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나는 지명직이 아니다. 당원들이 뽑아준 선출직이다. 막말이라고 사퇴하라 하는데, 그쪽 당이 막말 더 많이 하지 않았나. 앞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했던 막말 시리즈 SNS에 하나씩 올릴 생각이다. 이번 내 말도 잘 보면 막말이랄 게 없다. 막말은 해서 안 될 소릴 하는 거다. '지진으로 국민들이 이렇게 불안해한다' '민심이 천심이니 대통령은 본인이 다 잘한다 생각지 말라' 그런 의미였는데 무슨 막말인가."<시사저널>이 최근 공개한 인터뷰에서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본인의 '포항 지진 발언' 관련 논란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 천심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한 발언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논평을 통해 최고위원직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막말이 아니다"라고 못 박은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럴 때 쓰는 말이 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가 아닐까. 대표적인 것이 옛 새누리당과 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세월호' 관련 막말일 것이다. 3년 넘도록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해 온 것도 모자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세월호 사고 원인을 아직도 모르시냐"며 "저한테 물어보라. 그럼 가르쳐 드리겠다"고 말해 여론의 집중 성토를 당했다. 게다가 제2기 세월호 특조위를 두고 "이런 식으로 일자리 창출하냐"는 비아냥도 곁들였다.
정 의원이 막말을 내뱉은 장소는 하필 '사회적 참사법' 표결에 앞두고 여야 찬반토론이 벌어졌던 국회 본회의장이었다. 전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사회적 참사법'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에서 방청 중이었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더불어 류여해 위원이 참석하기도 했던 '태극기 집회'에서 쏟아져 나온 욕설과 각종 망언들은 어떠한가. 지면으로 옮겨 적는 것이 참혹한 수준의 망언과 막말들이야말로 류 위원이 직접 참석해 울음을 터트린 영상이 화제가 됐던 바로 그 태극기 집회 아니던가. <시사저널>은 이 류여해 위원을 두고 인터뷰 기사에서 이렇게 소개하기도 했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깜짝 등장한 정치 신인이다.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고 하이힐을 벗어 던지는 모습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입당 4개월 만에 최고위원 2위로 당선돼 여의도 정가에 발을 내디딘 류 최고위원. 그는 이후 자신의 SNS는 물론, 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도 거침없이 발언해 여러 차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회의 도중 류 최고위원 발언을 제지하는 모습이 몇 차례 목격되기도 했다."류여해 최고위원이야말로, "그리 할 일이 없습니까?"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던 류여해 최고위원. 그는 27일 하루 '페이스북 정치'에 몰두하고 있었다. 여러 건의 게시글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향한 비난 글이었다. 청와대 공식 소셜미디어가 게재한 김정숙 여사가 곶감을 만드는 사진을 또 다시 걸고넘어진 것이다.
그리 할일이 없습니까? 청와대에서. 곶감 직접만드시고.민생좀 돌보십시요.우는 국민도 많습니다.편의점도시락으로 떼우고삼각김밥으로 컵라면으로 밥을 떼우는 국민도 많습니다.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국민입니다.앞서 류 위원은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서초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부인이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앉아서 웃고 있는 모습, 바느질하는 모습 등 진짜 보여주기 멋있다"면서도 "그런데 그 멋있는 것은 쇼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영부인이 했겠느냐. 누군가는 힘들게 청와대 뒤에 설치예술 하듯 설치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더불어 류 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보여주기, 쇼를 정말 잘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아주 우회적으로 발끈, 아니 대응했다. 실제로 김 여사가 직접 곶감을 만든 사실을 강조하는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지난 26일 청와대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번 청와대 관저 처마 밑에 감을 깎아 말리며 신문을 보던 김정숙 여사의 사진. 다들 기억하시죠? 그때 말려두었던 감들이 잘 말라서 맛있는 곶감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김정숙 여사가 하나하나 직접 깎아 말린 곶감은 소쿠리에 담겨져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과 온실 관리 직원들에게 제공되었는데요. 곶감에는 비타민 C가 많아 감기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건강한 겨울을 위해 맛있는 곶감 하나씩 꼭 챙겨 드셔보시길 바랍니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도 관련 내용을 확인한 듯,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또 다른 글을 게재했다. 시시콜콜, 사사건건 딴죽을 거는 내용이었다.
