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없이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마무리됐다. 이제 재판부의 판단만 남았다.
검찰은 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최씨에겐 징역 2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관련 기사:
검찰 "박근혜 헌정사에 오점" 징역 30년, 벌금 1185억 원 구형)
국정농단 연루자 중 가장 높은 구형량인 데다 최씨를 비롯한 다른 공범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이지만,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형사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고인 쪽에는 국선변호인단인 조현권 변호사, 남현우 변호사, 김혜영 변호사, 박승길 변호사, 강철구 변호사가 앉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성공시켰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김창진 특수4부장 등 검사 9명이 출석했다.
검찰은 차분하게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박근혜, 평창 올림픽 위해 수년 간 고민하며 노력해"변호인은 변론 도중 눈물을 쏟았다. 박승길 변호사는 "얼마 전에 평창 올림픽이 끝났다. 저는 개회식, 폐회식이 너무 세련됐고 멋있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마음이 상하는 순간이 있었다. 개회식 무대 중 소통과 연결의 세상, 눈 부신 빛과 함께 함께 미래의 문이 열린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개회식 무대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박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불통이고, 사람을 생각하지 않았던 대통령이었고, 이제 다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이 사건을 맡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수년간 고민하며 노력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다 그는 울컥한 듯 갑자기 변론을 멈추고, 머리를 만졌다. 박 변호사는 "우리가 더 밝은 미래로 가는 것이 피고인이라고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일까지 없던 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둬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실수가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을 감안하고 부디 선처해달라"고 울먹였다.
박 전 대통령이 '미혼자'라는 점도 강조됐다. 김혜영 변호사는 "피고인은 미혼이고, 부양할 자식도 없어 위법행위를 하면서 공모할 이유가 없다.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무수한 고난을 딛고 당선된 피고인이 최씨와 공모해 대통령의 명예를 한순간에 저버린 위법행위를 했다고 돼있다"며 "국민과 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던 피고인이 단순히 최씨의 이익을 위해 명예와 가치를 한순간에 저버릴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지지자, 법정 경위에게 시비 걸고, 검찰에겐 욕설
이날 최순실씨의 변호인단인 이경재 변호사와 권영광 변호사도 방청석 앞줄에서 재판을 지켜봤으나 재판부가 한 차례 휴정하자 법정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도 박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을 함께 했다. 한 지지자는 재판 시작 전부터 법정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지지자는 법정 경위가 방청권을 보이도록 목에 걸어달라고 하자 "건방이 하늘을 찌르고 지X"이라며 "억지로 대통령을 가둬놓더니"라며 큰 소리를 냈다. 다른 지지자는 "오늘 개검들이 한 50년 때릴 거다", "판사한테 뭐하러 일어나 인사하냐. X같은 XX"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들은 검찰이 최종 의견을 밝히는 중간중간에도 "미친 X"이라며 한숨을 내쉬었고, 30년을 구형하자 "아주 사형을 해라", "병X, 지X한다"라고 말했다. 지지자 중 몇 명은 법정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가 "마음으로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며 울먹이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장의 통제에 따라 재판을 원활히 진행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