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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후 제19대 대선 개표가 시작되면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모여 있던 당원들이 기쁜 표정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제19대 대선 개표가 시작되면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문재인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모여 있던 당원들이 기쁜 표정으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조정훈

지난 9일 실시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위와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당선됐지만 TK(대구경북)지역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절반에 가까운 표를 몰아주며 여전히 보수층이 공고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간 보수정당에 대한 정치적 쏠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전국에서 24.0%를 득표했지만 대구에서는 45.4%, 경북에서는 48.6%를 얻어 여전히 보수의 텃밭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과반수 이상의 득표에 실패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에서 21.8%, 경북에서는 21.7%를 득표해 노무현 대통령도 넘지 못했던 마의 20%대를 돌파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80.14%와 80.82%의 몰표를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홍 후보가 50% 가까이 가져가긴 했지만 나머지 50% 이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87년 직선제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TK지역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득표율이 20%대 초반에 그쳐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김부겸 의원이 선거기간 내내 선대위원장으로서 TK지역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주고, 선거 막판에 홍의락 의원이 복당하면서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의미있는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선거 전 마지막 유세를 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출신인 이용수 할머니가 엄지척을 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선거 전 마지막 유세를 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출신인 이용수 할머니가 엄지척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안철수 국민당 후보도 대구에서 15%, 경북에서 14.9%를 얻어 제3당으로서의 위상을 어느 정도 지켰다. 또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대구에서 12.6%를 획득해 자생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비록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리지 못했지만 진보 정치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대선에서 TK지역이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다자대결 양상으로 선거전이 치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역 대결보다는 세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표가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대에서 40대까지에서 앞섰고 홍준표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앞섰다. 실제로 홍 후보의 유세장에는 대부분 50대 이상이 몰렸고 문 대통령이나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의 유세장에는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 파면, 구속을 거치면서 보수층의 상실감도 이번 선거에서 보수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동안 보수층에 몰표를 몰아주었던 지역 민심은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박정희 고향인 구미 일부 지역에서 홍준표 이기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실시된 제19대 대선에서 경북지역에서 20%대 초반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이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실시된 제19대 대선에서 경북지역에서 20%대 초반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이기기도 했다. ⓒ 조정훈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한 지역도 있다. 경북 김천의 율곡동에서는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홍 후보에 비해 3배 가까운 득표를 기록했다. 이곳은 김천혁신도시가 있는 곳으로 박근혜 정부가 성주군 초전면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던 곳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에서는 양포동과 진미동, 공단2동 등 3개 동에서 홍 후보를 제치고 1위의 득표율을 올렸고 칠곡군 석적읍에서도 홍 후보를 여유 있게 누르고 1위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드 영향' 성주·김천, 보수정당 득표율 하락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반월당 동아쇼핑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조정훈

사드 무기가 반입된 성주군의 경우도 홍준표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 대선에 비해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성주군은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86.0%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56.2%로 30%의 주민들이 이탈했다. 김천도 83.41%의 지지에서 48.0%로 줄어들었다.

대선이 끝난 후 일부 네티즌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와 김천에서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데 대해 실망하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많은 보수층이 돌아섰다는 방증이다.

사드를 반대하며 300일 이상 촛불을 이어온 성주 주민들은 홍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온 데 대해 실망하면서도 "지난 1년간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사드배치의 부당성과 박근혜 정권의 폭압에 맞서 버텨냈다"면서 "'수구꼴통 지역'이라고 너무 몰아세우거나 비난의 화살을 보내지 말고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사드배치 철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저희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경북#보수정치#정치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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