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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이 일반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의 경우는 선행학습을 반칙으로 여긴다고 한다. 선행학습은 교권과 다른 친구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교사가 학생들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질문하려고 했는데 선행 학습을 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답을 말해버리면 교사는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게 된 것이고, 다른 학생들은 충분한 생각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과거 주입식 국민제도와 선진 학습법으로 유명했던 독일도 대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선행 학습을 폐지하여 공정한 교육 환경을 만들었고, 지금의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끊임없이 좋은 교육을 위해 교육제도에 대한 고민과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 왔다. 이런 노력은 그 어떤 나라의 노력에 비하여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교육제도 자체만을 바꾼다고 해서 발전하거나 변하지 않는다. 수십 년간 교육제도 변화에 힘써 온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 사상을 그대로 배우는 것이니 어른들이 변하지 않고, 반칙이 용인되는 경쟁적인 교육환경이 존재하는 한 어떠한 교육제도를 새롭게 들여와도 교육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로의 전환의 과도기에 있는 현시점에서 교육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신학문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조선 말기의 근시안적 안일함과 경직성이 초래한 역사적 퇴보에서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서 교훈 얻어야

조선 말기 엘리트들은 대다수가 유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서양의 신학문이 들어 왔을 때 극소수의 엘리트들만 서양 학문의 실용성을 이해하고 비전을 보았으며, 결국은 그들이 새로운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 유학을 공부하던 학자들은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고, 신학문에 대한 욕구가 있었음에도 비난받는 것이 두렵고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이 유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안주했기에 결국 뒤처지게 되었다.

또한, 나라의 운명도 대한민국 보다 거의 100년이나 빨리 신학문을 받아들인 일본에 역사 이래 처음으로 뒤처지게 되었으며, 나라까지 빼앗기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우리는 일본을 따라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역사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래를 예측하고 과감한 변화를 먼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이 성공했을 때 우리는 다시 일본을 능가할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도 글로벌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어린 시절부터 대학 합격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선행학습과 반복적 훈련으로 고스펙 인재들을 양성해 내고 있다. 사교육은 이러한 고스펙 인재를 만들어 내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 고스펙 인재들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에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고스펙 인재들을 고용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에 현재 대한민국 교육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보스포럼에서는 미래인재들은 이제는 지식과 훈련이 아닌 실제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나 기량인 역량을 키우라고 해답을 이미 제시해 놓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부모님들께 이제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관성에 따라 역량을 길러준다는 사교육 기관에 등록하러 가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이 앞선다.

지식과 훈련 습득 중심 교육과 역량 중심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성에 있다. 역량 중심 교육은 인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학부모님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 사교육 기관에서는 죽어도 그 역량들이 길러 질 수 없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10가지 핵심 역량도 분절되어 표현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작동되어 지는 것이다. 물론 문제의 성격에 따라 그 중요도의 비중들이 달리 발현되는 것이라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창의력학원에 가고, 감성능력을 기르기 위해 그걸 길러준다는 학원에 아이들을 등록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시대 필요한 대표적인 핵심 역량은 창의력이라고 주로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연대가 잘 되어 있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경험에서 협업능력을 몸으로 배우고 성장시켜온 나라는 더 주력해야 할 핵심역량이 창의력이 될 수도 있고, 비판적 사고 능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시점에서는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경험과 일반 기업체에서 아쉬워하는 면을 들어 보면 가장 비중을 크게 가지고 가야 할 핵심역량은 공동선에 기반을 둔 협업능력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경우 전통적인 가족중심의 사고와 문화가 이기적인 면으로 발현되면서 '내 아이들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이 선행교육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사교육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기회균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교육은 가급적 공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더욱이 우리나라에 절실하게 필요한 역량 함양교육은 공교육에서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선행학습·사교육 중단하겠다는 사회적 합의 전제되어야 공교육이 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공동선의 중요성을 깨닫고 모든 학부모들이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중단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어른들부터 공동선의 개념을 실천하여 반칙 없는 공정한 교육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 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공동선의 가치 아래 다양한 경험 중심 교육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실제 역량을 키워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시대에는 지식습득과 훈련으로 키워진 혼자 똑똑한 인재는 반드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똑똑한 인재가 했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먼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명령을 받아서도 기꺼이 즐겁게 협력하며 일 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인재,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공익을 우선시하면서 사익을 약간 뒤로 미루며 기꺼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교육도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바꾸어야 한다. 홍익인간의 이념에 바탕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글로벌 세계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반칙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을 사회적 대합의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인공지능시대#교육개혁#국민합의#선행학습#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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