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년사에서 지난 2016년을 평가하는 부분을 보면, 이전과 명확히 달라진 부분이 등장한다. 바로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완료 형' 표현이 등장하는 점이다.
"2016년은 우리 당과 조국력사에 특기할 혁명적 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습니다.""지난해에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2016)2015년은 뜻깊은 사변들과 경이적인 성과들로 수놓아진 장엄한 투쟁의 해, 사회주의 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높이 떨친 승리와 영광의 해였습니다.(2015)지난해는 당의 영도 밑에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최후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조선의 불패의 위력을 떨친 빛나는 승리의 해였습니다. (2014)지난해는 전당, 전군, 전민이 당이 제시한 새로운 병진 노선을 받들고 총공격전을 벌여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자랑찬 해였습니다. (2013)지난해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당의 령도 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 완성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력사적인 해였습니다.이와 같은 평가에 이어 2017년 신년사에서 밝힌 국방 부문의 성과는 대략 5가지로 다음과 같다. 1) 첫 수소탄시험 2)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3) 핵탄두폭발시험 4) 첨단 무장 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5)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
만일 단순히 위력적인 무기를 개발한 수준이라면 '전환을 이룩'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2015년 신년사에 등장하는 표현, 즉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개발 완성하여 혁명무력의 질적 강화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정도의 평가만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획기적 전환'을 '이룩하였다'라는 '완료 형'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과대포장해서 발표하는 정부 문서를 뭘 그리 꼼꼼하게 분석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같은 종류의 문헌에서 왜, 무엇이 변화하였는지도 북한의 변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전에도 '전환'이라는 말은 사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표현은 모두 '전환하여야'한다는 요구와 의지 정도로 표현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번에 등장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표현은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나타내기 위함인 듯하다. 마치 Stage 1을 끝내고 새로운 Stage 2로 넘어간다는 것을 표현한 듯하다.
그렇다면 2016년 국방 부문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단순한 무기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2016년 3월에 처음 등장한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의 도입지시가 있다. 이 지시가 완료되었다는 언급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이 부분의 변화가 일단락되어 '전환'을 언급한 게 아닌가 추정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일한 체계로 모든 사회를 구성하려는 '유일 지도체계'를 추구한다. 일반 사회는 물론, 당, 군 모든 부문에서 유일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발전이자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에 등장한 '전략적 핵 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도입 선언은 핵 관련 시스템을 완전히 독립적인 체계로 '새롭게' 구성하자는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 노선이 채택되면서 핵 관련 시스템이 일반 경제와 별도로 구성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2016년에 그 결실을 보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의 1단계(stage 1)가 마무리되고 2단계(stage 2)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3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과 핵탄두 폭발시험은 단순히 핵무기를 구성하는 '기술 개발'시험이기보다는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핵 무력 운용'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개발을 멈추게 하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개발이 완료되지 못하면 무기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무기가 이미 개발되어 운용단계로 넘어가면 핵무기를 없앨 수 없다. 단지 할 수 있는 일은 동결이나 축소뿐이다. 설령 폐기에 대해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폐기되었음을 검증할 방법이 '전무'하므로 실질적인 폐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북한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기 및 검증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싫으나 좋으냐 없앨 수 없는 '존재'를 모르쇠로 부정만할 수 없으니.
핵무기 개발 동결 가능성 제시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핵 stage 2의 첫 번째 조치를 예고하였다. 2016년에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ICBM을 만들기 위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위력적인 무기 그 자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인공위성 발사시험 때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서류를 보면, '준비가 끝났다'는 서류 위에 언제 어느 때 시험하라는 명령을 수기로 내렸다. 즉 북한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시험 발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이면 ICBM을 시험 발사할까? 이에 대한 추측 근거가 2017년 신년사에 짧게 나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 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입니다."조건문으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재해석해보면, 1) 핵 위협, 공갈 하지말고 2)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표현은 두 번 째 조건에서 "문전 앞에서"라는 단어이다. 이전 신년사와 달라진 이례적 표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전앞이 아니라 멀리 가서 하면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3월에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축소, 폐기하거나 훈련장소를 바꾸어 한반도 근해가 아닌 먼바다에서 진행한다면 ICBM시험발사를 안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진행한다면 시험발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공을 한국과 미국에 넘긴 것이다.
