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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오는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에서 토요일 오전 지역민을 상대로 '전통 놀이의 날'을 운영 중이다. 이날 전통놀이는 '쌍륙놀이'다. 참가자들이 '쌍륙놀이'를 즐기고 있다.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에서 토요일 오전 지역민을 상대로 '전통 놀이의 날'을 운영 중이다. 이날 전통놀이는 '쌍륙놀이'다. 참가자들이 '쌍륙놀이'를 즐기고 있다. ⓒ 심규상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에서 토요일 오전 지역민을 상대로 '전통 놀이의 날'을 운영 중이다. 이날 전통놀이는 '쌍륙놀이'다. 참가자들이 '쌍륙놀이'를 즐기고 있다.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에서 토요일 오전 지역민을 상대로 '전통 놀이의 날'을 운영 중이다. 이날 전통놀이는 '쌍륙놀이'다. 참가자들이 '쌍륙놀이'를 즐기고 있다. ⓒ 심규상

토요일 오전.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병설유치원(원장 박종만)문이 활짝 열려 있다. 입구에는 '전통놀이의 날'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아이들이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들어선다. 순식간에 참여 인원이 15명으로 늘어났다. 생활한복 차림의 김윤자 원감이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은 전통놀이 중에 '쌍륙놀이'를 즐기는 날이에요."

앞에는 윷놀이를 할 때 쓰는 '말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쌍륙판'이 놓여 있다. 설명과 놀이를 위해 김 원감이 직접 만든 것이다.

"쌍륙은 두 사람 이상이 쌍륙판 앞에 마주 보고 앉아 편을 가르고 주사위 두 개를 던져 나오는 숫자만큼 말을 움직여 노는 놀이예요. 주사위 두 개를 같이 던지는데 두 개 모두 가장 큰 숫자인 6이 나오면 이길 확률이 높아 놀이 이름도 '쌍륙'이 됐어요. "

백제 때 부터 즐기던 놀이 왜 낯설지?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 '전통놀이 날' 행사 참석자들이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 '전통놀이 날' 행사 참석자들이 전통놀이를 즐기고 있다. ⓒ 심규상

김 원장에 따르면 '쌍륙놀이'는 백제 시대 때 도입돼 조선 중기까지는 왕실이나 사대부, 양반들의 놀이였다. 조선 후기에는 모두가 즐기는 대중 놀이로 퍼졌다. 그런데 왜 '쌍륙놀이'가 낯설기만 할까?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우리 전통놀이를 다 없애고 대신 화투를 쥐어줬어요. 현대에 와서 몇몇 뜻있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보급되고 있어요."

놀이를 배우고 즐기러 온 학부모와 아이들이 동시에 머리를 주억거렸다. 본격적인 놀이법 설명이 시작됐다. 준비물은 쌍륙판, 주사위 두 개, 상대방과 색이 다른 말 각각 열다섯 개씩, 서른 개다. 쌍륙놀이는 '여기쌍륙과 '참쌍륙'이 있는데 이날은 주로 '여기쌍륙'을 선보였다.

"주사위 두 개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 칸에 각각 말을 하나씩 놓는 거예요. 장군칸 3개, 나졸 칸 6개(칸마다 말 두 개씩)를 채우고, 다시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 자리의 말을 빼내면 됩니다. 장군과 나졸을 먼저 빼내는 팀이 이깁니다. 주사위를 던져 쌍륙이 나오면 내 말을 장군 자리에 놓거나(빼거나), 상대방 말 장군이나 나졸 중 한 개의 말을 놓거나(빼거나) 할 수 있습니다."

귀를 쫑긋 세워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가 잘 안 된다. 이제부터는 실제 쌍륙판 앞에 앉아 연습 경기에 이어 경기가 시작됐다. 실전을 통해 놀이를 익히는 게 가장 빠르다는 판단에서다.

양 팀이 쌍륙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공수로 인사를 나눴다.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팀이 주사위를 먼저 던진다. 김 원감이 일일이 놀이법을 다시 설명했다. 주사위를 던져 두 주사위가 같은 수가 나올 때마다 곳곳에서 '장군!'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놀이법을 완전히 체득하고, 놀이에 몰두했다는 반증이다.

"함께 노는데 전통놀이가 최고..."

