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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60명에서 80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는 미국에서는 순직한 소방대원의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1992년 미국 의회가 중심이 돼 만들어진 '순직소방관재단(National Fallen Firefighters Foundation)'은 그야말로 유가족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소외되기 쉬운 유가족의 치유와 회복을 민간영역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재단은 "We are here for you." 즉 "우리는 당신을 위해 여기에 있다." 라는 모토를 내걸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가족이 슬픔을 딛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활동이 비슷한 경험을 한 가족들을 서로 연계해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해주는 '유가족 네트워크' 운영이다.

이뿐만 아니라 유가족 자녀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현직 소방대원들의 부상과 순직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매년 추모식도 개최한다.

 지난 해 개최된 순직소방관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 자녀가 소방관으로부터 성조기와 장미를 수여받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지난 해 개최된 순직소방관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 자녀가 소방관으로부터 성조기와 장미를 수여받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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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개최된 유가족 자녀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LOVE' 라는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지난 해 개최된 유가족 자녀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LOVE' 라는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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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네트워크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혼자가 아닌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돼 서로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도록 돌봐주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헤어짐의 슬픔을 극복하고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운다.   

재단은 다음 달 7일과 8일 이틀에 거쳐 95명의 순직소방대원을 위한 성대한 추모식을 준비 중이다. 

지난 해 개최된 추모식만 봐도 행사준비, 의장대, 유가족 에스코트 등 행사지원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탠 소방관의 숫자가 천여 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순직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지난 2015년 순직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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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순직한 소방관 가족의 자녀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지난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순직한 소방관 가족의 자녀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출처: 순직소방관재단)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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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순직소방관재단의 예산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각종 기부금을 포함해 우리 돈으로 약 78억 원 정도의 규모다. 이 예산을 가지고 유가족과 동료 소방대원들을 보듬어 안아 보다 더 건강하고 발전적인 소방조직을 만들어 가는데 사용하고 있다.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에서 기와 목조 정자인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던 두 분의 소방관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분들을 포함해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에는 약 130위(位) 의 소방관들이 잠들어 있다. 

매번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순직한 소방대원의 유가족들은 추모식이 끝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이 시점에 과연 우리는 유가족과 그 동료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대한민국의 가족이다. 그런데 그 가족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한다면 이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고인들의 숭고한 뜻이 빛바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의 고민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순직소방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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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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