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걱정이 끊이지 않고 있는 농촌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던 도의회 의원들이 문제 해결을 뒤로 한 채 일제히 해외 연수를 떠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에 '신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 일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다.
최근 충남도의회는 충남 농민들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제296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다.
이날 김응규 의원(아산 2)이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자 나머지 의원들은 쌍수를 들어 동의했다. 이들은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3일 후인 19일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을 포함, 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일제히 북유럽으로 해외연수길을 떠났다. 강용일 위원장(부여2)과 김명선(당진 2), 김문규(천안 5), 김복만(금산 2), 송덕빈(논산 1), 유병국(천안 3), 김응규(아산 2) 의원 등이다.
영농철에 연수 계획하고 "예측할 수 없었다" 해명 이들을 보좌하기 위해 사무처 및 집행부 직원 6명도 비행기에 올랐다. 전체 비용은 4900만 원. 오는 28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등 5개국을 방문한다.
이번 연수와 관련해 도의회 관계자는 "선진국의 농업·경제·환경 관련 시설과 사례를 견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으로는 최악의 가뭄으로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몸은 해외순방길에 나선 언행불일치 행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유럽 연수를 계획했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 연수가 무산됐다. 앞선 다른 상임위원회의 전례마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홍재표 의원은 연수 포기하고 가뭄 현장으로해당 의원들은 가뭄 피해가 없던 지난 4월, 미리 사전 일정을 짜 놓아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도 봄 가뭄이 심했다.
게다가 같은 상임위 소속인 홍재표 도의원(비례대표)의 행보는 이들의 해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홍 의원은 '아픈 농심을 살피고 함께 하는 것이 해외연수보다 더 우선'이라며 여행사에 위약금(약 150만 원)을 물으면서까지 북유럽 행을 포기했다. 이어 지역 가뭄현장을 돌며 농심을 나누고 있다.
예산에 사는 한 농민은 "결국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하지 않더라도 해당 도의원들이 할 말이 없어진 셈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