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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특수학교 여수여명학교 졸업식 유치원 졸업생 2명, 초등생 8명, 중학생 17명, 고등학생 10명, 고교 졸업 후 2년의 전공과 졸업생 19명 등 56명이 14일 이 학교 제육관에서 함께 졸업식을 가졌다.
▲ 장애인 특수학교 여수여명학교 졸업식 유치원 졸업생 2명, 초등생 8명, 중학생 17명, 고등학생 10명, 고교 졸업 후 2년의 전공과 졸업생 19명 등 56명이 14일 이 학교 제육관에서 함께 졸업식을 가졌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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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했어요!"

졸업식 현장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고,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장애인 특수학교를 다니며 14일 졸업한 지적장애를 가진 문아무개(22)씨가 취직했다고 즐거워한다. 

여수의 장애인 특수학교인 여수여명학교가 14일 졸업식을 가졌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장애를 가진 학생 37명(유치원 졸업생 2명, 초등생 8명, 중학생 17명, 고등학생 10명)과 고교 졸업 후 2년의 전공과 졸업생 19명이 함께 졸업식을 가졌다.

전공과는 여명학교에서는 상급학교여서 졸업하면 바로 사회로 나가야 한다. 사각모를 쓴 전공과 졸업자들이 사회 진출을 앞두고 서로 축하하며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그가 기자에게 자랑했다.

"나, 취업했어요."

그는 전공과 졸업생 중 유일하게 회사에 취업한 학생이다. 전공과 문씨의 반 담임인 김수림 선생님은 비록 취업한 학생은 한 명 밖에 없지만 장애를 잘 극복하면서 잘 살아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학생 한 명 한 명씩 일일이 상장을 전달했다. 이름이 새겨진 도장도 졸업생 모두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상장 위에는 전공과 졸업생들에게 선물로 전달된 도장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상장 위에는 전공과 졸업생들에게 선물로 전달된 도장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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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하려고 인터넷 검색해서 장애인 취업 공고를 보고 혼자 응시해서 취업을 했습니다. 지금 3개월 정도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힘들어 하지만 이제 잘 적응해 가고 있어서 믿음직스럽습니다.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 할당 몫으로 취업을 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구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봅니다. 근데 사회적 인식 수준은 좀 약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이번에 취업한 장애인 졸업생이 앞으로 잘 사회에서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졸업식장에는 취업한 졸업생 문씨를 축하해 주러 온 가족들이 있었다. 보육원의 젊은 사회복지사들이다. 그는 사정이 있어서 유아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고, 거기서 학교도 다녀야 했다. 그에게 보호자는 복지사였다.

 문씨를 축하하러 식장에 직접 온 젊은 사회복지사들. 이들은 '가족'을 축하하러 왔다고 말했다,
 문씨를 축하하러 식장에 직접 온 젊은 사회복지사들. 이들은 '가족'을 축하하러 왔다고 말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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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축하하러 온 주선희 사회복지사는 "우리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여서 축하하러 왔다"고 말하고, "이제 머잖아 헤어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취업도 했고, 나이도 찼고 그래서 보육원은 곧 퇴소해야 합니다. 머잖아 퇴소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요, 혼자 스스로 살아가기에는 아직 어려운 점이 있거든요. 보호받을 필요성도 있구요. 그래서 퇴소하면 '그룹 홈'이나 '장애인 자립체험관'을 안내해 주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문씨는 보육원을 떠날 것을 대비하고 하고 있었다. 그룹 홈이 좋을 것 같다며, 거기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여명학교 졸업식장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은 장애인이다. 한 졸업생은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늦게 도착해 꽃다발을 전해줄 졸업생을 못 찾고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김길성(60, 문수동)씨가 꽃다발을 들고 체육관 한 켠에 서있다. 그 역시 졸업생 가족을 축하해주러 왔다. 어떤 가족일까?

 또 다른 가족을 측하하러 온 올해 8년차 장애인 활동보조 경력의 김길성(60, 문수동)씨
 또 다른 가족을 측하하러 온 올해 8년차 장애인 활동보조 경력의 김길성(60, 문수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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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7년간 돌보는 장애인 친구가 졸업하거든요. 축하해주려고 왔어요. 올해 쉰 살이고 초등학교 졸업합니다. 지체장애 1급이고 여러 가지 복합 장애인인데요. 의사가 '3살 나이 수준'이라고 하거든요. 활동보조지원 2등급이어서 제가 한 달에 144시간씩 돌보고 있거든요. 입학 시켰고 또 졸업합니다. 7년간 제가 물론 활동비 받으면서 장애인 활동보조를 합니다만, 저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축하하러 온 겁니다."

그가 7년간 돌봐온 졸업생 장애인에게 지금은 곁에 가족이 없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4~5년 전에 몸이 불편해 어머니가 요양원으로 간 후로는 혼자 살았다. 그나마 어머니도 3년 6개월 전에는 돌아가셨다. 그래서 7년간 돌봐온 김길성씨가 보호자 자격으로, 가족으로 졸업식 축하하러 온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게재합니다.



#여수여명학교#장애인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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