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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고운울림은 '하늘땅사람의 생명평화', '몸과 마음의 생명평화', '일상 삶의 생명평화', '농촌과 도시의 생명평화', '한라에서 백두 넘어 동북아 생명평화'를 증언하고, 꿈꾸는 기도순례입니다. 일제와 전쟁, 분단독재를 거치며 지금까지 반목하고 갈등하는 이 땅이 온 인류에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땅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 땅에서 출발해 동북아 생명평화까지 나아가기에 앞서 남북 적대관계 해소를 바라고, 대한조선 영세중립화 통일을 염원하는 생명평화 고운울림은 2018년 2월 25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시작으로 제주, 부산, 광주, 대전, 태백, 백두산, 연해주, 평양, 서울, 판문점으로, 폭력과 분단, 구조적 모순이 만든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1000일간 이어질 순례 여정에 길벗으로 함께할 분들 환영합니다. - 기자 말 

지난 16일 저녁 6시. 퇴근이다. 서둘러 김포공항으로 간다. 7시 50분 비행기. 발걸음 빨라진다. 주말여행? 휴가? 아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아래 순례) 두 번째 순례지인 제주 가기 위해서다. 놀러 가는 길도 아닌데 마음 설렌다.

7시 15분. 김포공항 도착. 함께 순례할 이들(길벗) 만났다. 9시 넘어 제주 도착해 절물휴양림으로 갔다. 내일 종일 한라산 순례한다. 70년 전 4월. 수많은 제주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는 한라. 그분들 넋을 기리고 원통함 풀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으니 오늘 잘 쉬고 내일 힘껏 오르는 게 중요하다. 휴양림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맞아준다. 간단히 산 오를 준비하고 씻고 누웠다.

17일 아침 7시. 한라산 갈 채비 한다. 성판악으로 향했다. 최근 등산은 1년 전 북한산을 오른 것이 전부인데 무사히 오를 수 있을까? 성판악에 도착하니 길벗들 하나둘 모여든다. 젖먹이들인 열음이, 해환이, 아랑이는 엄마, 이모 품에 푹 안겨 있다. 목요일에 순례 시작한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움터 삼일학림 학생들도 눈에 띈다. 세무공무원인 상원님은 어제 오후 속초에서 왔단다.

 이모 품에 안겨 산 오를 준비하는 젖먹이 열음이.
이모 품에 안겨 산 오를 준비하는 젖먹이 열음이. ⓒ 밝은누리

 성판악에서 점심 때 먹을 김밥을 나누었다.
성판악에서 점심 때 먹을 김밥을 나누었다. ⓒ 밝은누리

 산 오르기 전 몸 풀며 마음 다잡기도 했다.
산 오르기 전 몸 풀며 마음 다잡기도 했다. ⓒ 밝은누리

8시 30분. 산 오르기 시작했다. 뛰어 오르는 학생들, 아이 안고 허락하는 곳까지만 올라갔다 내려가는 엄마 아빠, 침묵하며 오르는 이, 4.3을 주제로 대화 나누는 청년들. 다양한 모습으로 한라산에 새겨진 아픔 기억하고 기도하며 오른다.

 경기도 대야미에서 온 해숙님과 보리.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경기도 대야미에서 온 해숙님과 보리.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 밝은누리

 궂은 날이었음에도 해환이네(희연-장희 부부) 열음이네(아름-경환 부부)도 함께 올랐다.
궂은 날이었음에도 해환이네(희연-장희 부부) 열음이네(아름-경환 부부)도 함께 올랐다. ⓒ 밝은누리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움터 삼일학림에서 공부하며 지내는 요한 님과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는 신우 님.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이야기 나누며 올랐다.
강원도 홍천 밝은누리움터 삼일학림에서 공부하며 지내는 요한 님과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는 신우 님.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이야기 나누며 올랐다. ⓒ 밝은누리

 진달래 대피소에서 숨 고르는 길벗들. 다들 생생하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숨 고르는 길벗들. 다들 생생하다. ⓒ 밝은누리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아직 눈이 쌓여있었다.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는 아직 눈이 쌓여있었다. ⓒ 밝은누리

12시 30분. 백록담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오름 무리, 섬 끝자락 해안선, 만져보고 싶은 구름, 포근한 바람, 따뜻한 햇살. 출발할 때만 해도 회색빛이었던 하늘이 파란빛으로 변해 더 고마웠다. 하늘이 함께한 느낌이다. 고마움 안고 10분 정도 생명평화 구하는 노래 불렀다. '생명평화 일구는 바람 불어와 이 땅 생명 원통함 풀어주소서. 아픔과 상처 고치소서. 아픔과 상처 고치소서.' 해원(解冤), 죽은 자의 억울함 풀고 산 자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 보듬는 게 생명평화 씨앗일 거다.

