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등록을 앞뒀던 주말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일제히 '아동수당' 1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로 세월호 관련 기사와 함께 <문·안 아동수당 10만 원... 대상·재원마련 논쟁 예고>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안 두 후보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남성 육아 휴직 등 여러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였지만, 그중에서 가장 '핫한' 저출산 대책은 '아동수당 10만 원 지급'이란 내용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0~5살 모든 어린이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안철수 후보는 "소득하위 기준 80% 대상 만 0~11살 어린이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는 보도입니다.
이른바 복지국가로 불리는 선진국들이 대부분 '아동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아동수당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 당시부터 영유아보육료 지원과 차별적인 양육수당 지원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시민기자로서는 문·안 두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에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복지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적인 양육수당 제도를 바로잡는 겁니다. 그럼 지금부터 두 후보가 제안한 아동수당 공약의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동수당 언급했지만...
먼저 안철수 후보 공약은 '보편적 복지' 논쟁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더욱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논란 끝에 보편적 무상급식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2012년 대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도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유아보육료(교육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상위 20%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안철수 후보 측 주장이겠습니다만, 아동수당으로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를 나누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또 0~11살 아이를 둔 대한민국 모든 가정을 소득 하위 80%와 상위 20%로 나누기 위해 또다시 복지 행정력을 낭비할 까닭이 없다고 봅니다.
부모가 소득 상위 20%에 해당해도 똑같이 아동수당을 주고, 대신 소득이 많은 부모가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면 아동수당으로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로 나눌 필요도 없고, 소득 하위 80%를 찾아내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동수당 도입에 필요한 연 5조 1천억 원 재원 마련의 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안철수 후보의 아동수당 도입 공약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문재인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이 탁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후보는 소득에 상관없이 아동수당(0~5살 아동에게 월 10만 원)을 똑같이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것만 빼고 안 후보처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문 후보 선대위 홍종학 정책부본부장은 "현재 시행 중인 양육수당과는 별도"라고 하였더군요. 그렇다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영유아 보육료 지원(0세 기준 월 82만 원)과 별도로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게 되고, 엄마가 직접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에는 양육수당 20만 원과 아동 수당 10만 원을 받게 됩니다.
문 후보의 아동수당 도입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복지 선진국 공약'입니다만, 영유아보육료 지원의 1/4 수준인 현행 양육수당 지원의 차별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공약이라고 생각합니다.
0~5살 아동에게만 월 10만 원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무늬만 아동 수당'이지 새로운 복지 제도의 도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아동수당 수급 대상에 만6세 이상 아동이 포함되지 않으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0~5세 아동들의 영유아보육료와 양육수당을 각각 10만 원 인상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에서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유아보육료와 양육수당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심상정 의원 역시 영유아보육료와 양육수당에 대한 고려 없이 "0살부터 고등학생까지 월 10만 원 지급을 약속"하였기 때문입니다. 대상 연령이 고등학생까지로 늘어난 것을 빼면 문재인 후보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공약의 기본은 '차등 지원'입니다. 영유아 시기 가정 양육수당을 2배 인상하고 아동수당 15만 원 신설을 약속 하였습니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5단계로 차등지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영유아보육료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양육수당을 2배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현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양육수당을 인상하는 대신 소득에 따라 5단계로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자리 잡은 보편적 지원을 차등지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홍준표 후보가 경남도지사 시절 '무상급식' 논란이 인 것처럼,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엄마가 키우는 아이는 왜 차별받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는 보육료 지원 현실화와 양육수당 도입 공약으로 경쟁하였고,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후보는 부모 소득과 상관없는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을 도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아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 엄마(혹은 가족)가 돌보는 아이들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만 0세를 기준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월 82만 5천 원을 지원받는데, 집에서 엄마가 직접 아이들을 키우거나 엄마, 아빠가 직장을 다니면서 할머니, 외할머니 혹은 이모, 고모 등 친척이 돌봐주는 아이들은 양육수당 20만 원을 지원합니다.
엄마가 직접 키우는 아이들은 양육수당 20만 원을 지원받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받는 지원금 82만 5천 원의 약 25%밖에 지원받지 못합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영유아 보육과 유아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고 공약했지만, 엄마가 직접 키우는 아이들은 국가가 1/4만 책임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불평등과 차별 지원을 바로 잡으려면 '아동수당' 도입은 반드시 영유아 보육료 지원체계 및 양육수당 지원과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지난 4년간 시행된 영유아 보육료 지원 및 양육수당 지원의 불평등과 차별을 바로 잡으면서 아동수당을 도입하려면 바른 정당 유승민 후보의 공약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유승민 후보는 "현재 양육수당을 2배로 인상하되 아동수당은 초·중·고등학생까지 월 10만 원씩 주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다섯 명의 대선 후보 중에 아동수당 도입을 제안하면서, 현재 시행 중인 양육수당의 차별지원 문제를 동시에 검토하여 제안한 경우는 유승민 후보가 유일합니다.
위 표를 보면 유승민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아동수당이 2배로 인상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 가정에서 엄마가 키우는 아이들의 국가 보육 지원의 차별이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0~5세는 이미 시행 중인 양육수당으로 지원하고 아동수당 도입은 6세 이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들은 아동수당 지원 대상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유아 보육료와 양육수당의 심각한 차별을 해소하면서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5세 양육수당으로 현실화... 아동수당은 6세 이상 바람직"지난 2012년부터 영유아 보육 지원체계를 검토해 온 김기현 위원장(한국YMCA 유아교육위원회/ 부천YMCA사무총장) "대선 후보들이 아동수당 공약을 내세우면서 기존 영유아보육료와 양육수당과 연관 지어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YMCA가 2012년부터 차별적인 양육수당 지원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기해 왔다"면서 "0~5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영유아 보육료 지원하고,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부모나 가족이 양육하는 경우 양육수당으로 지원하고 아동수당은 만 6세 이상 아동에게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의 아동수당 도입 공약은 환영합니다. 하지만 현재 시행 중인 영유아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지원의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 보완하지 않고 아동수당 10만 원을 제안한 공약은 아쉽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동수당은 현재 시행 중인 영유아보육료 및 양육수당 지원 문제와 반드시 함께 연동하여 검토되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이윤기 시민기자는 YMCA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