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세력들이) 오는 5월 9일에는 명확하게 판단하리라고 본다. 다른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6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 당시 발언)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일명 '태극기 세력', 즉 극우 진영의 표심을 연일 껴안고 있다. 흩어지는 보수 민심에, 남은 대선 기간 '막판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18일 출마 당시만 해도 '대란대치(大亂大治)'를 강조하며 촛불과 태극기, 양 민심의 통합을 강조했던 그였다.
꺼내는 이슈마다 '극우' 주장과 맞닿아"동성애 때문에 우리나라에 에이즈가 창궐하고 있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동성애 반대' 논란은 홍 후보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25일 열린 4차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군대에서 동성애가 심하다, 어떻습니까"라고 운을 띄운 뒤, 문 후보가 "반대하죠"라고 답하자 "(문 후보에게) 동성애에 반대하는 거죠?"라고 재차 물었다. 성 소수자 차별 문제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앞선 질문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성 소수자 차별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진영에는 일부 극우 세력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12일 태극기사랑회, 애국단체총협의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의 단체는 '동성애·동성결혼 합법화 저지를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 후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화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5.18 유공자 가산점은 동의하고, 군 가산점은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전날 토론회에서 '5.18 유공자 자녀 취업 가산점'을 거론한 것도 마찬가지다.
홍 후보는 당시 토론에서 5.18 광주민주항쟁 유공자 자녀들에게 취업 가산점이 주어지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군 가산점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문 후보가 "군대에 다녀온 분들은 호봉이나 국민연금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보상하면 된다"고 입장을 밝히자, 홍 후보는 "5.18 유공자는 줘도 되고 군 가산점은 안 줘도 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5.18 유공자 자녀 취업 가산점 논란은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 관련 가산점 제도는 5.18 유공자뿐 아니라 국가·독립 유공자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굳이 5.18 광주민주항쟁 유공자들의 사례만 들어 '가산점 논란'을 부추긴 것은 정치적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지난 17일 대구 유세에서도 5.18 유공자 자녀 가산점제도를 묻는 질문에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의원 등 상대 진영으로부터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 받은 바 있다.
특히 이 5.18 유공자 가산점 이슈는 일부 극우 단체에서 전단, 스티커 등으로 제작·유포해 한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 중앙시장 유세 당시에도 한 시민이 홍 후보에게 "5.18 문제 좀 관심을 가져 달라"며 관련 전단을 건네기도 했다. 당시 홍 후보는 이에 "아까 기자회견 했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같은 날 오후 1시 경기 평택 2함대를 방문, 보훈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주화유공자 유가족들에게 부여한 공직시험 가산점에 대해서도 과도하거나 치우침이 없도록 바로 잡겠다"고 공언했다. 홍 후보가 '보수 대통합'의 대상으로 지목한 남재준 통일한국당 대표 또한 지난 17일 '5.18 진실 알리기 전국 단합대회'에 참석해 5.18 유공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파 결집에 목마른 홍준표
"태극기를 들고 엄동설한에 전국에서 서울로 집결한 (태극기 부대의) 마음을 안다."홍 후보의 '극우 껴안기'는 유세 현장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역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종북 좌파가 겁이 나서 손을 대지 못했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종북 좌파를 반드시 색출, 척결하겠다"고 외쳤다. 그는 이어 "문제는 태극기 부대보다 촛불 좌파 부대가 먼저 (집회를) 시작하는 바람에 우리가 진 것이다"라면서 '태극기 좌중'을 위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태극기부대' 손잡은 홍준표 "종북좌파 색출해 척결하겠다").
홍 후보의 '우파 결집'에는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지원 사격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알려진 정갑윤 의원이 홍 후보의 과거 '성폭력 모의' 논란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약 고백'과 비교하며 두둔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바마는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라는 회고록에서 고등학교 시절 마약을 접했다고 인정했다"면서 "'마약 청년'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았듯이 홍 후보도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홍 후보는 또한 지난 20일 용인 유세 현장에서 "대구·경북이 뭉치고 있다"면서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은 홍준표에게 75%를 (결집) 해줄 자신이 있단다"라고 자신했다.
"진보 좌파 셋에 보수 우파 하나다. 이런 선거구도에서 보수 우파들이 못 이기면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우파 지향' 발언의 의도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홍 후보의 글에서 읽을 수 있다. 유일한 우파 후보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막판까지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황태순 평론가는 홍 후보의 '우파 결집' 노력에는 대선 승리뿐 아니라, 패배할 경우의 수까지 포함돼 있다고 봤다.
황 평론가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리멸렬한 우파 표를 가급적 집결하려는 것"이라면서 "20%를 넘는 득표를 한다면 (대선에서 지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야당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 대상은) 홍 후보의 표현대로 쉐임(shame) 보수, 창피해하는 보수들"이라면서 "의도적으로 보수적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