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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증거 조작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왼쪽)과 이유미씨.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증거 조작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왼쪽)과 이유미씨. ⓒ 연합뉴스

"BBK 관련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해서 금융거래 내역이 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역들, 그런 걸 공개를 할 수 있고…."
"유영하 변호사 측에서는 목적은 아주 간단했죠. 어떻게 해서든지 제가 한나라당 경선 전에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었죠."

지난 3월 8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는 지난 26일 <뉴스룸>에 출연해 BBK투자자문회사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나라당 경선 상대였던 박근혜 후보 측 유영하 변호사까지 끌어 들였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당시 거대 야당이던 새누리당 대선 팀은 물론 검찰까지 겨냥한 것이다. 

대선 기간 중 벌어지는 폭로전이 이리도 엄중하고 무서운 일이다. 김씨가 주장하는 유 변호사의 기획 입국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재판 중인 점을 감안하면 다시금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사안일 수 있다. 무려 10년 전 대선정국을 뒤흔들었던 정치 스캔들은 이렇게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검찰 책임론까지 불거지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017년 또 하나의 거대한 정치 스캔들이 터졌다. 26일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 증거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관련 기사 : '문준용 특혜채용'은 조작이었다... 민주당 "'대선 공작 게이트' 사안") 관련 제보내용을 조작한 혐의를 받은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는 긴급 체포됐고, 검찰은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놓고 봐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마따나 "민주주의를 유린한 정치 스캔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담하고, 허탈하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지만, 오늘(28일)부터 곧장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쇄도하는 중이다.

침묵 중인 안철수 전 대표는 자택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미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 핵심 관련자들이 안철수 전 대표와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밝혀진 만큼,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의당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해명들도 심상치 않다. 아니, 가당치도 않다. 국민의당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건가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충분히 그럴 만해 보인다. 

'꼼수'이자 어불성설인 국민의당의 특검 주장

"특검을 해서 우리 당의 잘못이 있다고 하면 그 잘못도 철저히 규명돼서 관계자가 보고를 받은 사람이 있거나, 지시를 한 사람이 있거나, 또는 가담을 했다면 그대로 정확하게 처벌하고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이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당당하게 "특검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검찰 조사가 이제 시작된 마당에 특검부터 운운하는 것은 이치도 맞지 않을 뿐더러 국민들의 '검찰 불신'에 기대려는 물타기일 수밖에 없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반응부터 "어디서 프레임 전환이냐"는 비판들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충격이 크신지 무리수를 두시네요"라며 "국민의당이란 배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물타기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박 전 대표의 주장을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며 ""특검하자는 얘기는 저쪽도 여전히 의혹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냐. 이것이야말로 대선 불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박 전 대표의 '특검 꼼수'가 당론이었을까. 국민의당은 27일 당 차원에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자체진상조사단을 꾸리는 한편 "특검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용준씨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재천명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유미씨가 긴급 체포되기 직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작사건의 일단을 밝히고 사죄한 국민의당의 노림수가 이 특검안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이쯤 되면, 전날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는 유화적인 취지의 논평을 낸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마저 난처해지지 않겠는가.

당 존립을 위해서라도 특검 요구 철회하기를

"그리고 저희들이 한 명으로 받은 게 아니고 복수의 사람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런 사실 자체, 문준용이 아버지인 문재인 후보가 고용정보원에 원서를 지원을 해라 했다는 말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확인이 된 사실입니다(이용주 의원).

"지난번에 권양숙 여사의 9촌 관련된 인사청탁 문제. 이것도 결국 국민의당이 잘못 알고 사과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 아닌가 얘기하고 있는데요." (진행자)

"오히려 그렇게 사과하는 경우가 드문데 저희들이 사과한 이유는 분명히 잘못된 부분은 잘못을 밝혀놓고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 저희들이 어떠한 사과라든지 의혹에 대해서 당당히 대처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머지 부분은 모두 사실이다. 믿어도 된다 이런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용주 의원)

대선 투표일 하루 전이던 지난 5월 8일, 당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장한 내용이다. "복수의 사람"과 "여러 차례 확인된 내용"이라고 강조하는 대목이 파안대소를 자아낸다. 도대체 일국의 대선 과정에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길래 공당의 공명선거추친단장이 대선 하루 전까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었는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날 같은 당 이상돈 의원 역시 "한심하고 창피하다"는 표현까지 들먹였다.

"그 부분이 참 뭐라고 변명할 수 없는 겁니다. 너무 한심한 거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고. 또 이 정도 심각성 같으면 그 위에서, 이용주 의원 위에는 선대위원회가 있지만요. 또 하나는 선거 막판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선대위원회에서 회의 같은 걸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한번 사전에 스크린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안설희씨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안설희씨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문제는 이상돈 위원의 참담함과 엇비슷하게 국민의당 스스로가 이유미를 비롯해 관련자들 개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상, 그저 선거 막판이라거나 윗선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 같다는 변명이 상식적으로 통할 리 만무하다.

국민의당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남 여수갑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출마하기까지 한 이유미씨를 두고 "사회 초년생의 공명심" 운운하는 것 역시 국민의당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다. 이미 국민의당과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지난 5월 권양숙 여사의 9촌 관련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한 이후 사실과 다르다고 사과하며 물의를 빚은 바 있지 않은가.

"국민의 당, 특검주장은 물타기이며 또 다른 음해조작 시도입니다. 국민의당 증거조작사건은 정파적 사안이 아니며 대국민 선거사기극일 뿐입니다. 이 엄청난 불장난의 배후가 어디까지인지 검찰이 명명백백히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이날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적은 글이다. 국민들의 뜻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정치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대대적인 조작 앞에서 가해자가 피해자까지 조사하는 코미디와 같은 일을 가만 놔둘 수는 없다. 국민의당이 특검 주장을 거둬들여야 하는 두 말할 나위 없는 이유다.

더군다나 이유미씨가 체포 직전인 26일 검찰 소환 직전 일부 기자에게 "당에서 기획해서 지시해놓고 '꼬리자르기' 하려고 한다"며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는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하지 않았나. (관련 기사 : [단독] 이유미 "시킨 대로 한 죄밖에 없는데" 새벽에 문자 호소) 이 정치 스캔들의 끝이 어디까지 인지, 또 안철수 전 대표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당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국민의당이 나서서 밝혀내야 할 것이다. BBK 사건을 교훈 삼아서 말이다.


#국민의당#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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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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