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들은 그들에게 과분한 칭호라고 보고 적절한 칭호는 저렴한 표현이지만 "쫄보" 라고 본다."바른정당 이준석 노원병(상계동) 당협위원장이 '분노'했다. 자당 의원들에게 '배신자'란 호칭이 과분하다며 시쳇말로 "쫄보"라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1일 밤 자당 의원 14명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탈당 및 자유한국당 홍준표 지지선언 관련 내용으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위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또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자당 의원들이 홍 후보를 면담하기 직전 아래와 같은 글을 적었다. 김 의원은 "지금 탈당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가 않다"며 "이런 웃지못할 코미디가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지금은 좌파정권이냐 우파정권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는 성숙한 정치, 바른정치를 실현한다는 생각으로 정치해야하는 것 아닐까. 정치에서 선거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수단이기도 하지만 선거 때문에 공당의 의원이 갑자기 탈당을 하거나 자당의 후보 아닌 다른 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절대로 후손에게 물려줘서는 안될 비민주적인 정치 행태라 본다. 공정한 선거를 통해 차라리 정권을 타당에 넘겨주는 것은 민주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결과다. 안타까워도 다수 국민의 선택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 역시 같은 시각 "2박 3일 경남, 부산, 대구, 제주를 다녀왔습니다"라며 "끝까지 간다"라는 제목의 자필 소감을 공개 했다. 유 후보는 이 글에서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며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다. 몇 달 해보고 실망할 거라면 애초에 길을 나서지 않았다"라며 대선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바른정당 탈당파, 유승민 버리고 홍준표에게 투항?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 바른정당 비유승민계 13명의 의원이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기로 결정하고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함께 이름을 올렸던 정운천 의원은 사흘 후 탈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지난 1월 창당 이후 3개월 만에 갈라지게 됐다. 원인은 당내 경선으로 선출한 유승민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었다. 앞선 지난달 24일, 의원총회를 연 바른정당은 유승민 후보에게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와의 '3자 원샷 단일화'를 압박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이은재 의원이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면서 파문을 낳았다.
그 사이 유승민 후보는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유세에 매진했고,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일부 보수층의 홍 후보 지지세가 뚜렷해졌다.
대한민국에 개혁 보수는 없다
"바른정당이야말로 탄핵에도 참가했고 개혁보수로 자처했었는데, 이번 사태는 개혁보수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산산이 쪼개질 것 같다."
2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유세 현장에서 유승민 후보를 만나 "굳세어라 유승민"을 외쳤다는 노 위원장은 "어제 모인 분들은 자유한국당으로 가려는 분들이고,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 일부는 국민의당으로 가려는 분들도 있다. 잔류파와 함께 세 갈래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PD수첩>을 연출했던 MBC 이근행 PD와 서울대 법학대학원 조국 교수는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의견을 남겼다.
"바른정당 절반이 홍준표에 투항하는 모양이다. 수구보수세력의 재결집이다. 적폐세력의 온존이고, 박근혜 구하기다. 진보의(국민의) 승리를 위한 결집도 더 강고해져야 한다. 대선투표, 그것이야말로 마지막 촛불이다." (이근행 pd)"정권교체와 사회개혁을 막기 위하여 간교한 정치공학이 난무하고 노골적인 '적폐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분열되었던 수구기득권 세력, 다시 힘을 합치고 있다. 좋다. 우리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힘을 모으자." (조국 교수)그만큼 바른정당 13인 의원들의 이탈은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난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탄핵'을 주장하며 "적폐 세력의 결별"을 선언했던 만큼, 이들의 원대 복귀 선언은 보수 세력의 과거로의 회귀로 읽힐 공산이 크다.
특히나 그간 장제원 의원이나 김성태 의원 등은 각종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왔기에 비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1일 밤 포털 검색어에는 홍준표 의원과의 면담에 나선 바른정당 의원들의 이름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야권 층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난부터 "그러려면 뭐 하러 탄핵 했나", "그래도 탄핵은 해줘서 고맙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노 위원장의 말마따나, 바른정당의 이 같은 행태는 대선을 코앞에 앞둔 상황에서 대선 이후 자신들의 입지만을 고려한 전형적인 "정치공학"에 따른 이합집산이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막말'과 '위법'도 아랑곳 않으며 "박근혜 보다 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후보와의 결합이야말로 "대한민국에 개혁보수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른정당의 막내"를 자처한 이준석 위원장은 "저는 담담하게 내년 보궐선거에서 기호 4번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차 아래와 같은 희망을 피력했다.
"오늘 우리 당의 다른 의견들이 지지자들의 귀에 닿기 전에, 우리가 추구하던 개혁보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개혁보수 시민들의 마음에 다시 한 번 불을 질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개혁보수를 세워보겠다는 초심으로 내일 다시 뭉칠 수 있다면 그것은 감동과 반전, 희망일 것이고, 정상배들의 꼬임에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저버리게 된다면 실망과 좌절, 나아가서는 우리가 꿈꿨던 개혁적 보수의 종언일 것입니다." 하지만 조기대선을 일주일 앞둔 지금, 바른정당은 '개혁적 보수의 종언'을 고하며 '적폐 세력'으로 회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