칼날을 들이대기 때문이지요. 중년의 위기에 첫번째로 걸림돌이 될 만큼 다반사는 물론이요, 종교계, 정치계,  문화계,  교육계 전 사회영역을 막론하고 이 호랑이가 위세를 떨칩니다.

인간이 성 본래의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한 문제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성'이 하늘로부터 몸을 부여받아 누릴 수있는 기쁨과 아름다움의 대상이게 하려면 '성'에 대한 내 자세를 돌이켜 봐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가 어떤 태도인가 살펴보면 알수 있습니다. 배우자와 대화할 때 성적 욕망을 느끼지 않는다면, 식사할 때 욕망이 분출하지 않는다면, 관계를 가질 때에도 순간적인 욕망을 채워 만족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때 무엇을 하든, 매번 다른 사람이 아닌 동일한 내가 그 행동의 주체입니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행동들의 가장 근원적인 마음 자세는 사랑이어야겠지요. 배우자뿐 아니라 다른 이성과 함께 있을 때 내 태도가 어느 순간 끓어넘치는 욕망이냐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냐에 따라 그 행위가 표출 됩니다. 그것이 성적 욕망에 가리워지면 사랑하는 사람이든 누구든 자신의 욕망을 채우게하는 도구가 되지요.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가서 도우미를 부르는 것은 술 기운 때문이 아니라, 성에 대한 내 의식이 타인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경우 많은 중년들이 이성과 특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의식이 가진 성적 욕망으로 인해 이성을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아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그러한 성적 욕망이 아름다운 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됩니다. 그 욕망이 채워지지 않을 때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채워져도 욕구에 대한 만족에 그칩니다.

이성과 함께 있을 때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 내 자세가 타인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올 수 있습니다. 성에 대한 욕망은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욕망이 아닌 사랑의 자세로 '성'을 인식하는 태도에서 성 본래의 아름다움이 드러날 것입니다.

사랑과 욕망 욕망은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그 욕망이 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리는 장애물이 됩니다.
▲ 사랑과 욕망 욕망은 언제나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그 욕망이 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리는 장애물이 됩니다.
ⓒ 전경일

관련사진보기


*****



#사랑과 욕망#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