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둘째 동생 반기호(63)씨가 형의 '후광'을 이용해 미얀마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얀마 현지 기사내용과 미얀마 정부 계정 페이스북을 통해서 2015년 1월 21일 반기호가 직접 참석한 보성파워텍과 미얀마 정부 간의 사업회의에 '유엔 대표단'까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반기호씨는 최근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낸 미얀마에서 '유엔 대표단'이라는 직함을 달고 현지 사업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즉, 유엔이 개입할 수 있는 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미얀마에서 유엔 사무총장에 재임 중인 형의 영향력을 이용해 특혜를 얻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실제로 반기호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보성파워텍의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미얀마 송전탑 수출 관련 업무 및 감리를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엔 전문 탐사보도 매체인 <이너 시티 프레스>의 매튜 러셀 리 기자도 같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한 인터뷰에서 "미얀마 정부(산업부) 웹사이트에서 반기호가 유엔 대표단의 일원이라고 했고, 반기호는 미얀마에서 사업을 했다"며 "이것은 명백한 이해관계의 충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남동생이 유엔 대표단에 속해 있다는데, 미얀마 정부 측에서는 과거의 군부(독재) 및 현재 로힝야 난민 등의 문제로 인해 유엔으로부터 오랜 기간 비판받아 온 상황에서 당연히 수주를 허락해주지 않겠나"라면서 자신의 문제제기 후 해당 웹사이트에서 반기호씨 관련 내용 일부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정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해당 홈페이지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지만 다른 현지 미얀마 정부 포털 기사와 미얀마 정부 계정 페이스북에서는 해당 내용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미얀마 페이스북 계정에는 반기호씨와 미얀마 정부 관계자, 유엔 인사로 보이는 관계자가 함께 찍힌 사진도 발견됐다"면서 "민간사업자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엔 대표단이 관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유엔 대표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D파워의 '유엔 컴팩트글로벌' 가입 때도 특혜 의혹"
이 의원은 반기호씨가 2012년 신재생에너지 기업 'KD파워'의 사장으로 재임했을 당시에도 형인 반 전 총장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얀마 사업 진출에 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반기호씨는 2010년 KD파워 사장에 취임했고 KD파워가 미얀마에 진출한 2012년 9월 21일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했다"면서 "유엔 글로벌컴팩트 가입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에게 직접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유엔 글로벌컴팩트는 지난 2007년 유엔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 모임으로, 이에 가입하면 유엔 조달 시장 정보를 제공받고 유엔 글로벌컴팩트 비즈니스지도자 포럼에 초청되는 등 혜택을 받게 된다.
즉, 반기호씨가 반 전 총장을 통해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해 'KD파워'를 '세계적인 모범기업'으로 포장해 미얀마 사업 진출에 도움을 얻었다는 요지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KD파워가 2015년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당한 것을 그 근거로 삼았다. 유엔 글로벌컴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만큼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에 관한 10대 원칙을 실현했다는 이행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의무로 삼고 있다. 그러나 KD파워는 2015년 9월 이러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엔 글로벌컴팩트에서 제명됐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KD파워는 미얀마에서 2012년 4월부터 태양열 사업을 하고 있지만, 환경파괴적인 석탄화력발전소, 망간채광 사업도 하고 있다"며 "KD파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유엔 글로벌컴팩트의 10대원칙 중 하나인 친환경 원칙과는 멀어 보이는 사업들"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KD파워가 미얀마 태양광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2012년 4월은 공교롭게도 반기문 당시 사무총장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던 시기"라고도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이 동생의 기업인 KD파워의 유엔 글로벌컴팩트 가입만 아니라 직접 방문을 통해 미얀마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한 것이다.
이 의원은 "반 전 총장은 (미얀마 방문을 통해)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경제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까지 했다, 형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이라면서 "반 전 총장은 KD파워의 유엔 글로벌컴팩트 가입과 관련해 특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호씨, 유엔 직원 직함 사용한 적 없어"반 전 총장 측은 "반기호씨가 유엔 직원 직함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매튜 러셀 리 기자가 이날 인터뷰에서 "(반기호씨가) 교전지대인 중국의 시안 지역에서도 광산업 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도 "반기호씨는 광산사업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반 전 총장 측은 "허위사실 보도나 무차별적인 인용 보도에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분석) 고정미(아트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