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시간이 왔습니다. 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 - 4월 4일 안철수, 국민의당 19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최근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앞서 주장한 대로 '안철수의 시간'이 왔다. 그러나 더불어 '안철수 검증의 시간'도 함께 온 모양새다.
13일 오전 SBS·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공개홀에서 열린 5개 정당 19대 대선 후보자 초청 합동토론회에서, 각 대선 후보들은 주도권 토론의 첫 순서로 안철수 후보를 꼽았다. 이들은 안 후보의 사드 배치(THAAD·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 관련 견해 등 주로 안보관·교육관에 대해 질문하며 검증 공세를 펼쳤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의 '교육 공약(학제 개편)'을 문제 삼았고, 심상정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안 후보의 태도 변화를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는 안 후보를 '유약한 리더십'이라며 공격했다.
문 후보는 특히 "(안 후보는) 결국 다음 정부에서 학제 개편을 논의하자는 건데 장기 과제가 아닌가. 그걸 무슨 교육정책으로 공약하냐"라 물었고, 안 후보는 이에 "(문 후보가) 제 정책을 잘 못 본 것 같다"며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계획을 합의하는 사회적 협의 기구이고, 여야 정치권이 포함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 연속성이 있도록 이번 기회에 만들자는 것"이라며 되받아쳤다.
문 후보가 이에 "(결국) 학제개편은 다음 정부에서 실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 되묻자, 안 후보는 단호한 말투로 "실행한다"면서도 "완성은 다음(차차기) 정부가 한다"고 답했다.
심상정·유승민 "안철수, 사드 입장 왜 바꿨나", 홍준표 "유약한 리더십" 공세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 후보의 '사드 배치' 태도 변화를 문제 삼았다. "안보 현안은 굉장히 오래된 현안이다. 몇개월마다 때때로 입장이 바뀌는 건 준비가 안됐다는 말(심상정)", "지도자는 중요한 국가 안보에 대해 소신과 철학이 일관성이 있어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다. 이렇게 몇 개월 사이에 말이 바뀌는데 대통령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유승민)"이란 질문이다.
안 후보는 이들 질문에 "여러 상황이 바뀌고 있다"면서 "사드배치에 대해 처음에 반대했던 이유는 (당시 정부가) 중국과의 의사소통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외교적 절차 없이 큰 국익의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 소신 밝히고 국민께 평가받을 따름"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경선 이후 '안보표'를 노려 입장을 바꾸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제 입장은 최근에 바뀐 게 아니라 일관되게 올해 초부터 주장했다"면서 "현재 사드가 이미 배치되고 있고 중국은 경제제재 중이고, 북한의 경우에도 더 많은 도발을 하고 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안 후보에게 "촛불집회 초기에 참석하다가 후기에 빠졌고, 사드 배치는 반대하다가 지금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이런 유약한 리더십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느냐"라고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안 후보는 "세 분(심상정·문재인·홍준표) 다 저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제가 제일 주적인 듯하다"면서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지금 창당 역사상 창당해서 40석 가까운 정당 이렇게 빨리 만든 사람은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라고 답변했다.
홍 후보는 또 이날 안 후보에 직접적으로 "안철수 후보는 우파냐 좌파냐"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여기에 "저는 상식파"라고 대답했다.
'대형 단설 유치원', '5·18 정신 삭제' 논쟁 이어져... 문재인-안철수 각 세운 토론
안 후보가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제한'을 약속했다가 논란이 된 것을 두고도 공세가 이어졌다.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유치원 공교육화에 찬성하면서 단설 유치원 설립을 억제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6000여 개 병설 교실을, (당장) 장소는 어디에 확보하나"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이에 "병설이니 가능하다. 지금 아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그렇게 할 적기"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또 "(제가 신설을 자제하자고 한 건) 대형 단설 유치원"이라며 "이런 유치원은 서울의 경우 100억 원, 200억 원 단위의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후보는 안 후보의 발언을 다른 측면에서 문제 삼았다. 그는 "우리가 병설이든 단설이든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라며 "대형은 제한(해야)하고 소형은 괜찮은가. 너무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영합한 것이 아닌가"라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에 "단시간에 비용 대비 효율로 빨리(해야)할 것은 병설 유치원을 짓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형 단설을 제한하는 것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제일 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안 후보는 "(그러나) 결국에는 사립원장들도 함께 끌고 가서 공교육에 편입시켜야 한다"며 재차 정당성을 주장했다.
한편 문 후보는 정책검증 토론시간에서도 안 후보와 각을 세웠다. 문 후보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시절, 안 후보가 정당 강령에서 5·18 광주 정신, 6·15 남북 공동선언 등을 다 삭제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이에 "그렇지 않다. 실무선에서 논의 과정에 잘못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저는 바로 잡았다"라며 "지금 국민의당 강령을 보면 모두 담겨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비판을 받아 철회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단호한 말투로 "그렇지 않다. 그때 잘못 알려진 흑색선전이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은 각 정당의 대선 후보 5명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 첫 합동토론회였다. 정책 검증토론, 주도권 검증토론 등 순서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녹화 방송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13일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