사진말고 첨부터 끝까지 동영상 공개하시지요!사진의 날짜도 공개하시지요!감따는것은 없나요?감씻는것부터.꼭지도따고.다 보여주세요.사진한장말고.그나저나 혼자 다했다고요?누가 믿겠나요?시간 참 많으시네요!감 깍을 시간에 차라리 민심의 소리를 들으러 가시는게 어떨지요?그들의 국모가 아닌대한민국의 국모란걸 잊지마십시요!감깍을때가 아닙니다.근데요~~서울서 감말려도 되나요?먼지가??곶감이 그리 빨리 마르나요?영부인 걸고넘어지는 극우 혹은 보수, 저열하다
저열하기 짝이 없다. 그에 앞서,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맞지 않은 이 글을 형사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재판연구원과 법대 겸임교수 등을 거친 제1야당 최고위원이 작성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체 동영상 공개 요구도 한심하지만, "혼자 다했다고요?"라고 묻고는 "시간 참 많으시네요!"라고 자답을 내는 꼴이 스스로를 우습게 만든다는 걸 왜 모를까.
영부인을 두고 "대한민국의 국모" 운운한 것 또한 본인의 시대착오적인 시각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행위라는 걸 류 위원 본인만 모르는 듯하다. 류 위원 말마따나, "그리 할일이 없습니까?". 아니다. 류여해 위원뿐만이 아니다.
역시나 '막말'과 '페이스북 정치'로 악명(?) 높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주말이던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김정숙 여사를 비판하는 듯한 글로 빈축을 샀다. 그는 "김관진, 임관빈도 석방됐다. 전병헌도 기각하는 걸 보니 검찰의 망나니 칼춤도 끝나가나 보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 말미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면서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서민 살기도 팍팍한데 말춤이나 추면서 축제를 즐기고 있다"라며 날을 세웠다.
누가 봐도 명백히 김정숙 여사의 '말춤'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한 글이었다. 앞서 김정숙 여사는 필리핀 순방 당시 가수 싸이의 음악에 맞춰 말춤을 흉내낸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곧바로 지난 2012년 말 경남도지사 재보선 당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말춤'을 추던 홍준표 대표의 사진을 찾아내 응수한 바 있다.
또 추석 연휴였던 지난 10월 1일엔 '태극기 집회'의 스타인 아나운서 출신 정미홍씨가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영부인의 의상과 관련해 김정숙 여사를 향한 막말을 쏟아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김정숙 여사의 패션이 궁금하시다고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 "(김 여사는) 국민과 소통하는 행사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즐겨 입던 옷을 자주 입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류여해의 막말 정치, 그 빤한 속내
다시 말하지만, 영부인을 향한 이러한 공격은 '저열함'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하물며 그 어떤 '팩트'를 지닌 것도 아니다. 태도나 언행이 잘못됐다는 지적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1차원적이고 저열한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 오죽했으면, 보수 성향 단체로 알려진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의 대표가 정미홍씨에 이어 27일 류 최고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을까.
더군다나 류 위원이 지적한 "문재인 정부는 보여주기, 쇼를 정말 잘한다"라는 지적은 오히려 본인이 '태극기 집회'에서 옹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더 어울리는 수사 아닌가. 잊으셨으면 곤란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팽목항 진도체육관을 찾아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는 척 '그림'을 연출했던 바로 그 박 전 대통령 말이다. 최근 특검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와 5월 내내 성형 시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그런 행태가 바로 '쇼' 아니겠는가.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이러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근거 없는, '팩트' 없는 비난의 실마리는 어렵지 않다.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우회적인 비판이라 보기에도 저열한 이러한 막말은 결국 자유한국당이 결집시키려는 극우와 보수층을 향한 일종의 막무가내식 '구애'라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우리가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 말이다.
그러나 이 번짓수를 잘못 찾은 메시지는 결코 효과적일 수 없다. 드물게 서민적이고, 지지층은 물론 일부 보수층까지도 흡수하기에 충분한 김정숙 여사의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활동폭을 몇몇 저열한 '막말'이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더더욱 류여해 위원의 막말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자신이 "선출직일 뿐"이라던 류 위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말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내가 나가서 붙어볼 의향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정치인 류여해'의 '막말 정치'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이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멈추시라. '막말'은 물론 영부인에 대한 근거 없는 모략도 함께 말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막말 정치'로 망한 것이 바로 자유한국당, 즉 옛 새누리당이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바가 아니라면. 본인의 막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막말을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