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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 서른 일곱

지난주 서울에 사는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지금 무주에 한 달만 있으려고 와 있다. 놀러와라~'
'갑자기 웬 무주? 혼자?'

무주 산골 펜션에 방을 빌려서 있다고 합니다. 수은주가 뚝 떨어진 어제는 카톡을 보냈습니다.

'산이라 더 추울텐데 어떠냐. 많이 심심하지.'
'어, 외로운거 빼면 잘 적응하고 있다.'

산골에서 혼자 한달 보내기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가끔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의외로 큰 수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개 혼자서는 한달 아니라 일주일도 쉽지 않습니다.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평상시에 아무것도 안하고 한시간 앉아있기가 어렵지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적 여유란 즐거움일 수 있지만 산골에서 혼자 그 많은 시간을 보내기란 아주 '큰일'입니다. 그런 경우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게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삼시세끼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는 것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독거노인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요, 외로움을 이겨내는 일입니다. 말벗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종일 일년 내내 혼자서......

그 외로움을 못견디는 노인들이 일을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보면 외로움이라는 것이 꼭 누구와 함께 있는다고 다 채워지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중년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중 하나가 이 '외로움'일 것입니다. 그것이 가족을 통해 채워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슴속 뭔가 휑한 그것을 술로 달래보기도 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모임에 나가 보기도 하고, 이성을 찾아가기도 하고,스포츠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뭔가 하는 동안에는 그 외로움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시들해지먼 또 뭔가를 다시 찾을 겁니다. 가득함이 고일 새 없는 밑빠진 독 같은 이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크기가 다를 뿐이겠지요.

외로움은 고립됐다고 느껴지는 분리감에서 옵니다. 세상으로부터의 분리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세상 한복판에 사는 도시인들의 외로움을 지켜보면 본질은 다른데 있어 보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은 근원적으로 우리 자신이 자기 존재의 원천에서 분리된 것같은 고립감입니다. 함께 있으면 덜 외로워도 그 외로움의 근원은 타인이나 세상으로부터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서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만만찮아 보입니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의 근원으로부터의 분리감은 환상입니다. 내게 있는 거대한 원천은 나와 분리된 적이 없습니다. 바닷속 물고기가 거대한 대양을 느끼지 못하고 이리저리 어딘가를 향해 헤엄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근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뿐 그 분리는 불가능합니다. 분리감이 줄어들수록 외로움이나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강박이나, 혼자 있을 때의 심심함이 줄어들 것입니다.

성철과 법정께서 홀로 산속에 기거하실 때 그들이 느끼는 심심함과 외로움은 지극히 작았을 것입니다. 사람이 아닌 자연과 하나되는 법을 배우셨을 테니까요. 그들에게는 그것이 삶이었듯이 외로움도 우리 삶에서 적잖은 일부이고 근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언젠가는 독거노인처럼 홀로 지내야 되는 때가 오면 더 외롭겠지만 그 분리감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평생 찾아옵니다.

때로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지내보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계가 삶에 기름칠을 해주는데는 엄연한 한계가 보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위로가 되기도 하나 그때뿐이요, 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고 집착이 생깁니다. 우리 모두가 이땅에 함께 와서 함께 가는 것 같은 충일함은 내 존재의 근원을 자각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근간 무주 산골을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고독  '나'라는 존재의 근원으로부터의 단절감은 환상입니다.
▲ 고독 '나'라는 존재의 근원으로부터의 단절감은 환상입니다.
ⓒ 전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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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분리감#성철#법정#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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