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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1회용 승차권
 지하철 1회용 승차권
ⓒ 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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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애인은 지하철(국철 전철 포함)을 이용할 경우 무임승차권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 할인을 해주는 교통수단은 많지만 전액 무료로 지원해 주는 교통수단은 오직 지하철뿐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이동 시 먼저 지하철 노선부터 살핀다.

그런데 이 무상 승차를 위해서 장애인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야 하고 차이가 아닌 차별을 감수해야 한다. 더러는 역무원들의 불심검문(不審檢問)도 받아야 하고 복지카드 미소지 시 요금의 수 십 배를 배상하는 억울함도 당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경기도를 비롯, 몇 지자체들은 장애인들에게 무임승차용 교통카드를 사전에 발급하여 매 번 일회용 승차권을 구입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하철 이용 시 마다 일회용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승차권 자동판매기에 가서 우대용을 누르고 복지카드로 신분을 확인받고 보증금 500원을 투입하면 승차권이 발급되고 내리는 역에서 승차권을 반납하면 보증금 5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으로 맡긴 500원을 돌려받으니 무료가 맞기는 맞다. 조금 번거롭고 불편해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기가 막힌 일은 다른 곳에 있다. 유료 승차권은 출입 개폐기에 대면 "삐" 하고 한번 부저가 울리나 무임승차용 교통카드나 일회용 우대승차권은 "삐 삐" 하고 두 번 부저가 울린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옛날 종이 승차권을 사용할 때도 유료 승차권은 노란색이었고 무료승차권은 하얀색이었다. 지독히 교묘한 차별이다.

모든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거나 흰 지팡이를 사용하는 건 아니다. 전맹(시력이 전혀 없는 맹인)이 아닌 이상 표가 나지 않고 청각 장애인도 외부용 보청기가 없으면 모른다. 그런데 역무원들은 굳이 장애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 이유는 늘 이러하다. "가짜 장애인 색출" 때문이라고.

가짜 장애인 색출을 위해서라면 장루 장애인은 인공항문을 열어 보여야 하고 시각 장애인은 시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인이 아닌 지하철 역무원들에게 말이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찰 일인가.

멀쩡하게 생긴 사람(휠체어 타지 않거나 흰 지팡이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개찰구를 통과하다가 "삐 삐" 소리가 두 번 울리면 열에 아홉은 따갑고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며 더러는 복지카드를 보여야 하거나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아야 한다. 무임승차용 교통카드를 사전에 발급 받은 사람은 복지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다보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럴 거면 사전에 무임승차용 카드를 발급해 주지나 말든지.  

지하철공사도 할 말은 있단다. 장애인을 포함하여 무료승차인원이 많아 적자가 심하고 일부 장애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가족에게 무임승차용 카드를 사용하게 하여 비장애인들이 무임승차를 하는 경우가 있다니 이해는 되나 빈대 잡자고 초가집 태우는 격이니 상처받은 장애인들의 자존심은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까?

어떤 방법이든 무임승차를 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 만족하라면 할 말은 없지만 장애인들을 위해 배려해 주는 비장애인들의 그 알량함이 나는 시답잖다. 우는 아이에게 젖 물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이다. 나에게도 닥칠 일인데도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다른 나라 사람 취급도 모자라 생각이 없는 사람쯤으로 취급한다. 장애인들의 무임승차는 공짜가 아니라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맞지 않을까. 어르신들이나 임신부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것과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딱 그 정도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또한 선천적 장애인도 있지만 옳고 바른 일을 하다가 장애를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나라를 위해 장애를 입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죽고 나서 현충원에 모시는 것보다는 살아 있을 때, 지하철이라도 마음 편하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 의인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내가 너무 큰 것을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 살면서 몸 조금 불편하다고 '공짜'나 바라면서 돈 내고 이용하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대접해 주라니 말이다. "유료"와 "무료"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데. "차이가 싫으면 돈 내고 타세요" 라면 유구무언일 수밖에. 그럼에도 이렇게 적는 것은 이제 우리도 이웃을 위해 작은 배려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적 풍요에 이르지 않았나 싶어서이다. 


#장애인#지하철#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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