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991년 홍준표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에 의해 조직폭력단 '국제PJ파 두목'으로 기소됐던 여운환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이틀간 총 7시간에 걸쳐 자신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이에 있었던 '사나웠던 운명'을 숨가쁘게 털어놨다. <오마이뉴스>는 18회에 걸쳐 그 '사나웠던 운명의 증언'을 풀 스토리로 연재한다. <오마이뉴스>는 여 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홍 대표의 해명과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다만 홍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그것은 검찰(검사)이 불의한 깡패세력을 소탕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는 이후라도 언제든지 홍 대표의 반론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다. [편집자말]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 1974년 말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고 난 다음에 풀려나서 그 세계에는 발을 끊은 건가?

"마음을 잡았지. 그때는 정말로 사소한 것 갖고도 입건이 됐어. 구속도 면치 못할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로 나와도 2년이란 징역을 외상값으로 살아야 해. 지금은 형법이 바뀌어서 다르지만 그때에는 내가 요만한 것으로 누구하고 폭행사건에 연루되면 나는 무조건 살아야 해. (집행유예) 2년은 받아놓은 밥상이여. 그래서 그런 게 두려웠어. 애들 엄마하고 결혼해야 하는데 처가에서 내가 돌아다니니까 사귀는 것조차 싫어했어. 당연히 결혼하는 것도 경계하고. 내가 마음을 잡지 않고는 결혼할 수 없다고 판단했제.

내 고향이 전남 곡성 오산면이여. 오산면에 가면 유일하게 우리 아버지 공덕비가 있어. 아버지가 민선면장도 하시고, 시골에서는 존경받는 분이셨다고. 할아버지도 한학자였고. 이런 집안이었어. 우리 형제도 나 빼고는 조금도 빗겨나간 사람이 없어. 우리 형 친구들 중에는 검사도 있고 판사도 있었어. 그래선지 그 사람들이 막 우월해 보이지도 않았어. 생소하지도 않았고. 그냥 친형 같은 사람들이었제."

- 마음을 잡고 그 생활을 끝낸 뒤에는 사업에 뛰어들었나?
"그랬어."

- 그 세계를 떠난 뒤에는 화공약품을 취급하는 공장을 운영했다고 들었다.
"록타이트라는 순간접착제가 있어. 아마 지금도 있을 거야. 그런 화공약품 대리점을 했어. 그런 걸 죽 취급하다가 공업사를 했어. 아시아자동차(기아자동차 전신) 등에 파레트를 만들어서 납품했어. 공장 지으면 갓쇼(합장하는 모양의 지붕)라고 해서 위에 지붕 같은 거 달잖아. 그런 것을 업으로 했어. 아주 열심히 했지. 록타이트 취급할 때에는 대진상사였고, 공업사 할 때에는 경승공업사였어. 내 아들이 경구, 승구여서 아들 이름에서 하나씩 따서 상호를 지었다고. 그게 다 1976년도부터 시작했던 일들이야. 그러다가 1977년에 결혼했고."

- 그걸 해서 돈 좀 버셨나?
"그럼. 그때 내가 모텔도 하나 갖고 있었어."

- 그렇게 번 돈이 종잣돈이 돼서 고려산업, 경승주택개발 등을 운영하고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그랬지."

- 그러다 백제관광호텔 등 호텔쪽으로 사업을 확장했나?
"그 (호텔 안에) 유흥업도 하고. 1년간 광주에서 신라당이라는 제과점도 했어. 1986년이었을 거야."

- 목포 백제관광호텔과 광주 국제관광호텔에서 슬롯머신장도 운영했는데.
"그때 관광호텔에는 슬롯머신이 있었으니까."

- 목포 백제관광호텔은 본인 소유였나?
"주주가 세 사람이었어. 그 중에 내가 대표이사를 맡았고. 국제관광호텔은 광주 백운동에 있었는데 1990년 말에 합법적으로 계약해서 50%의 지분을 얻었지."

