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로 성공(이윤 창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윤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바꿔보려는 스타트업은 흔치 않다. 우리는 이들을 '비영리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 <오마이뉴스>가 2018년 새해를 맞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해보려는 '젊은' 비영리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가 신년기획으로 만나본 비영리스타트업 3곳은 모두 작년 12월 6일 서울 강남구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에서 열린 서울시 NPO지원센터 주최 쇼케이스를 통해 데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있지만 설립 1년 미만에 머무는 비영리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업 모델을 세우도록 돕자는 게 NPO지원센터의 취지다.
총 67개 팀 중에서 최종 5개 팀이 선발됐고, 이들에겐 각각 최대 500만 원의 지원금이 주어졌다. 사실 몇 백만 원의 지원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영리스타트업의 성공 모델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미국의 핸드업(
http://handup.org) 같은 몇몇 성공 사례가 보일 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핸드업은 간략한 소개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사연을 웹사이트에 올린 노숙자를 기부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266만 달러의 기부금을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는 면접용 정장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열린옷장'이 흔치 않은 성공 모델로 꼽힌다. 2012년 7월 정장 20벌로 시작한 열린옷장은 '큰 손'들의 투자 제의를 뿌리치고 비영리스타트업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외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투자금을 넙죽넙죽 받기 시작하면 결국 주주나 투자자들의 입김에 휘둘려 '공유'라는 처음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게 설립자들의 판단이었다.
NPO지원센터는 제2의 열린옷장을 꿈꾸는, 서울시의 비영리스타트업들이 초기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조직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이런 사업들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운영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동물개체인식연구소는 동물의 코주름 무늬(비문:鼻紋)를 개체 식별, 더 나아가 반려동물 찾기에 활용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었다. 이들은 NPO지원센터를 만나기 전까지는 경기도 양주의 유기동물보호소 등 관련기관이나 단체들을 접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동물개체인식연구소가 지닌 기술의 효용성을 입증하려면, 비문의 인식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었는데 쇼케이스를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연구 샘플수도 217마리로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동물개체인식연구소의 이민정 대표는 "시설 방문이 가능할까 싶었던 곳들이 있었는데, 공문 한 장 있으니 쉽게 해결됐다. 비영리스타트업의 운영 원리를 잘 몰랐고, 회계 처리 등에도 미숙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NPO지원센터의 멘토링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회 쇼케이스를 총괄한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배영순 성장지원팀장은 "매년 행사를 할 때마다 성공 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존 업체들이 비영리스타트업의 아이디어만 가져가려는 시도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빨리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