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정치보복, 정책보복, 인사보복을 즉각 중단한다면 언제든지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서 모든 역량과 온 정성으로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1월 25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은 알아듣기 어렵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정권에 보내는 협박인지, 보수궤멸을 이야기할 정도로 두려운 적폐청산을 그만해달라는 읍소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정치보복이라 주장하는 적폐청산과 평창올림픽을 '딜'하겠다는 발상도 이해불가지만, '평양올림픽' 프레임을 만들어 정권 흠집내기에 올인하는 모습 또한 구태의 악습에 불과하다.
적폐청산과 평창올림픽을 '딜'하자는 김성태 원내대표홍준표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 행보가 거칠다. 특히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처절한 싸움을 하겠다는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정권과의 대립은 한층 격렬해지고 정치적 타협점을 찾기 힘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제천 화재, 가상화폐 대책,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와 단일팀 구성, 밀양 화재까지 정부를 향한 비난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말처럼 들개처럼 사납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이렇게 싸우는지 이해해서 박수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논란만 해도 그렇다. 북한 선수단의 동계올림픽 참가는 개최일을 불가 한 달도 남기지 않고 급박하게 결정되었다. 그간 공들인 정부의 성과이기는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우리 선수와의 단일팀 구성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자마자 '평양 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평창도, 올림픽도 사라지고 북한만 남았다'며 비난을 시작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9일 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 입장은 올림픽 헌장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국제적 논란을 키웠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의원의 이 같은 모습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북한의 참가를 희망하고 남북경기에서 단일기를 흔들어 응원하던 때와 비교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행동이다.
일촉즉발의 북미관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북한의 참가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 정신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남북 모두가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자 미국, 중국,러시아, 프랑스 등이 환영의 뜻을 표했고 EU, UN, IOC 등 국제기구에서도 올림픽 정신의 위대한 진전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자는 국제적 염원을 두고 평양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논란을 키우는 건 자유한국당 뿐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 때문인지 북측은 29일 밤 갑자기 금강산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경제가 나빠야 여당 표가 떨어지고 야당이 잘 된다'던 15년 전 나쁜 버릇을 여전히 못 고치고 있는 모양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연이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재난 체계가 이렇게 허술한가라는 비판은 물론 정부는 무엇을 했냐는 비난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야당이라면 응당 국민을 대변해서 정부에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두 화재 사건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의 대변자 역할이 아니라 정부를 물어뜯어 정치야욕만 챙기려는 얄팍함이었다.
제천 화재가 있은 후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부의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다가 소방관 증원 반대와 지난 9년간 무엇을 했느냐는 시민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 시민을 특정정당 지지자로 칭했다. 밀양 화재 분향소를 방문한 홍준표 대표는 유가족에게 소방법을 반대해놓고 여기를 왜 왔냐는 항의를 받았다. 항의에 직면한 홍 대표는 '민주당 사람이 여기도 있네' 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닮아도 너무 닮았다. '당신들도 책임자'라는 국민들을 향해 한치 머뭇거림도 없이 자유한국당 반대세력으로 규정해 여지없는 적의를 드러내는 저급함,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참담한 화재 현장에서 유족들 위로만 하는 게 대통령 역할이 될 수 없다'며 김성태 원내대표는 "쇼통과 정치보복에 혈안이 된 정권,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은 총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일면 맞는 말이다. 대통령의 역할이 유가족 위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 후 첫 추경예산에서 경찰관·재난안전요원 4500명 증원을 요청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인원을 2575명으로 줄여 추경을 처리했다. 화재 현장에서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보다 야당 정치인에게 더 큰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 자유한국당은 그 이유를 생각이라도 해 봤을까.
대통령의 화재 현장 방문을 눈물쇼라고 하지만, 어느 대통령이 유가족과 손 맞잡고 울어 본적 있는지 되묻고 싶다. 분향소 문도 열기 전 세월호 유가족도 아닌 할머니의 손을 잡고 안전한 나라를 약속한다며 카메라 앞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 쇼라면 이런 게 쇼가 아닐까?자신의 경남도지사 임기 중 화재 인명 사고가 한건 이외에는 없었다고 사실조차 왜곡해 정부 책임론을 부풀리는 것이 전형적인 정치쇼가 아닐까?
대통령의 눈물을 쇼라고 비난하기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재난 예산 축소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하고, 홍준표 대표는 경남도지사를 역임하고 편법으로 보궐선거를 막아 권한대행체제를 유지시킨 과거부터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다.
해난사고를 이용해 집권한 세력?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해서 집권한 세력들'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 범죄와 이로 인한 탄핵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주장의 다름 아니다. 홍 대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사건을 이용해서 권력을 찬탈한 세력일 뿐이다. 극우 사이트에서나 나올법한 궤변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인식이 이렇다면, 옳고 그름의 판단도 없이 들개처럼 사나워지겠다는 것도 그리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고립되는 건 자유한국당이다. 평창올림픽을 아무리 평양올림픽이라도 주장해봐야 냉전 사고만 더 들어낼 뿐이다.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청와대 청원이 8일만에 28만명에 이르렀다. 제천에 이어 밀양에서도 정부를 성토하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대표가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전과는 다른 민심, 세상은 변했다.
자유한국당,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결별했다고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평화올림픽을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에 색깔론을 덧칠하는 폐습이나,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고 정권을 흠집 내서 정치 야욕을 채우려는 비열한 수법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홀로는 설 수 없는 정당, 색깔론을 지팡이 삼아 서고 협치보다는 비난과 싸움으로 지지율을 관리해온 정당임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박씨에서 홍씨로 왕조만 바뀌었다는 농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야당이라도 해서 버려진 들개의 사나움만 필요로 한 게 아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정당성이 먼저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대구 선거를 지면 문 닫겠다"는 자유한국당. 대구 선거 하나에 당운을 걸어야 하는 쪼그라든 살림살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야당이 계속 필요로 할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야당이 자유한국당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당이 골동품이 아닌 이상 오래 쓴다고 더 나을 것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