- 국제관광호텔의 지분 50%를 얻은 건가?
"슬롯머신장만 50%."

"전국에 조폭이 직접 운영하는 슬롯머신장은 없었다"

- 호텔과 슬롯머신 사업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내가 1976년부터 사업을 해왔고, 우리집이나 처가 다 부유한 집이었어. 살림들이 넉넉하고 다 유지였지. 내 사업에 직접적으로 큰 돈을 지원해주지 않았지만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서서 대출받아서 쓸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됐어."

- 슬롯머신 운영 수익은 어땠나?
"아주 괜찮았어. 투자 대비 수익이 굉장히 높았지."

- 당시 슬롯머신 사업 자체는 합법이었나?
"아주 합법적이었다. 나라에서 정식으로 허가해준 사업이었어."

- 당시 슬롯머신사업은 조폭들이 하는 사업으로 인식돼 있었다.
"젼혀 아니여. 홍준표가 정말 나쁜 사람이야. 홍준표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슬롯머신이 없어졌어. 마치 슬롯머신 수익이 조폭들 운영자금으로 빠져 나가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는데 대한민국에 조폭이 관광호텔 슬롯머신을 운영하는 데는 거의 없었어. 내가 아는 한 그래.

김태촌이 슬롯머신장을 운영했다는 거는 처음 들어봐. 정덕진이 김태촌에게 조금 지분을 줬는지 관리권을 줬는지는 난 모르겠어. 슬롯머신 운영과 조폭은 별로 관계없어. 그리고 폭력배가 그럴 큰 돈이 없어. 슬롯머신장을 하나 만들려면 그때 돈으로 15억 원 정도 들어. 지금 돈으론 100억 원 정도 되는 돈인데. 이런 돈을 어떻게 폭력배가..."

- 슬롯머신을 조폭이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조폭을 끼고 한다는 사회적 이미지가 있었다.
"그때 사회 분위기를 틈타서 그걸 소설로 만들었어.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조폭 두목들이 엄청나게 구속됐어. 그 사람들 중에 슬롯머신장과 관련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근데 만들어분 거여. 나도 호텔 운영하면서 슬롯머신 했을 거 아녀? 조폭은 돈이 없어서 못해. 글고 조폭이 호텔영업 뭘 봐주나?"

- 조폭이 슬롯머신장을 직접 운영한 적은 전혀 없었다?
"없었다고 알고 있고, 실제로도 없었어. 호텔에 낼 보증금이 없어. 글고 호텔 주인이 안해줘. 그때는 법이 없었나? 사람이 다른 건 몰라도 자기 먹거리에는 민감해. 조그마한 꼬마도 자기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빼앗긴다 하면 난리를 칠 것인디 어떤 모질이가 자기 먹거리 빼앗아가는 것을 그냥 놔두겠나?"

- 그럼 주로 누가 슬롯머신장을 운영했나?
"호텔에서 직영하는 경우도 있고. 슬롯머신장 때문에 작은 호텔이 많이 생겼어. 슬롯머신장은 그 여건에 맞는 사람들이 한 거야. 게임기를 잘 아는 사람들. (슬롯머신계의 대부라는) 정덕진이나 정덕일이가 깡패여? 그 사람들 깡패 아니잖아? 그 사람들이 전국에 슬롯머신장을 몇십 개 했다는 거 아녀?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깡패라고 할 순 없잖아. 그 사람들을 깡패한테 돈을 대준 사람이라고 검찰이나 홍준표가 만들었지만 깡패로는 못만들었잖아."

- 홍준표는 '슬롯머신사업=조직폭력=검은 돈'이라는 논리를 폈다.
"결국 본인을 '모래시계 검사'로 둔갑시키지 않았나? <모래시계> 드라마를 보면 슬롯머신을 넘어서 카지노가 나오는데 그것은 드라마일 뿐."

덧붙이는 글 | 인터뷰 8편으로 이어집니다.



#여운환#홍준표#국제PJ파#모래시계 검사#슬롯머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