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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나루 KBS 기자
강나루 KBS 기자 ⓒ 이영광

지난 9월 초 시작했던 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 새노조) 파업의 끝이 보인다. 지난 12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사원의 비리 이사 해임 요청을 받아들여 문재인 대통령에 강규형 이사의 해임 건의를 했고 28일 문 대통령은 방통위의 강 이사 해임 건의에 재가했다. KBS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116일 만이다.

파업 과정과 강 이사 해임을 KBS 새노조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를 반성하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었던 강나루 KBS 기자를 지난 27일 KBS 새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오늘(12월 27일)로 파업이 115일째입니다. 더울 때 파업을 시작해서 한겨울이잖아요. KBS 새노조는 최장기 파업인데 어떠세요?
"제가 2011년 8월에 입사해서 이번이 세 번째 파업이에요. 지난 2012년에 95일 파업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을 시작할 때는 다소 편한 마음으로 시작한 게 사실이에요. 그러나 지금 석 달이 지나서 넉 달째가 되고 있죠.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는 생각보다 길어지는구나 싶어서 조금 마음이 착잡한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번 파업을 반팔입고 시작했고, 그때 위원장도 찬바람이 불기 전에 끝내겠다고 얘기했었거든요. 그러나 27일 방통위가 비리 이사 강규형씨에 대한 해임 건의를 의결했고,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규형 이사 해임 제청 건을 재가했잖아요. 그래서 조금 느리긴 하지만 승리를 향해 확실히 다가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월급이 안 나오니 가장 힘들지 않나요?
"저는 2년 전에 결혼했는데 아내도 일하고, 아직 애가 없어서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선배 중엔 외벌이이거나 부부가 둘 다 파업을 하거나 애들도 둘셋 이렇게 있는 집이 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있어요. 또 시간이 길어지면 정신적으로도 쉽게 피로해지죠.

그렇지만 지금 쟁의 행위를 하는 사업장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에 정말 우리보다 더 오래 그리고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업장도 많다고 생각해요. 파업이 길어지면서 분명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 2012년 상황과 MBC와 KBS가 뒤바뀐 거잖아요. 물론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때요?
"그때 MBC와 우리 상황이 정확히 지금은 반대가 됐죠. 사실 그때 같이 투쟁하던 MBC 조합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았어요. 뭔가 동료 등에 칼 꽂고 우리만 들어가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때와는 조금 다른 게 그때 우리는 이겨서 들어간 게 아니거든요. 당시 석 달 넘게 싸웠지만 결국 몰아내지 못했고 파업 출구를 찾지 못해 사실 고개 숙이고 들어갔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죠.

그러나 지금 MBC가 들어간 건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적폐 사장을 몰아내고 당당히 승전보를 울리면서 들어간 거잖아요. 또 최승호 선배 같이 좋은 분을 사장으로 모셔서 하나씩 매우 빠른 속도로 바꿔나가는 MBC가 부럽죠. 물론 우리 입장에선 다소 속상한 부분도 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요. MBC가 먼저 가서 많은 개혁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도 이 싸움을 빨리 승리로 마무리하고, MBC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멋진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 감사원과 방통위가 강규형 이사 해임 건의를 해서 겨우 문 대통령이 재가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감사원 결과 나오기까지도 오래 걸렸지만, 감사원에서 비리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용이 적절치 않다고 한 달 정도 검토해서 힘들게 결론을 내렸고 이를 넘겨받은 방통위는 최소한의 행정 절차만 거쳐서 비리 이사 해임 결정을 내릴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너무 오래 걸렸죠. 특히 지난 22일로 예정돼 있었던 강 이사의 청문 일정이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으로 5일 연기됐을 때는 정말 많이 답답했어요. 그건 단순히 5일이 아니라 2200명 조합원에게는 만 일이 넘는 일정 연기였거든요. 그래서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이 크리스마스 지나자마자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래도 27일 청문이 끝나자자마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강규형 이사 해임 건의 안이 4:0으로 가결되고 다음 날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져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비리 이사를 내쫓음으로써 KBS 정상화의 디딤돌을 세울 수 있게 됐으니까요."

