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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의 밤을 마치고 시 낭송에 참여한 학생과 자각, 도서관 관계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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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해의가장 깊고 어두운 밤촛불을 켜고거친 세월의 한 토막 작별하는송년 시 낭송회 촛불이 밝혀지고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싸돌아 댕기면서 배우는 학교 밖 인문동아리 '싸댕'의 회원 김강리(중3) 학생이 '사랑의 물리학'(김인육)이라는 시를 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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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리 '싸댕' 이라는 인문동아리 김강리 회원이 시 낭송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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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제비꽃같이 조금한 그 계집애가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심장이하늘에서 땅까지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첫사랑이었다 여는 공연으로는 극단 <도토리>의 유해랑 대표와 김동헌(여주 책나루터)이 <섭한 아가씨와 비단 신발>이라는 콩쥐팥쥐를 원작으로 한 인형극을 선보였다.
해마다 한 해의 끝머리에 열리는,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과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이 주최하는 '책 읽는 사회 송년 시 낭송의 밤, 잘 가라 2017'의 풍경이다.
27일 이날은 가족 단위로 준비해 온 즉석 낭송극을 선보이기도 하고, 책동아리 활동을 하는 청소년, 지방 곳곳에 뿌리내린 작은 도서관 활동가, 작가 지망생인 습작생, 등단 작가, 독서 동아리 모임 회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부르고 아마추어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낭송 전문가도, 공연의 베테랑도 아니었지만 듣는 이도 낭송을 하거나 공연을 펼치는 이도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다. 한 해의 끝자락을 미련이나 아쉬움 없이 떨쳐 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꿈꾸는 이들의 얼굴은 밝고, 투명했고, 유쾌하며 거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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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장을 허물다를 낭독 중인 인제 작은도서관장 설악산 아래 인제 작은도서관 천강의 관장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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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의 시 <담장을 허물다>처럼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담장이 허물어지는 시간이었다.
담장을 허물다- 공광규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떼어냈다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눈이 시원해 졌다(중략)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나는 큰 고을의 영주가 되었다.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래된 담장을 허물어야 할 시간이다. 기울어지고 삐걱거리는 마음의 잣대와 빗장도 과감하게 부숴버려야 할 시간이다. 한 사람이 마음의 담장을 허무는 순간 하나의 우주가 그 안에 스미게 될 것이고 마음은 한없이 크고 넓어져 우주를 품어 안을 공간이 넉넉해 질테니 말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아직도 서성이는 이가 있다면 고요히 촛불을 밝히고 좋아하는 시나 책의 한 구절을 낭송해보라.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눈가가 촉촉해져 올 것이다.
시를 읽는 이들, 책 읽는 이들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며 위로하는 시낭송의 밤이 이어지는 한 해의 끝은 언제나 따사로울 것이다. 봄은 다시 올 것이고 우리는 한 호흡 들이쉬며 생의 꽃을 피우고 잎을 떨구고 열매를 거두어들일 시간이 오면 또 다시 촛불을 밝히고 시를 낭송하며 호흡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테니 말이다.
한 호흡- 문태준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한 호흡이라 부르자제 몸을 올려 꽃을 피워내고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올려꽃잎을 떨어트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덧붙이는 글 |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은 서울시 종로구 동숭3길 일석기념관 2층에 자리하고 있으며, 독서 동아리 지원센터(www.readinggroup.or.kr), 북스타트(www.bookstart.org) 책 읽는 사회를 위한 북매거진 나비(www.nabeeya.net) 인문학 강좌, 작은 도서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책을 사랑하는 이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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