 한라산에서 바라본 제주.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한라산에서 바라본 제주.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 밝은누리

 백롬담에 모인 길벗들. 생명평화 구하는 노래 부르며 제주를 위해 기도했다. 해원, 죽은 자의 억울함 풀고 산 자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 보듬는 게 생명평화 씨앗일 거다.
백롬담에 모인 길벗들. 생명평화 구하는 노래 부르며 제주를 위해 기도했다. 해원, 죽은 자의 억울함 풀고 산 자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 보듬는 게 생명평화 씨앗일 거다. ⓒ 밝은누리

 대학에서 공부 중인 효은 님도 순례 함께하며 기도했다.
대학에서 공부 중인 효은 님도 순례 함께하며 기도했다. ⓒ 밝은누리

 백록담에서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들.
백록담에서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길벗들. ⓒ 밝은누리

 다른 시간에 백록담 올라온 길벗들은 따로 모여 제주를 위해 기도했다.
다른 시간에 백록담 올라온 길벗들은 따로 모여 제주를 위해 기도했다. ⓒ 밝은누리

2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제야 마음에 여유 생긴다. 일정 구간을 홀로 천천히 걸었다. 한라산 정상이 목적이 아니라 각 길벗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올랐다. 일상에서 숨 가쁘게 지낼 때 있다. 그럴 때 몸도 지치고 쉽게 마음도 흐트러진다. 일상에서도 순례 이어가려면 내 몸과 마음 잘 챙기는 게 중요하겠다. 최근에 늦게 자는 날 많았는데 일찍 잠자기부터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6시쯤 길벗들 모두 내려왔다. 저녁엔 특별한 일정 없이 잘 쉬었다.

18일 오후 1시. 4.3평화공원 교육센터에 길벗들 100여 명이 모였다. '동북아생명평화', '비무장', '영세중립', '삶과 죽음', '고운울림 피어나는 노래/미술'. 이날 공부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그리는사이 운영하며 학생들 가르치는 지영님은 옛 문명속에 나타나는 상징을 통해 동북아 지역을 아우르는 공동 문명의 뿌리를 발견하고 소통 역할을 하는 언어로서의 예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생명평화 고운울림 순례는 순례 때마다 공부하고 순례자 모임 시간을 갖는다. 순례 의미 곱씹고 길벗들 마음 모으기 위해서다).

출판사에서 편집일 하는 성혜님은 순례자 모임 시간에 나를 넘어 성숙하고자 순례에 참여한다 나눴다. 아픔이 있는 땅 밟으며 온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바람이다. 나 또한 같은 생각이고 착한 마음으로 바른 행실 하며 지내야겠다 마음먹었다. 꿈만 꾸고 실천하지 않으면 꿈으로만 남을 테니 말이다.

 강원도 홍천에서 그리는사이 운영하며 학생들 가르치는 지영님은 옛 문명속에 나타나는 상징을 통해 동북아 지역을 아우르는 공동 문명의 뿌리를 발견하고 소통 역할을 하는 언어로서의 예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그리는사이 운영하며 학생들 가르치는 지영님은 옛 문명속에 나타나는 상징을 통해 동북아 지역을 아우르는 공동 문명의 뿌리를 발견하고 소통 역할을 하는 언어로서의 예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유재홍

 공부 계획 발표하는 길벗들.
공부 계획 발표하는 길벗들. ⓒ 밝은누리

 공부 계획을 듣는 길벗들. 진지하게 경청했다.
공부 계획을 듣는 길벗들. 진지하게 경청했다. ⓒ 밝은누리

 출판사에서 편집일 하는 성혜님은 나를 넘어 성숙하고자 순례에 참여한다. 아픔 있는 땅 밟으며 온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바람이다
출판사에서 편집일 하는 성혜님은 나를 넘어 성숙하고자 순례에 참여한다. 아픔 있는 땅 밟으며 온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은 바람이다 ⓒ 밝은누리

오후 5시. 무지개가 떴다. 조금 전까지 보슬비 내리고 어두웠는데. 생명평화 염원하는 우리 마음이 하늘에 맞닿은 걸까. 벅찬 마음으로 기도회 참여했다. 생명평화 구하는 노래 하고, 기도하며 40분간 몸과 마음을 제주에 오롯이 실었다.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여전히 아파할 제주 사람들, 우리들, 현장을 지켜봐야만 했을 산, 바다, 땅, 나무들 기억하며. 우리가 드리는 기도가 제주를 넘어 한반도-동북아-온누리로 이어질 그날을 그려본다. 이 마음 품고 앞으로 걸어가야겠다.

 공부 후 기도회 장소인 행방불명인 표석으로 침묵하며 걷는 길벗들.
공부 후 기도회 장소인 행방불명인 표석으로 침묵하며 걷는 길벗들. ⓒ 밝은누리

 생명평화 염원하는 우리 마음이 하늘에 맞닿은 걸까. 기도하는데 무지개 떴다.
생명평화 염원하는 우리 마음이 하늘에 맞닿은 걸까. 기도하는데 무지개 떴다. ⓒ 밝은누리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 동그랗게 모여 기도했다.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 동그랗게 모여 기도했다. ⓒ 밝은누리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기도는 이어졌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기도는 이어졌다. ⓒ 밝은누리

 간절한 마음 담아 기도하는 길벗들.
간절한 마음 담아 기도하는 길벗들. ⓒ 밝은누리

저녁 10시. 다음날 일정을 위해 먼저 서울로 왔다. 김포공항에서 한라산 같이 오른 상원님을 만났다. 10시 50분 버스로 속초에 가서 내일 아침 출근한단다.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지만, 제주에서 얻은 힘도 같이 느껴진다.

4월 14~15일 부산에서 세 번째 순례를 이어간다. 부산에서는 어떤 아픔이 있었던 걸까? 궁금함을 안고 준비해야지.

(※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길벗이 되는 방법은 밝은누리 누리집www.welife.org 첫 화면 배너 '생명평화 고운울림 길벗 되시려면'에 상세히 나와 있다. 생명평화 고운울림 페이스북 페이지는 www.facebook.com/gounulim)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일정표.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일정표. ⓒ 밝은누리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제주도#한라산#4.3평화공원#기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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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학연구소 살림꾼입니다. 우리 사는 삶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길어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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