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떼를 알아?" 게떼가 출몰했습니다. 한여름 밤 오동도 바닷가에 나타난 수천 마리의 게떼들을 보면서 영화 <판도라>가 떠올랐습니다. 게떼들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지난 24일 오동도 밤바다를 걷던 중 눈길을 확 끄는 광경이 목격됐습니다. 오동도 보트계류장부터 오동도 관리사무소 앞까지 약1km에 이르는 거리에 게떼가 쫘~악 깔렸더군요. 세상에 이런 일이...
발전소도 정지시킨 '내 이름은 높은등옆길게'
밤이라 검은 모습의 작은 게들이 떼를 지어 바다 위에서 유영도 하고 바닷가 바위 틈으로 몰려드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게떼의 출몰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더군요.
운동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터라 처음 새끼고기떼 '치어'로 착각했다가 바닷가 바위 틈에 메뚜기 떼처럼 깔린 모습을 보고서야 이들 무리가 게떼라는 것을 알고 허겁지겁 그 일부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게의 이름은 바로 '높은등옆길게'라고 하더군요.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타 어느 박사의 말입니다.
"높은등옆길게는 이시기쯤 연안에 대량으로 출몰해 무리지어 유영하는 모습이 드물게 발견됩니다. 여수뿐 아니라 삼천포, 서해안쪽도 출현되고 있어요."
순간 영화 <판도라>가 생각났습니다. 지진의 전조현상을 알고 쥐떼들이 탈출하는 모습말입니다.
"혹시 쥐떼처럼 지각변화를 알리는 전조현상은 아닌가요?""사실 게들이 삼천포 화력을 스톱시킨 적은 있지만 그런 건 아니고요, 자체적으로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그런 생태를 가진 게죠. 게의 크기가 워낙 작아 새끼같지만 성체입니다."높은등옆길게는 플랑크톤을 먹고삽니다. 고기떼들이 이들을 잡아먹는 천적입니다. 여름철 이 시기가 되면 남해안에 가끔 출현하는데 몇 년 전 삼천포 화력발전소에 출몰해 취수구를 막아버려 공장 가동이 중지돼 화재가 된 바 있다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 당시 이물질을 걸러주는 냉각수 계통의 여과기를 통과해버려 직원들이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찜통을 방불케 하는 한여름밤. 게떼들의 출몰이 무더위를 확~ 식히는 순간이었답니다. 무더위잡는 이런광경, 오동도 밤바다를 거닐다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풍경이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