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오는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
"저요! 저요!"만 3세 반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안내하던 소방관이 질문할 때마다 서로 답변을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불꽃이 나와요. 가스 불을 손으로 만지면 안 돼요."대답도 똑소리가 난다. 최근 월랑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아산시 음봉면, 원장 이효선) 원아들이 모두 충남안전체험관(천안시 동남구 유량동, 충남도가 재해의 예방 교육을 위해 운영 중인 종합안전체험시설)으로 체험학습에 나섰다. 만 3세 반 아이들은 실제 가정집과 똑같이 꾸며놓은 교육실에서 주방 안전과 욕실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현장 소방관이 질문할 때마다 아이들의 답변이 이어진다.
"세면대 위에 올라가면 안 돼요. 뜨거운 물에 데기 쉬워요!"평소 안전 교육이 돼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답변도 많았다.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모, 팔꿈치 보호대, 무릎 보호대, 보호 장갑을 꼭 갖춰야 해요."만 3세 반 아이들의 똑 소리나는 답변은 '안전 교육 생활화'
돌연 화재경보가 울렸다. 아이들이 일제히 사전에 교육을 받은 대로 코와 입을 막고 고개를 숙인다. 이어 대피로를 따라 질서 있게 빠져나온 후 119에 'OOO에서 불이 났다'고 신고했다.
같은 시간 만 4세 반 아이들은 간식을 먹으며 체험 교육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 지진 피해에 대비한 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닥에 땅이 갈라지는 그림을 본 한 아이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어 실제 조난을 기다리는 듯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구해 달라며 손을 흔들었다.
이를 본 여러 아이가 함께 땅바닥에 엎드려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또 다른 아이들은 급히 안전모에 옷을 입으며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즉석에서 아이들이 만들어낸 안전 교육 퍼포먼스였다.
만 5세 반 아이들은 건물 4층에 있는 '태풍 체험관'에서 태풍에 대비해 대피하는 요령을 배우고 있다. 현장에는 5단계 이상의 풍속 위험경보가 내려졌고, 체험실에 실제 상황과 같은 속도의 강풍이 몰아쳤다. 아이들은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지지대를 꼭 잡고 의지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바닷물에 뛰어드는 탈출 연습도 이어졌다.
"바닷물로 뛰어내릴 때는 코를 꼭 막아야 해요. 안 그러면 코로 물이 들어가요."연간 안전교육만 51시간... 매월 4일은 안전 점검의 날
아이들은 표준 활동 시간에 안전교육 7대 교육과정(생활 안전, 교통안전, 폭력예방 및 신변보호,약물 및 사이버중독예방, 재난안전, 직업 안전, 응급처치)을 꼼꼼하게 배우고 있다. 연간 교육시간만 모두 51시간에 이른다.
이효선 원장(월랑초 교장)은 "매월 4일을 안전 점검의 날로 정해 실내외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과 학교는 지난해 아산 음봉 신도시로 신설 이전했다. 유치원 4학급에 초등학교 35학급, 특수학급 1학급 등 1080명 규모다. 그만큼 안전 사고 위험이 늘 남아 있다. 때문인지 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안전교육은 별스럽다고 할 만큼 튼실하다.
먼 거리에 사는 유치원생과 초등생들은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유치원을 오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안전요원이 꼭 탑승하는 등 통학 차량 안전 지침을 숙지하고 있다. 또 통학 차량 운전기사와 안전교원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 안전교육을 벌이고 있다. 운행일지도 매일 작성한다. 교육에 필요한 재원도 적립하고 있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무 안전교육(연간 15시간)도 내실 있게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직원까지 포함된다.
학부모들도 교통 안전 지도.. "유치원 원장님의 관심 참여로 가능"'안전 생활화'는 아이들과 교직원뿐만이 아니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이다. 특히 녹색어머니회에서는 6명씩 한 조가 돼 아이들의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매일 한 시간씩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하교 시간에는 교직원들이 교통안전 지도를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등하교 안전사고가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다.
"안전지도 등 학교의 크고 작은 일에 학부모 참여도가 매우 높아요."
이 학교의 도서관 명예 사서는 60여 명에 이른다. 학교도서관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상시 개방한다. 방학 중에도 도서관 문은 열린다.
교직원들은 이처럼 학부모 참여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이효선 원장의 관심과 참여를 꼽는다. 이 원장은 부임 4년째가 되는 지금까지 등교안전지도에 특별히 다른 일이 없는 한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이날 안전교육에도 이 원장이 직접 참여해 교육 과정을 지켜봤다.
"등교 지도가 끝나면 학부모들과 차를 나누는데 대화 창구이자 상담 시간이기도 해요. 학교의 문턱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소통시간은 늘어났죠."월랑초 병설유치원에서는 2학기에는 충북 진천에 있는 안전종합체험관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