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 총리는 23일 "세월호 유골 은폐는 희생자 가족과 국민께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안겨드렸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재차 사과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리는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발견 은폐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전말을 보고받았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저녁 관련 보고를 받은 후,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께 한 점 의혹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었다.
장관들 앞에서 "수치스러운일... 엄정 문책"
이낙연 총리는 23일 각부처 주요 장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운을 뗐다.
이어 "미수습자의 완전한 수습은,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침몰 이후 3년 7개월 동안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에서 수습을 기다리며 인고하다 추가 수습 포기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고 장례에 임하셨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정부는 최단 시간 안에 은폐의 진상을 규명해 가족과 국민 앞에 밝히고, 책임자를 엄정히 문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해수부 등에 향후 선체조사가 원활하게 추진하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고려해서 유골의 DNA(유전자) 감식 등을 되도록 신속히 진행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여러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차제에 재점검해서 잘못은 바로잡고 부족은 채우기 바란다. 진행되고 있는 선체조사가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공직사회 곳곳에 안일하고 무책임한 풍조가 배어있다는 통렬한 경고"라며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고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시 강화하겠다. 이 문제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대로 국민 여러분과 공직자들께 밝히고 흔들림 없이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리는 또 국회에서 추진중인 세월호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여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관련 특별법안이 내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이 차질 없이 통과돼 제2기 특조위가 조속히 가동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희생자 가족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이 총리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