"과학기술적 성과 많이 거두었다" 지난 2016년을 평가하면서 국방 부문의 성과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과학기술 부문의 성과였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한데 이어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에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하고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자랑찬 과학기술적성과 들을 련이어 내놓았습니다."이와 관련, 북한은 모두 4가지 성과를 거론하였다. 1)지구관측위성 《광명성-4》 호 성과적으로 발사,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 3)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 4)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 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 등이다.
그런데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을 국방 부문의 ICBM 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내용과 연결하면 외교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포석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인공위성 발사체나 미사일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고속의 기체를 뒤로 뿜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본체(인공위성 혹은 탄두)를 가속하는 원리가 기본이니. 따라서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과 미사일 발사체 기술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할 때 외부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사실, 북한의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는 모양이 달라 실제로는 둘을 구분해서 운용하는 듯하다. 그래도 외부에서는 둘 다 똑같이 '미사일'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다).
아마도 뭔가 협상이 안 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에 북한은 정지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ICBM이 한국과 미국의 '행동'에 따른 반응이라면, 정지위성은 '무대응'으로 나올 때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지위성을 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먼저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정지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2017년에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정지위성를 쏘려고 시도할 수 있다. 분란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본보기 수준 향상 : 무인화 단계 진입과학기술 부문에서 거둔 세 번째 성과인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한 것은 북한 경제가 새로운 기술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무인화'이고 두 번째는 '본보기 생산체계'이다.
우선 '본보기 생산체계'의 의미를 살펴보자. 규모가 크거나 계획적인 활동 대부분이 그렇지만, 연구 개발한 결과를 한꺼번에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 좀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적용해야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범', '시범', '본보기'를 만들어 운용한 다음, 예상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실전에 도입한다(북한 혹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적인 것이다).
북한에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한동안 운영한 다음 실제 생산에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끝났고 세밀한 부분까지 정책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이번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앞으로 모든 실제 생산현장의 변화가 '무인화'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무인화'는 말 그대로 사람이 없더라도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게 '자동화된 기계설비들'로 생산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즉 'CNC(자동숫자조동장치,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시닝센터라고도 부른다)'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현장을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개조,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제시했다.
1) "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 설비로 바꾸는 단계" 2) "공장의 한개 구역을 CNC 설비들로 장비하고 콤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 생산체계의 확립단계"3) "콤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4) "생산공정들을 무인화하는 단계"1) 우선, 중요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부터 CNC 기술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2) 점차 그 규모를 늘려, 한 개의 '생산 라인' 전체를 CNC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조정, 통제하는 유연 생산체계를 확립한 다음, 3) '공장 전체'를 CNC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로보트화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이 담당하던 경영, 판단 등도 컴퓨터가 대신 처리하는 '통합생산체계'를 갖추어, 4)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될 정도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에 무인화 단계의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실제 적용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게 세웠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생산현장들을 일거에 '무인화'라는 최고 수준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실무적 준비가 되었다, 혹은 그러한 전망이 생겼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실제와 얼마나 맞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안 해봐서 평가 자체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책 내용상으로는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 "확립"했다이전 시기 신년사에서는 대부분 생산현장의 무인화보다 '현대화, 정보화' 정도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개최된 '7차 당 대회'에서 '무인화' 목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유연생산세포'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인 '통합생산체계'와 '무인조종체계' 확립을 목표로 동시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신년사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하였다는 완료 형 표현이 나온 것이다. 생산현장의 CNC화 단계를 한꺼번에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본보기 생산 공장의 무인화 달성 주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동하던 당시부터 조금씩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무인화된 기계 가공직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는 장자강 공작기계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의 무인화 직장은 "기계제품의 가공, 검사,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콤퓨터로 조종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도 먼저 무인화 체계를 만든 곳은 군수(국방공업) 부문이었다. 7차 당 대회에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정밀화,경량화,무인화,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무인화를 매개로 보면 앞선 국방 부문이 뒤떨어진 민수 부문을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2002년 정식화된 선군시대 경제발전 전략인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 농업 동시발전 전략'의 핵심이 군수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 등을 민수로 전환하여 전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의 무인화 관련 발언은 군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발전시킨 '무인화' 기술을 민수부문으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끝내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단계에 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2014년부터 도시 외형이 바뀌고 일반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7년에는 생산현장의 기술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런 정책의 시행을 위해, 기술적, 정책적 준비와 별개로 자본이나 자원의 준비가 필요하므로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대형 공사들이 마무리되고 별도 자본, 자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처음으로 등장한 '최고생산년도 수준' 돌파경제 부문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이 최고 생산 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 었다고 했는데 이는 7차 당 대회 때에도 등장하지 않은, 처음 등장하는 표현이다.
