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설날' 동지다. 설에 버금간다고 해서 '아세'라고도 한다. 조선후기 학자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지(동국세시기)>를 보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동짓날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동짓날은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눠먹는 작은 명절이다. 동짓날 동지팥죽을 한 그릇 먹고 나면 우리는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 그래서 팥죽에 자신의 나이만큼 새알심을 넣어 먹기도 한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은 중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 전래 시기는 언제인지 확실치가 않다. 중국 공공씨(共工氏)의 자식이 동짓날 죽어 역귀(疫鬼)가 되었다. 그가 살아생전 싫어했던 붉은팥을 넣어 쑨 죽으로 귀신을 쫓았던 풍습이 남아있다. 공공씨는 중국 고대 요순시대 때 형벌을 담당했던 신화적인 인물이다.
우리 조상들은 붉은팥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동짓날에 역귀나 잡귀를 물리치려고 집안 곳곳에 팥죽을 뿌렸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과 더불어 달력을 선물하던 풍속도 있었다. <농가월령가>11월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동지(冬至)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冊曆) 반포(頒布)하니 내년(來年) 절후(節侯) 어떠한고 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동지팥죽의 붉은빛으로 액운을 몰아내고 다들 올 한해 마무리 잘하길 빈다. 우리 모두 기쁜 마음으로 무술년 새해맞이를 준비하자. 양의 기운이 싹트는 동짓날은 새해를 알리는 날이다. 이제 동지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밤이 짧아지고 낮이 차차 길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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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팥죽의 붉은빛으로 액운을 몰아내고 다들 올 한해 마무리 잘하길 빈다.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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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자작시 동지팥죽이다.
동지팥죽 - 조 찬현 새알심 하나에는 정겨움이 새알심 하나에는 고향의 푸근함이 또 다른 새알심 하나에는 포만감이 담겨있네. 나이만큼 빚어낸 새알심과 조잘조잘 세월을 지껄이다보니 동지팥죽 그릇은 어느새 텅 빈 바닥 빈 숟가락은 여전히 내손에 붙잡힌 채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