- 강 이사 해임으로 파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던 28일 노조 전국 비대위가 열렸는데요. 거기서 비대위원들이 논의한 끝에 사장 퇴진 때까지 지금의 파업 대오를 강경하게 유지하되 예능과 드라마 구역은 다른 구역보다 파업 승리 이후 정상화에 걸리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해서 1월 1일부터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우리 같은 보도구역은 당장 내일 복귀하더라도 곧바로 취재해서 예전과 다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지만, 예능과 드라마 구역은 쉽지 않아요. 그런 부분은 우리가 전체 파업 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조합원들이 각 구역의 사정을 이해해줄 필요도 있다고 봐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새해가 되자마자 우리가 최대한 힘을 모아서 적폐 사장을 빨리 몰아내는 거겠지만요. 특히 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있기 때문에 1월 되자마자 우리가 투쟁 수위를 높여서 빨리 사장을 우리 힘으로 몰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지난주 MBC <PD수첩>에서 KBS 장악을 다뤘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우리 이야기를 MBC에서 본다는 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우리 파업이 길어지고 있는데 <PD수첩>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우리 파업 상황을 상기시켜준 게 감사했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 SNS 등지에 KBS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글들을 많이 본 것 같아요. 확실히 MBC가 적폐 사장을 몰아내고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사장이 오니 저렇게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KBS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KBS <4시 뉴스집중>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 ⓒ KBS

- 지난주 배우 정우성씨가 KBS에 출연해서 KBS 정상화를 바란다고 하고 새노조 파업을 응원해 화제였는데.
"우리는 이제 '정우성님'이라고 부르는데, 정우성씨가 낮 뉴스에 출연하고 아마 다음 날이었을 거예요. 그 날 집회에 이른바 'KBS 본진 폭격 사건'이라고 불리는 정우성씨의 'KBS 정상화' 발언 영상을 보면서 기쁨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다음에 바로 정우성씨가 셀카로 찍은 응원 영상이 나오는 거예요. 그게 일종의 서프라이즈처럼 조합원들이 전혀 예상을 못 했던 것이기 때문에 특히 여성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아주 난리가 났었죠.

그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우성씨가 단순히 응원의 말 몇 마디 건넨 게 아니라 우리 상황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는 거예요. 그때 오후 집회에서 처음 정우성씨의 개인 응원 영상을 단체로 관람했을 때 그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큰 힘이 됐고, 아마 그거 보면서 눈물 흘린 조합원들도 꽤 있었을걸요. 저도 거의 눈물이 그렁그렁했던 것 같아요."

- 강 기자 하면 세월호 때 울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와 3년이 지난 지금의 KBS를 비교해보면 어떠세요?
"그때가 우리 본관 민주광장에서 이른바 세월호 파업이라고 불리는 2014년 파업을 결의하는 자리였을 거예요. 당시에 저를 포함한 막내급 기자들이 세월호 현장에서 느꼈던 참담한 문제점 등을 반성문 형식으로 사내 게시판에 올렸었거든요. 그래서 새노조 조합원들도 세월호 문제에 있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는 인식이 퍼져나갔고, 조합원 총회에 나와서 현장에서 느꼈던 부분을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였어요.

그 영상 이후에 그래도 국민들이 '아 KBS 모든 기자가 기레기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주셨고, 우리가 2014년 파업 때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보도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을 내쫓는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일이 있고 3년 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100일이 넘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2012년 파업 때보다 더 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3년 반이 지난 지금 KBS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싶어요."

- 그때 길환영 사장이 퇴진하는 효과도 있었는데 왜 상황은 안 좋아졌을까요?
"우리가 그때 간과했던 건 KBS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견고한 적폐 세력들은 그대로인데 사장만 나갔다는 거예요. 적폐 세력들은 세월호라는 큰 사건 앞에 그냥 사장 한 명 갈아치우는 데 동조하고, 자기들끼리의 견고함은 그대로 유지했던 거죠. 그리고 우리는 사장을 몰아냈다는 승리에 취해 방심하고 있었고요.