사실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표현은 단위별로는 로동신문 등의 보도에서는 이미 등장했던 표현이다. 2014년 삼지연군과 대흥단군 감자 생산이, 2015년 자강도 누에고치 생산이 최고생산년도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2015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가 최고생산년도보다 수만 톤 더 생산하였다는 성과였던 것 같다.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7차 당 대회 토론자로 나설 수 있었다. 앞에서 부문별 순서를 분석할 때에도 언급하였듯이 아마도 2014년, 2015년부터 건설, 건재 부문이 중요하게 언급되면서 대형 건설 사업이 진행되던 것과 연결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설 사업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를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자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는 프랑스 라파스(라파르쥬) 건재회사와 합작하여 '평양 상원 시멘트합영회사'를 만들었다. 이 합영회사는 2015년 '개건 계획 1'을 마무리하고 '개건 계획 2'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런 외부 자금과 기술의 공급이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가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앞으로 잘 살펴봐야 한다. (꼭 필요한 요소인지, 아니면 있으면 더 좋고 없어도 북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북한 주장으로는 후자이지만 전자인 사례들이 꽤 많으니.)
2016년에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단위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말고도 안변군 천삼 협동농장, 통천군 읍협동농장(알곡생산), 121호림업련합기업소(통나무), 신의주 마이싱 공장, 2.8직동청년탄광, 고산 과수 종합농장 등 꽤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 '최고생산년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북한에서 명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1980년대 후반, 즉 1987~1989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부터는 사회주의권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하였고 북한 경제도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문별, 생산 단위별로 조금씩 최고생산년도가 다를 테지만 대략 이 시기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이를 돌파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은 듯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통계를 숨기지만 성적이 좋으면 통계를 공개했기 때문에 조만간 자신들의 실적 등 수치화된 성과를 공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스스로의 다짐을 솔직하게 표현한 김정은
연설문 끝부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의 다짐을 솔직하게 표현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믿고 전체 인민이 앞날을 락관하며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력사 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헌신 분투할 것이며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분석하면서 '수령의 무오류성'을 깬, 이례적인 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령의 무오류성'은 북한 공식 문헌에 등장하는 표현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수령의 절대성'과 '당 정책의 무오류성'을 혼합한, 오해석이라 추정된다. 인간이 하는 일에 100%가 어찌 가능할까. 수령의 무오류성은 수령제 혹은 유일 체제에 대한 개인들을 잘못된 이해로 기인한 듯하다.
최고지도자 개인의 능력은 분명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을 수행하는 비서들에게 사정하기도 했다. 누가 뭐라 해도, 1990년대 북한 경제난은 최고지도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기 힘들다. 게다가 1980년대 이전 과학기술자들을 홀대했다는 반성과 함께, 과거 정책이 잘못되었음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시인한 적도 있다. 따라서 1)과 같은 표현은 신년사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은 맞지만, 이전에 없었던 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 아마도 연이은 수해피해에 대한 안타까움과 70일 전투, 200일 전투 등 속도전에 따른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2)에서 등장하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라는 표현을 자신에게 한 것이 매우 특이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이런 표현은 당원, 당일군에 대해 쓰는 표현이다. 따라서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최고지도자이면서 동시에 당일군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최고지도자도 당원으로서 자신들이 포함된 세포가 있고 그 세포비서에게 총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최고지도자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이런 조직 논리가 제대로 발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위와 같은 발언은 이제부터라도 이런 논리를 양성화하면서 당원, 당일군들의 분발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1월에 개최된 '세포비서대회' 와 2016년 12월에 개최된 '초급당위원장대회' 등을 통해 기층 당원, 당일군들을 '사상투쟁'에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한 조치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하여튼, 로동당 당원들은 이보다 더 가혹한 자기비판을 해야 할 테니 2017년은 그들에게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듯하다.
이 문장들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6년 신년사에도 빠르게 지나가긴 했지만 분명 인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오히려 남한에서 더 높은 존재로 인식하는 듯하다.
기존의 해석에서 나온 잘못을 하나 더 바로잡자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령도자"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김정은 사망 5주기를 기점으로 한다는 해석은 잘못되었다. 이런 표현은 이미 이전부터 쓰고 있던 표현이다. 다만 이번 신년사 앞에 '최고령도자'라고 쓴 것은 이번에 처음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