 한 아기가 '장군!"을 외치고 있다. 주사위를 던져 두 주사위가 같은 수가 나오면 '장군'이다. 놀이를 통해 소극적이던 아이들도 누구든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한 아기가 '장군!"을 외치고 있다. 주사위를 던져 두 주사위가 같은 수가 나오면 '장군'이다. 놀이를 통해 소극적이던 아이들도 누구든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 심규상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 전경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 전경 ⓒ 심규상

김 원감이 틈틈이 '쌍륙놀이' 이점을 소개했다.

"주사위를 던져서 승부를 겨루다 보면 소극적이던 아이들도 누구든 자신감을 느끼게 돼요. 같은 수가 나오면 '장군!' 하고 크게 외치거든요. 확률게임이다 보니 '나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놀이에 빠져들게 되죠."

한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학부모도, 아이들도 놀이에 여념이 없다. 좀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는 준비된 공기놀이나 투호놀이, 고누놀이 등을 번갈아 가며 즐기느라 떠들썩하다. 순식간에 전 가족의 놀이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렇게 두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의 전통놀이에 대한 품평은 어떨까?

"쌍륙놀이가 젤 재미있었어요. 다음 주에도 또 오고 싶어요."(김우진)
"저는 공기놀이가 좋았어요." (유시은)
"쌍륙놀이도 좋았는데 아빠랑 투호놀이 한 게 젤 재미있었어요."(이기쁨)


한 학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게 힘들어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 배우기 위해 참여했다"라며 "그런데 놀아준 게 아니라 함께 잘 놀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과 놀아주고, 함께 노는데 전통놀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헤어지기에 앞서 한 아이가 엄마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사랑해! 놀아줘서…."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 김윤자 원감. 그는 유애교육계 '전통놀이 보급자'로 통한다.
충남 아산 온양 신정초 유치원 김윤자 원감. 그는 유애교육계 '전통놀이 보급자'로 통한다. ⓒ 심규상

김윤자 온양 신정초병설유치원 원감은 '전통놀이 보급사'로 통한다. 유아 교육에 전통놀이를 보급해 대중화하는데 결정적 이바지를 했다. 또 유아교육(만 3~5세) 프로그램에서부터 초등학교 전 과정에 전통놀이 수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유아교육 중 놀이수업이 가장 중요하지만, 또 가장 어려운 게 놀이수업이에요. 그런데 전통놀이는 많게는 천년 이상 선대들에 의해 검증이 된 좋은 놀이수업이거든요. 언어 발달은 물론 사고 발달, 인지력 향상, 상상력 키우기, 사회적 관계 형성 교육 등 모든 부분에 참 좋은 영향을 줘요."

전통 놀이의 장점을 묻자 설명이 끝이 없다.

"전통놀이를 통해서 의사소통 방식, 사회관계 활동, 자연 탐구가 다 가능하거든요. 특히 유아기는 전통놀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관심을 갖는 결정적 시기거든요. 유치원에서 꼭 전통놀이를 제공해야 우리 문화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어요."

'예술 활동'에는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

"화가투 놀이라는 전통놀이가 있어요. 시조를 갖고 노는 놀이예요. 시조를 누가 더 많이 외우고 있는가를 겨루는 놀이인데 카드에 각각 시조 초장, 중장을 써 놓고 한 사람이 초장이나 중장을 읊으면 다른 사람이 종장을 찾아내는 놀이예요. 놀이도 즐기고 시조도 배우는 셈인데 동시를 가지고 하면 동시를 저절로 외우게 돼죠."

그가 전통놀이를 접한 때는 2010년이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을 만나 전통놀이를 배우기 위해 틈틈이 약 20차례를 쫓아다녔다. 또 배운 것을 현장 유아교육에 적용했다. 천안미라초 병설 유치원 재직 때는 아예 유치원 내 전통놀이방을 만들었다.

33년째 교사생활을 하는 그는 충남 최초로 유치원 문집을 만들어 새로운 방식의 한글, 언어 지도를 시도한 장본인이다. 또 미국에 있는 버클리대 잼스(GEMS)유아 수학과학 프로그램을 배우고 오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잘 가르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바쁘다.

"전통놀이 효과요? 직접 해 봐야 알아요. 토요일 열리는 '전통놀이의 날' 행사에 참여하세요."

김 원감은 오는 여름 방학 때도 인근 아산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통놀이의 날을 이어갈 예정이다.




#온양 신정초#전통놀이#유아놀이교육#유치원#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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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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