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처지에 가슴 아파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편지였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7일 자신의 SNS에 소개한 편지를 읽고 난 소감이 그러했다.
국정감사 때 받은 편지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심 의원에게 부탁을 전하는 이 편지의 시작은 "저는 충남에 사는 촌부입니다"였다.
그 누군가의 아버지는 "제 딸이 시대를 잘못 만나 처녀 때부터 ○○은행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밑바닥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버지는 "사실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실적도 강요받는다"며 "별 짓을 다하지만 정규직 전환만은 안 시켜주려고 이번에도 미리 수를 쓴다"며 답답해했다. 그리고 그 다음 대목.
"아이들이 있지요. 그 백 몇 십 만원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인간의 자존심은 다 버리고 다니는 제 딸을 보면 마치 제 잘못인 것 같아서 눈물을 짓고 있습니다."이렇게 아버지의 '눈물'을 전하면서 심 의원은 "10년 전 우리은행부터 시작해서 시중 은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졌지만, 이는 그야말로 무늬만 정규직화였다"며 자신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어 심 의원은 "시중은행의 2차 정규직(무기계약직)의 경우 적으면 87%에서 많으면 99%까지 모두 여성으로 채워져 있었고, 유리천장은커녕 콘크리트 천장에 막혀 승진 또한 어려웠다"면서 "새로운 차별 직군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심 의원은 그리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실상을 분명히 공유하고 제대로 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길을 개척해 나갈 생각"이라면서 "새로운 정권, 새로운 시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지금까지와는 분명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심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는 금융산업 2차 정규직 노동 실태 및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은행별 2차 정규직(무기계약직) 비율은 우리은행 100%, 신한은행 99.4%, 농협은행 85%, 기업은행 84.2%, KEB하나은행 83.5% 등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심 의원이 소개한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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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의원이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소개한 편지. 은행 2차 정규직 딸을 둔 아버지가 문 대통령과 심 의원에게 전하는 부탁을 담고 있다. |
ⓒ 심상정 의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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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충남에 사는 촌부입니다.
TV 토론을 보면서 심 의원님의 똑똑하심이 때론 제 마음이 시원도 하고 서민의 애환을 너무도 잘 아시어 대리 만족으로 마치 제 대변이나 해 주시는 듯 좋았습니다. 저는 대통령님과 심 의원님께 부탁이 있습니다.제 딸이 시대를 잘못 만나 처녀 때부터 ○○은행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밑바닥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은 정규직으로 전환도 많이 했다는데 이 ○○은행만 정규직이 될까봐 무기직으로 정하고 또 요즘에는 간단한 입출금만 하라면서 (정규직 일)이란 것을 강요하더랍니다. 사실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실적도 강요받습니다. 무슨 시험인지 저는 모르지만 시험도 때때로 보고 별 짓을 다하지만 정규직 전환만은 안 시켜주려고 이번에도 미리 수를 씁니다. 아이들이 있지요. 그 백 몇 십 만원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인간의 자존심은 다 버리고 다니는 제 딸을 보면 마치 제 잘못인 것 같아서 눈물을 짓고 있습니다. 부모가 무력해서 보고만 있는 저 대신에 대통령님께 한 번만 발언을 해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대표님, 한 번만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