이후 새로운 사장이 오기까지 과도기에 우리는 나름 반성 보도도 하고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도 날카로운 보도를 통해 하차시켰지만, 그 기간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어요. 다음에 온 사장도 청와대의 눈치를 엄청 보는 사람이었고, 그 다음은 지금 우리가 100일 넘는 파업을 하게 만든 장본인인 고대영 사장이 오면서 조직은 더욱 확실히 망가지게 된 거죠."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KBS에 출연해서 "파업 그만하는 것이 기부"라고 했는데.
"보면서 어이가 없더라고요. 홍준표 대표는 노조가 파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진지한 고민이나 고찰 없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잖아요. 무슨 노조가 현 정권의 방송 장악을 위한 홍위병이란 시각이요. 우리 조합원이 2200명이 넘었고, 다 방송국 입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똑똑한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정권의 지시를 받아서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고 월급도 안 받아가면서 이렇게 오랜 기간 싸우겠어요?

지난 9년 동안 방송 곳곳에 침투해서 언론의 제 기능을 못 하게 만든 장본인인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론 자유를 얘기한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홍준표 대표 발언에 대해서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도 않아요."

- 22일 KBS가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냈어요. 물론 신입사원 채용이 필요하긴 하지만 새노조가 파업 중이라서 신입사원 채용 공고가 불편할 거 같은데.
"신입사원 채용은 필요한 일이죠. 조직이 건강해지려면 젊은 인력들이 계속 채용되어야 하고요. 또 열심히 미래 언론인을 꿈꾸며 준비하는 지망생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가 얘기하는 건 비리 이사 강규형씨가 해임됨으로써 이제 적폐 사장이 나가는 건 시간문제인데, 왜 이 시점에 굳이 채용을 강행하냐는 거죠.

사 측이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 아무리 새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어도 정상적으로 KBS의 모든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채용 과정이 빨리 진행이 돼서 지금의 사장이 최종 면접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면접 대상자들한테 뭐 지금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건가요?  채용과정에서의 철저한 '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 파업 후가 중요할 거 같아요, 더구나 KBS는 양대 노조라서 개혁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  새노조 조합원들이 더욱 늘어서 KBS 내 다수 노조가 됐거든요. 내년이면 이제 교섭 대표노조가 될 거라서 우리 노조를 중심으로 어떤 KBS 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업 후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른바 KBS 내 적폐 청산이라고 생각해요. MBC 같은 경우는 적폐와의 전선이 꽤 뚜렷한 편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우리는 확실한 사람은 확실하지만, 일종의 '회색지대'가 너무 많거든요. 예를 들어 고대영 사장처럼 누가 봐도 명확하게 방송을 망가뜨리는데 기여한 건 아니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방송을 흐릿하게 만들고 물타기를 하고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그렇게 방송을 망쳐온 숨은 공범자들이죠. 그 회색지대를 청산하거나 정리하고 확실히 미래로 나가는 일이 우리 앞에 놓인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파업이 넉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는 이 긴 파업 기간에 우리가 받는 어떤 고통과 어려움 같은 것들은 모두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걸로 생각해요. 왜냐면 단순하게 말해서 우리가 그동안 잘못했으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물론 그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에요. 내부에서 나름 치열하게 싸웠고, 어떤 이는 징계를 받고 외곽 부서로 쫓겨나고 지역으로 발령나기도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전파를 타고 그대로 방송됐고 대중들은 KBS를 외면하기 시작했죠.

정말 이 싸움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저를 포함한 우리 노조의 모든 조합원이 그동안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픔은 그동안 우리의 과오로 상처받았을 사회적 약자,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 등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되지만 더 가열하게 투쟁해서 빨리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와서 그동안 우리가 보듬지 못했던 사회의 모든 이슈를 잘 다루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강나루#KBS 새노조#강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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