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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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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마실을 갔는데, 아주머니께서 내게 묻습니다. 직장생활하는 아내 때문에 텃밭 가꾸며 혼자 점심을 때우는 내가 궁금한 모양입니다.

"요즘 뭐 해다 잡수셔?"
"묵은 김치에 뭐 그렇죠."
"혹시, 자매님 짠무 드시려나?"
"우리 집사람요? 잘 먹죠. 나도 좋아하는데!"


아주머니는 며칠 전 무짠지 독을 헐었다면서 짠무 세 개를 비닐봉지에 넣어주십니다. 먹어봐서 괜찮으면 더 갔다 먹으라합니다.

"어케 해 먹는지 알죠? 나박나박 썰어 찬물에 타먹든가, 채 썰어서 짠기 빼고선 양념에 무쳐먹으면 괜찮아요. 자매님이 어련히 잘 하겠지만..."

말만 들어도 입맛이 다셔집니다. 짠무에서 짠내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섞여있습니다. 잘 숙성된 것 같습니다.

예전 어머니께서 무짠지 담그던 일이 생각납니다. 짠무는 소금에 절인 염적무입니다. 어머니는 김장철에 쓰고 남은 무를 죄다 소금에 절였습니다.

무짠지 담는 것은 아주 간단하였습니다. 깨끗이 씻어놓은 무를 소금에 묻혀 항아리 속에 켜켜이 쟁입니다. 그리고 고추씨를 담은 자루를 얹고, 맨 위에 지푸라기를 구겨 넣습니다. 짜다 싶을 정도로 소금을 물에 풀어 붓습니다. 무가 떠오르지 않게 무거운 돌로 눌러놓으면 무짠지 담그는 일은 끝이 납니다.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담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무짠지를 담그면서 어머니가 누나들한테 하신 말이 기억납니다.

"고추씨를 넣어 무짠지를 담그면 매콤한 맛도 있으면서 색깔도 고와. 곰팡이 끼는 것도 막아 주고."

어머니만의 비법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가 담근 무짠지는 참 맛있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많이도 먹었는데, 그리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마땅한 반찬거리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무짠지는 여러 날 후딱 만들어서 먹는 소중한 밑반찬거리였습니다.

아내가 짠무를 보더니, 아주머니께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말을 건넵니다.

아내가 무짠지 냉국을 만듭니다. 무짠지를 이용한 냉국은 너무 간단합니다.

짠무를 나박나박 썹니다. 찬물에 한 시간 남짓 담가 짠기를 빼냅니다. 찬물에 썬 무, 다진 마늘과 쪽파를 숭숭 썰어 함께 넣습니다. 설탕대신 매실청을 넣고 휘휘 젓습니다. 시원하게 먹을 요량으로 얼음도 동동 띄웁니다. 붉은 청양고추와 참깨를 술술 뿌려 금세 마칩니다.

시원한 냉국이 추억의 맛으로 살아났습니다.

이웃집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아주머니, 우리 집사람이 짠무 몇 개 더 달라고 하대요?"
"자매님이 짠무 맛을 아시는 모양이네!"


아주머니께서 짠무 몇 개를 내게 들려줍니다.

내가 맛난 것을 또 얻어먹게 되어 "염치가 미제다!"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웃으십니다.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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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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