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표심'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에서 2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1위와 불과 0.5%p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역대 경남 지역 대선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이다.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1.1%(1342만 3784표)를 얻어 홍준표(24.0%, 785만 2846표), 안철수(21.4%, 699만 8335표), 유승민(6.8%, 220만 8770표), 심상정(6.2%, 201만 7457표)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했다.
경남은 전국 결과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36.7%(77만 9731표)를 얻어 홍준표 후보(37.2%, 79만 491표)보다 0.5% 적었다. 안철수(13.4%, 28만 4272표), 유승민(6.7%, 14만 2472표), 심상정(5.3%, 11만 3051표) 후보는 그보다 훨씬 낮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창원의창(37.2%, 홍 34.9%), 창원성산(41.7%, 홍 27.5%), 진해(36.1%, 홍 35.1%), 김해(46.7%, 홍 26.2%), 거제(45.7%, 홍 26.0%), 양산(41.9%, 홍 29.6%)에서 홍 후보를 따돌렸다. 창원은 노동자 중심 도시이고, 거제는 문 대통령의 고향이며 양산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이다.
경남지사를 지낸 홍 후보는 마산합포(45.9%), 마산회원(41.4%), 진주(42.3%), 통영(43.9%), 사천(45.7%), 밀양(46.1%), 의령(53.2%), 함안(45.5%), 창녕(57.6%), 고성(48.9%), 남해(47.3%), 하동(43.8%), 산청(51.6%), 함양(49.3%), 거창(48.8%), 합천(60.2%)에서 문 대통령보다 앞섰다.
경남 안에서 보면, 큰 도시 지역은 대체로 문 대통령, 서부경남과 농촌지역은 홍 후보를 더 많이 찍었다. 중동부경남은 문재인 대통령, 서부경남은 홍준표 후보가 강세였다.
2012년 대선 때 26.79% 차이... 이번에는 0.5% 표 차이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후보의 표 차이는 0.5%포인트였다. 경남지역에서만 역대 대선에서 가장 적은 표차이다.
2012년 12월에 치러진 18대 대선 때 옛 민주통합당으로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무려 26.79% 포인트나 낮았다.
17대 대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전 대통령은 55.02%를 얻어 12.35%를 얻었던 대민주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를 큰 표차이로 따돌렸다.
16대 대선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경남에서만 27.08%를 얻었는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무려 67.02%를 얻었던 것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경남에서 3위에 그쳤다. 경남은 15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55.14%,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31.30%였고, 김대중 대통령은 11.04%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홍 후보와 근소한 차이였다. 이는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변화다.
경남의 정치 변화는 지난 4월 12일 치러진 재보궐선거 때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경남 10군데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성향 무소속까지 포함해 6명이 당선했다. 이번 10곳은 모두 옛 새누리당이 차지하고 있었던 지역이다.
자유한국당 '반성' 태도 보여 경남지역 정당은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볼까?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전 국회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바닥에 있던 지지율을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는 후보도 애를 썼다"며 "그러나 우리가 오만했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같이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처음에는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염치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정당이다 보니 후보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새가 날려면 좌우 날개가 건강해야 하듯이, 한 쪽으로 치우쳐도 문제다. 최소한 보수가 하나의 날개로서 역할을 해갈 수 있도록 용서해주어야 한다"며 "보수가 변화와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권수 전 경남도의원(진주)은 "도민들이 보수한테서 마음이 많이 떠난 것 같다. 보수의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밀어주는 지역이라 여겼는데,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도민들이 항상 지지해 주고 밀어주는 것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더 잘해야 하고, 도민을 잘 모시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선대위는 이날 논평을 통해 "다소 부족했던 점, 겸허히 그 결과를 수용하겠다. 앞으로 정책정당으로 더 거듭나 도민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며 "도민을 섬기며 산적한 지역 현안 및 국가 개혁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 했다.
이들은 "더 낮은 자세로 도민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 경남 민심을 대변하는 정당으로서 진보와 보수, 지역과 계층을 넘어 경남을 경남답게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며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시대를 열기 위해 언제나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경남선대위는 논평에서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였지만. 우리는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당선인의 올바른 국정수행과 개혁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 견제와 협치를 함께 할 것"이라 했다.
정의당 경남선대위는 "정의당이 더 유능하고 강해질 때 대한민국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정의당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와 가치가 온전하게 존중되는 노동이 당당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의당의 발걸음은 일터와 삶의 현장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했다.
"아직도 묻지마 지지 성향" ... "경남 선거는 큰 의미"유낙근 경상대 교수(행정학)는 "경남 안에서 중동부와 서부지역이 다른 결과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졌고 박근혜 정부 심판 성격이었다"며 "정당정치에서 종북론이라든지 색깔론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후진적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대선 결과 당을 재건한 게 아니라 구렁텅이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윤재 전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표는 "경남에서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많이 획득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경남민심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민주당이 목표치를 높게 잡아서 그런지 모르나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특히 홍 후보가 경남지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불통도정을 보여왔고 그것에 대한 민심이 표출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아직도 경남은 '묻지마 지지 성향'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역주의 완화'라는 분석도 있다. 이건혁 창원대 교수(신문방송학)는 "3당 합당 이후 지역 정치 성향이 왜곡되었다. 그것으로 인해 경상도는 보수, 전라도는 진보로 여겨졌고, 지역주의가 강화되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완화되기 시작한 지역주의가 이번에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가 경남에서 얻은 득표에 대해, 그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 표라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부산과 경남은 지역구도로 일당독재였는데, 이번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에서도 새로운 대안세력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김남석 경남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본인도 한계가 있었다"며 "중소도시지역에서 민주당이 상당히 지지를 얻었다. 경남 선거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