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와 민심을 등진 채, 개각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전 의원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각각 경제부총리와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됐다.
여야 모두 거국중립내각을 논의 중이고 정치권 일부와 많은 국민들이 하야·탄핵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불통 행보에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더 큰 시련 맞닥뜨릴 것"
당장 야권에서 강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주재하던 도중 "아직 대통령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느낌이 든다"라며 "최순실 내각을 정리하도록 했더니, 또 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 대표는 "법치와 정의를 무너뜨리고 헌정 질서를 혼돈의 도가니로 밀어 넣은 장본인인 대통령이 최근에 한 일은 90초 짜리 사과와 정치검찰의 대명사인 최재경 민정수석을 임명한 것"이라며 "이는 검찰을 여전히 손아귀에 쥐고 최순실을 사수하라는 의미였다. 오늘 개각도 바로 그 코드에 맞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제 모든 상황이 분명해졌다. 박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정국을 돌파하겠다고 결심한 거다"라며 "상황을 이렇게 안일하게 보고 자기의 국정 주도권만 보는 독선적인 대통령에게 정말 절망을 느낀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 도중 "박근혜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은 뒤로한 채, 인사 국면으로 (사태를) 호도하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야당에 한 마디 상의 없이, 사전 통보도 없이 총리, 부총리, 일부 장관을 개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인사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이 작태를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이번 개각은) 국민들의 더 큰 탄핵·하야 요구, 촛불을 유발하게 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